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 미래다’
‘농업이 미래다’
  • 강동원
  • 승인 2015.04.27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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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주에 이십사절기(二十四節氣) 가운데 여섯 번째 절기인 곡우(穀雨)가 지났다. 봄비가 내려서 온갖 곡식이 윤택해진다는 시기다. 곡우 무렵이면 농가에서는 못자리를 하기 위해 볍씨를 담갔다. ‘곡우에 가물면 땅이 석자가 마른다’라고 했다. 겨우내 창고에 있던 쟁기와 써래, 쇠스랑 등 농기구들을 손질하기 시작했다. 내주에는 입하(立夏)가 다가온다. 보리가 익을 무렵의 서늘한 날씨’라는 뜻으로 맥량(麥凉)이라고도 한다. 이때가 되면 산과 들에는 신록이 일기 시작한다. 묘판에는 볍씨의 싹이 터 모가 한창 자란다. 농사일이 기계화된 오늘날에도 조만간 모심기가 시작된다. 농사철로 접어들지만, 농민들의 시름은 커져만 간다. 벼농사는 물론 채소·과수 농사를 지어도 갈수록 팍팍함은 더해간다.

 예로부터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고 했다. 농업은 천하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큰 근본이라는 말이다. 생명의 필수요소인 먹거리를 제공하는 농업은 산업 중의 가장 으뜸이지만 근래 들어 정부와 기업은 물론 국민들조차 잊는 듯하다. 또한 입립개신고(粒粒皆辛苦)라는 말이 있다. ‘쌀 한 톨 한 톨마다 모두 고생이 배어 있다'라는 뜻으로, 농부의 수고로움과 곡식의 소중함을 비유하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들이 매일같이 식탁에서 먹거리를 접하고 있지만, 농업과 곡식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나라는 경이로운 경제발전을 이루었다. 그 과정에서 산업은 고도화되었고, 도시는 팽창되었다. 농촌을 떠나 도시로 온 농민들이 근로자가 되었다. 인구의 절반이 도시로 몰려 기형적인 발전을 거듭해 왔다. 반면에 농촌은 고령화와 여초(女超) 현상으로 일손마저 부족한 상황에 이르렀다. 농촌은 산업화의 뒤안길에 사라지기 일보직전에 처해 있다. 최근 정부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6차 산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농가가 고부가가치 상품을 가공하고 향토 자원을 이용해 체험프로그램 등 서비스업으로 확대시켜 높은 부가가치를 발생시키는 산업이다. 예를 들면 ‘농촌관광’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녹색농촌체험마을’을 선정해 농촌관광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각종 지원을 해 오고 있지만, 별반 나아진 것은 없다. 당장 뭐라도 하려는 정부의 의도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엄청난 사업비가 투입되는 정책사업에 기본적인 통계조사마저 없는 실정이다. 이같은 ‘생색내기용’ 정책이 오히려 농촌을 더 멍들게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정말 우리 농업을 살리고 싶다면 농업에 대한 인식부터 전환해야 한다. 농업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그 ‘가치’를 재발견하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2008년 2월 “농업은 하이테크 산업으로 미래를 여는 열쇠”라고 했으며,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2010년 “농업은 도전을 겪고 있는 동시에 막대한 경제적 기회 앞에 서 있다”고 밝혔다. 선진국 지도자들은 국민들 앞에 농업이 새로운 부의 원천이라는 사실을 스스럼없이 제시하고 있다. 그들은 현 시점이 아닌 미래의 시점에서 농업의 가치를 밝힌 것이다. 선진국치고 농업이 부실한 나라는 거의 없다.

 미국의 식량자급률은 150%가 넘는다. 프랑스, 호주, 캐나다도 식량자급률이 100%가 넘는다. 반면 우리나라는 쌀 자급률만 89.2%에 이를 뿐 식량자급률은 47.2%에 불과하다. OECD 회원국 중 최하위다. 경제발전에 따라 산업이 고도화돼서 농업의 비중이 작을 수밖에 없다는 논리는 변명에 불과하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사이먼 쿠즈네츠는 “농업의 발전없이 선진국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결같이 농업을 중시하는 발언이다.

 농업은 산업고도화에 따른 사양산업이라는 인식은 바뀌어야 한다. 가격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생산한다. 먹거리를 제공하는 생명유지의 근간산업이다. ‘농업의 가치’를 중심에 두고 국가의 미래전략을 세워야 한다. 지구촌은 2050년이면 인구가 90억명으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식량을 안정적으로 생산·유통·보관하는 일은 지구촌 국가들의 책무다. 비단 광물만이 소중한 자원이 아니다. 식량도 자원이다. 식량자급률 제고는 안보와 다름없다. 자원외교에만 역량을 쏟을 일이 아니다. 농업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기대한다.

 강동원<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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