아픔을 묻어야 하나? 후벼 파야 하나!
아픔을 묻어야 하나? 후벼 파야 하나!
  • 김 진
  • 승인 2015.04.28 17: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상을 살아가며 중요한 것은 관점이다. 그 관점의 차이에 의해 갈등이 심화하기도 하고, 격차가 줄어들기도 한다. 한데 지난 1년간 우리사회의 치명적인 화두는 ‘세월호’에 대한 얘기다. 마치 우리사회의 ‘역린’처럼, 무슨 얘기를 어떻게 해도 오해만 부를 소지가 많다. 따라서 모두가 세월호에 대한 얘기를 주저하는 게 사실이다. 아마 유가족들조차도 진상규명이나 보상, 그리고 인양에 대한 여러 문제에 대해서 자신의 입장을 밝히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 와중에 정부는 세월호 인양을 결정했다. 허나 인양을 하더라도 우리사회 구성원들의 생각도 들어 볼 여지는 있다. 유가족과 실종자가족, 그리고 세월호 문제에 동참하고 있는 여러 사람들과 일반 국민들 사이의 생각을 좁혀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 세월호 대책은 엄중한 문제

 우선 세월호 문제는 모든 것을 떠나 엄중하다는 것은 사실이다. 왜냐하면, 그 희생자 중에 많은 수가 ‘자식’이었기 때문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식에 대한 얘기를 하는데 무슨 다른 말이 필요할까? 권력에 대한 야욕과 무자비함으로 국민을 짓밟고, 나라경제를 망쳐놔도 국민들은 극복했다. 불법정치자금으로 수천 억을 빼돌리고, 자원외교랍시고 수십조 원을 날려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한데 자식의 생사에 물러설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하니 세월호 문제는 엄중할 수밖에 없다. 허나 그리 이해한다면 우리사회는 더더욱 이성을 찾아야 한다. 인양에 드는 비용과 여러 우려도 많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유족들의 삶이다. 희생자 가족들이 아픔을 견딜 수 있게 돕는 게 뭔지를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알다시피 천안함 인양과정과 세월호 수색과정에서 상당한 희생이 있었다. 한데 그 거대한 세월호를 건져 올리려면 또 어떤 인적 희생이 뒤따를까? 걱정이야 많지만 유족들의 바람이 그렇다면 인양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해야 할 것이다. 그럼 그렇게 세월호가 바다 위로 떠오른 후는 어떻게 될까?
 

 * 인양은 어떤 고통이 될까?

 실종자의 유해를 수습하고, 선체가 인양된들 유가족의 한을 삭일 수가 있을까? 또 수백 명의 영혼이 잠든 배는 어떻게 해야 하나! 재난의 교훈이 되게끔 전시해야 할까? 아니면 시신수습과 원인규명 후 다시 바다로 보내야 하나! 많은 우려가 따르지만, 여러 얘기할 필요 없다. 앞서 말한 대로 억울하게 자식을 잃은 부모의 한과 분노를 함께 느끼기 때문이다. 해서 정작 중요한 문제는 인양이 유가족들의 통일된 뜻인지가 될 것이다. 이게 진정 희생자가족 모두를 위하는 일인지를 걱정하는 것이다. 인양으로 인해 충격이 재현되는 결과를 빚게 될까 봐 걱정하는 것이다. 세상에는 두 가지의 고통이 있다. 하나는 닥친 어려움을 참고 견뎌내고 나면 더 강해지는 고통이 있고, 다른 하나는 마냥 통증만 안겨주는 고통이 그것이다. 세월호 인양은 유족들에게 어떤 고통을 안겨 주게 될까? 결코, 아물 수 없는 상처지만, 시간이 보듬어준 기억을 다시 후벼 파는 통증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조바심뿐이다. 자식을 가슴에 묻는다는 말은 숨이 붙어 있는 한. 그 슬픔을 잊을 수 없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잊을 수는 없더라도,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도록 사회가 도와야 한다. 지금 종교단체와 사회단체, 그리고 노동단체까지 나서서 많은 사람들이 유가족들의 아픔을 나누고 있다. 하지만, 그 도움이 진정한 도움인지, 또는 필요한 도움인지에 대해서는 고민해 볼 여지가 있다고 본다. 혹여, 되려 가슴을 후벼 파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관점에 따라 서로 판단이 다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의 주장에 동의하진 않지만, 당신이 자유롭게 말할 수 있도록 함께 싸워 주겠다>던 볼테르의 명언을 떠올려야 한다. 그렇게 서로 다른 의견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을 때, 희생자와 유가족들을 위한 보다 나은 방안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진<경희대 객원교수/전북생활체육회 부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