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의 리더십
장수의 리더십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5.04.20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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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도민일보 김미진 문화교육부 기자
 전주국제영화제의 핵심 실무자가 돌연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져 지역문화계가 시끄럽다. 오는 30일 영화제의 개막이 얼마남지 않은 시점에서 불거진 사안인데다, 전주시와 행정적인 관계와 회계 등 사무국에 상근하면서 전체적인 업무를 전반을 살폈던 사무처장이라는 핵심 인력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업무를 맡아보던 인력이 영화제를 코앞에 두고, 돌연 사의를 표명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지역문화계가 술렁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고석만 집행위원장이 전주국제영화제의 수장으로 나선 지난 2012년부터 현재까지 세 명의 사무처장이 스스로 일을 그만 뒀다. 일 년에 한 번꼴로 사람이 바뀌는 처지니, 기록이라면 기록이다. 이 외에도 상근직 팀장들이 다수 그만둔 것으로 확인된다. 그때마다 전주국제영화제 사무국은 “일신상의 이유”라거나 “본인들이 업무적 한계를 느껴서 나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번 사무처장의 사의 표명에 대해서도 고석만 집행위원장은 “나와 같이 있을 때도 갑자기 뛰쳐나가는 등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여 며칠 쉬라고 했다”고 개인적인 문제로 선을 그었다.

 그러나 지난 3년 동안 기자가 만난 영화제를 그만 둔 여러 사람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이야기는 달랐다. 그들이 그토록 좋아했던 일을 그만 둘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간파된다. 많은 이들이 수장의 폐쇄적이고 독단적인 리더십을 질타했다. 언론이나 지역문화계 안팎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는 계속 흘러나왔다. 영화제측의 해명대로 다수의 사람들이 업무에 한계를 느끼고 그만두는 일이 반복됐다면, 개인적인 이유로만 치부하지 말고 문제의 근원을 찾아나서야 하는 것은 아닌지 반문하고 싶다.

 조직을 이끄는 리더십은 무엇일까. 비단, 조직을 통솔하는 것만이 리더십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결국은 사람이 만드는 일이며, 사람의 손으로 가꾸는 영화제이지 않은가. 그 사람들이 들고 난 자리를 굽어 살펴보는 것이 우선이지 않을까.

 이순신 장군은 한산도에 있을 때 ‘운주당’이라는 건물을 세웠다. 그 곳은 이순신 장군의 집무실이자 회의실. 이순신 장군은 이곳에서 밤낮으로 장수들과 함께 전투를 연구했다고 전해진다. 아무리 지위가 낮은 병사라고 하여도 군대에 관한 일이라면 언제든지 와서 자유롭게 말할 수 있도록 했다. 딱딱하고 격식이 있는 회의가 아니라, 자유롭게 바둑도 두고, 술도 마시면서 부하들의 고충과 아이디어를 가감 없이 청취했던 자리였다고 한다.

전주국제영화제의 개막을 열흘 앞둔 날. 정치·경제·사회·문화 할 것 없이 각계각층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이순신의 리더십’을 새삼스럽게 떠올렸다. 인류가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리더십은 항상 그 집단의 미래를 좌우해왔다. 고압적인 리더는 배를 산으로 가게하고, 화합적인 리더는 거친 풍랑에도 배를 안전하게 이끈다.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축포를 터뜨리기에 앞서, 고석만 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이순신의 리더십’을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이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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