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중독 스스로 인정 안 하는게 병 키운다
알코올 중독 스스로 인정 안 하는게 병 키운다
  • 박진원 기자
  • 승인 2015.04.22 1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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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 보기에 알코올중독으로 인식되는 사람 10%에 불과

완주군 소양명 마음사랑병원 강남인 중독치료센터장이 환자와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직장인 김모(45)씨는 한 눈에 봐도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보인다. 김씨는 자신이 알코올중독이라고 인정하지 않고 생활했었다. 직장생활을 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김씨처럼 직장생활이나 일상생활에 큰 문제가 없다고 해서 알코올중독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치료를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독의 가장 중요한 증상이 술을 마시는 횟수나 양이 아닌 조절 능력의 상실에 있다. 조절 불가능한 음주 행동으로 인해 매번 가족과 약속한 귀가 시간을 어기거나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며 자주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면 알코올중독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완주군 소양면 마음사랑병원 강남인(마음사랑병원 중독치료센터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부터 알코올중독의 예방과 치료에 대해 알아본다.
 

 ▲알콜 중독이란

  알코올 중독이란 과도한 음주로 인해 뇌의 보상 회로와 관련된 뇌세포가 변형되거나 손상된 상태로 음주에 대한 ‘조절능력’을 상실한 상태다. 즉, 여러 사회적 혹은 학업적 기능 저하에도 불구하고 음주를 스스로 조절하지 못하고 강박적으로 사용하는 뇌의 질병으로 흔히 내성과 금단 증상을 동반한다.
 

  ▲알콜 중독의 원인

  알코올 중독을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다원론적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 유전, 환경, 사회 문화적인 영향, 학습적 요인, 심리적 특성 등 모든 요소가 알콜 중독의 발병에 관여한다. 일반적으로 부모가 알코올 중독인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 보다 알콜 중독의 가능성이 4배 이상 높으며 보다 일찍 발병하고 결과도 심하다. 음주에 대한 사회의 허용적인 분위기나 술 잘 먹는 사람을 능력 있는 사람으로 보는 사회적 시선 역시 중독 문제를 심화시킨다. 부모의 반복적 음주 행동을 보며 성장한 아이는 이러한 경험이 학습이 되어 중독에 이르는 원인이 될 수 있으며 성장기의 애정 결핍, 가정의 불화, 심리적 외상 역시 중독의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콜 중독의 특징

  알콜 중독은 다른 모든 신체적 심리적 문제의 일차적(primary) 원인이며, 치료받지 않는 경우 계속 나빠지는 진행성 (progressive) 질병이다. 또한, 재발 (relapse)이 가능한 만성병(chronic)이며 다른 질병보다 자살 등의 사망 및 교통사고, 낙상 등 사고 가능성이 매우 큰 치명적(fatal)인 병이다. 더구나 알콜 중독은 본인 하나만의 문제에서 끝나지 않으며 가족 모두를 병들게 하는 ‘가족 병’ 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또한, 겉으로 보이는 술에 대한 의존과 음주 행동 뒤에는 사실 내면의 우울이나 불안, 강박 등이 잠재해 있을 가능성이 큰 마음의 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러한 알콜 중독을 쉽게 무시해 버리거나 간과해 버리고 있으며 그러는 사이에 정신의 암과 같은 알콜 중독은 점점 더 진행하여 더욱더 치료가 어려워지고 있다.
 

  ▲알콜 중독의 신체적 심리적 영향

  알콜 중독으로 인한 신체적 영향은 매우 다양하다. 간경화나 알코올성 간염 및 간암, 위염 및 위암, 대장염 및 대장암 등 일반적으로 비음주자에 비해 암 발생률을 4배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대부분은 기억력 저하를 유발하며 심한 경우 이른 나이에 알코올성 치매가 발생하여 기본적인 일상생활의 유지가 어려워진다. 노인이나 여성의 경우 알콜 분해 효소 능력에 차이가 있어 음주의 신체적 위험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심리적으로는 우울 장애나 불안 장애를 유발시키거나 기존의 병이 더욱 악화하기도 한다.
 

 ▲알콜 중독의 치료

 알콜 중독의 치료는 단순히 술을 끊는 것이 아니라 나를 중독으로 몰아갔던 여러 삶의 위험 요소들을 파악하고 그와는 반대되는 요소들을 하나씩 배워가며 본래의 선한 나로 돌아가는 삶의 의미를 재조정하는 험난한 과정이다. 일반적으로 장기간 알콜을 사용한 경우 신체의 회복을 돕기 위한 해독 치료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며 해독이 끝나고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든 경우에는 음주에 대한 생각이나 욕구를 낮춰주는 항갈망제 치료를 병행한다. 이러한 약물 치료와 더불어 알콜 중독에 대한 교육과 실제적 음주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방법 등을 배우고 익히는 행동 치료나 인지 행동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또한, 남아 있는 잠재적 음주 충동을 조절하고 지속적인 단주 동기 유지를 위한 동기 강화 면담과 비슷한 경험담을 나누며 서로의 단주 의지를 돕는 단주 모임(AA)의 참여, 전인화 교육 등 다각적 차원의 재활 및 유지 치료가 필수적이다. 마지막으로 가족들의 중독 문제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가족 교육 및 가족의 심리적 회복을 돕기 위한 가족 치료 역시 반드시 함께 이루어 져야 할 것이다. 알콜 중독자 자신과 가족은 서로 맞물려 있는 톱니바퀴와 같다. 함께 병들었기 때문에 함께 회복하기 위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기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강남인
     알코올조절 능력 상실했다면 진료 필수

 정신과 의사로 중독 환자와 그의 가족을 만나는 첫 만남에서 많은 경우 위와 비슷한 경우를 경험하곤 한다.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너나 할 것 없이 더 빠르고 강한 자극을 추구하게 되었으며 쾌감을 주는 다양한 자극에 점점 더 의존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변화의 부정적 결과로 알코올 중독, 마약(약물) 중독과 같은 물질 중독이나 도박 중독, 인터넷 중독 등을 대표로 하는 다양한 행위 중독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는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까지 많은 심리적, 경제적 부담을 주고 있으며 국가적으로는 직간접적으로 연간 20조라는 천문학적인 숫자의 경제적 부담을 주고 있다. “내가 의지로 술을 조절해서 먹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조절 음주에 대한 자신감은 “두 다리가 부러졌는데 내가 의지로 고쳐보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우리 주변의 많은 알콜 중독자들은 TV 드라마나 뉴스에 나오는 역이나 터미널 근처의 노숙자도 아니며, 매일 엄청난 양의 술을 먹고 행패를 부리는 사람도 아니다. 이러한 극단적인 경우는 알콜 중독 환자의 10% 미만이며 사실 대부분의 알콜 중독자들은 종종 실수를 하기는 하지만 그럭저럭 직장이나 가정을 유지하는, 언뜻 보기에는 평범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중독자로 구분하고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유는 중독의 가장 중요한 증상이 술을 마시는 횟수나 양이 아닌 조절 능력의 상실에 있다는 것이다. 즉, 나의 조절 불가능한 음주 행동으로 인해 매번 가족과 약속한 귀가 시간을 어기거나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며 자주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면 이는 중독일 수 있다는 것이다. 조절능력을 상실했다면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아 볼 것을 권한다.

 

 박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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