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는 잃었어도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
소는 잃었어도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
  • 김현수
  • 승인 2015.04.26 1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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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는 말이 있다. 인터넷 백과사전에서 그 뜻을 찾아보니 ‘일이 이미 잘못되고서는 손을 써도 소용이 없거나 너무 늦음을 비꼬는 속담으로, 자기가 하려는 일이 잘못되었음에도 그걸 시행하거나 그 일이 엄청난 일을 일으키는 것도 모른 체 간과하다가 나중에서야 일을 후회하는 결말을 맞을 때 이야기한다’고 나와있다. 농사가 삶의 주된 수단이었을 조선시대의 서민들에게 소의 중요성은 굳이 말할 필요조차 없고, 당시 상황에서 한번 잃어버린 소를 다시 사기 쉽지 않았을 것을 생각하면 소를 잃은 후에 외양간을 고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생각했을 것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20세기 후반에 이르러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을 정도로 비약적인 경제 발전을 이루어낸 우리의 현재 실정에서 설사 소를 잃었다고 하더라도 외양간을 고치는 일은 반드시 필요할지 모른다. 여기서 은유적 표현으로 사용된 소는 현대사회에서 여러 의미로 해석될 수 있겠지만, 사고나 재난, 특히 인재라고 불리는 사람 또는 산업, 사회, 경제적 시스템의 문제에 의한 재난이 생겼을 때, 이를 단순히 한차례 휘몰아친 광풍으로 넘기지 말고 개선방법을 찾는 교재로 사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도 꼭 필요한 일이라 할 수 있다.

 누구나 다 알고 있듯이, 항공기를 이용한 여행은 통계적으로 가장 안정한 방법으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국가별 통계를 살펴보면 선진국과 우리나라 항공사의 안전도는 다소 차이가 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실제로, 90년대 중반 괌에서 국적기가 추락한 이후 2000년대에도 우리는 꾸준히 국내 항공사의 크고 작은 항공사고에 대한 보도를 접해온 것이 사실이다. 7, 80년대에는 미국으로 대표되는 선진국 항공사들도 항공사고에서 자유로운 편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들은 사고가 있을 때마다 그 원인을 밝히는데 그치지 않고, 동일한 사고의 반복을 막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여 항공운송의 안전성을 지속적으로 개선해왔다. 그 결과, 미국 대형 항공사들 대부분이 2001년 테러 사건을 제외하고는 지난 2~30년간 사고에 의한 사망사고를 내지 않는 성과를 얻어낸 것이다. 우리는 어떠한가? 2년 전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일어난 것과 거의 동일한 사고가 최근 일본에서 같은 항공사의 항공기의 착륙과정에서 일어났는데, 이렇게 동일한 사건이 반복되는 것은, 사건이나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비난받을 누군가를 찾는 데에만 집중하고 개선방법을 찾는 노력은 상대적으로 소홀한 우리사회의 분위기로 인한 것이 아닌지 생각해보게 한다.

 위에 기술한 것을 최근 전북지역의 보건 환경 문제에 적용해보면, 조류 인플루엔자 (AI)에 의한 도내 농가의 피해와 용담호 수질관리 문제가 대두 되었을 때, 같은 문제의 반복을 막기 위한 개선책 마련을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했는지 생각해보게 한다. AI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전문가가 아니라 하더라도 AI의 발생 자체를 막는 것이 대단히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또한, 용담호 문제에서도 사람이 하는 일에 실수나 잘못이 있으면 잘못한 사람을 처벌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거의 매년 반복되는 AI에 의한 대규모 피해를 막기 위해 올해에는 작년에 비해 어떤 개선된 노력을 기울였는지 생각해본다면 그리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같은 방법의 적용이 AI 발생과 확산에 큰 효과가 없었다면 이제는 다른 방향으로 생각을 전환하고 개선책을 찾아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AI에 의한 반복적 대규모 피해가 없는 외국의 사례와 우리의 사례를 비교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내 농축산업의 구조적 개선을 통한 재발 방지를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또한, 수질관리 문제에 대해서도 잘못을 저지를 개인 또는 단체가 누구인지 밝히고 이들에 대한 징벌적 수단을 강구하는데에 그치지 않고, 어떻게 하면 같은 문제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2중, 3중의 안전장치를 마련할 수 있을지 생각해볼 문제다.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한 사후수습에만 급급하거나, 잘못된 일에 대한 책임자를 처벌하는 선에서 수습을 마무리한다면 같은 문제는 가까운 미래에 다시 반복될 수 있다. 이미 벌어진 일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유사한 일이 발생했을 때마다 관련산업의 구조개선과 관리체계의 개선 방법을 찾는 노력을 조금씩 기울인다면 급격한 개선은 아니더라도 조금씩이나마 유사한 사건 사고의 발생 빈도와 강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소를 잃었다고 외양간 고치는 일을 포기한다면 그 외양간에는 다시는 소가 살 수 없지만, 새로운 소를 사기 전에 외양간을 고쳐놓으면 최소한 같은 문제로 소를 잃는 일은 막을 수 있다.

 김현수<전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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