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서 가장 귀한 일주일
지구상에서 가장 귀한 일주일
  • 한준수
  • 승인 2015.04.20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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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을 비롯한 전국 대부분 지역에 ‘4월의 눈’이 내렸다. ‘4월의 눈’은 언뜻 시적인 문구로 들리지만, 지구를 생각한다면 그렇게 낭만적인 문구는 아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기후는 인간이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에너지원을 바꿔야 한다.”, “새로운 기술개발을 해야 한다.” 다양한 해법들이 나오고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기후변화의 주범은 ‘인간’이다. 정확히 말하면 인간의 ‘활동’이다. 인간이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지구는 오염되고 기후는 불가측적으로 변하게 된다. 이것이 오늘날 지구와 인간이 당면한 딜레마이자 아이러니다.

 지구의 오염을 막고 기후변화를 막는 방법은 인간이 활동을 멈춘 채 가만히 숨만 쉬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간이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가만히 숨만 쉬고 있다면 굳이 인간으로 태어난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이제 우리는 서로 ‘대타협’을 할 수밖에 없다. 인간도 살고 지구도 사는 방안을 찾아내고 거기에 동의하고 실천해야 한다. 그것이 지구의 날이 생긴 배경이고 기후변화 주간을 실천하고 있는 이유다.

 환경운동가 조지 몬비오는 “엄격한 규제만이 우리가 섬기는 욕망이라는 신이 초래할 파멸을 막을 수 있다.”고 일갈했다. 우리가 섬기는 욕망이라는 신. 그 신이 인간을 망치고 지구를 해치기 전에 규제를 통해서 살길을 찾자는 얘기다. 이미 많은 선각자들과 앞서가는 기업들이 이것을 실천하고 있다. 이산화탄소량 공개가 가장 대표적인 것이다.

 런던의 할인매장 테스코에서 판매하는 감자칩과 오렌지 주스에는 탄소라벨이 붙어 있다. 감자칩은 원료 재배에서 가공, 유통까지 75g의 이산화탄소를, 오렌지 주스는 265g을 배출했다는 표시다. 단순한 표기일 뿐이지만 여기에는 “이 상품은 이 정도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으니 선택의 기준으로 삼으시오.”라는 취지가 담겨 있다. 항공기로 운송한 딸기와 포도에는 ‘항공기 마크’를 붙인다든가 의류에 ‘기후를 생각하세요(Think Climate)’ 라는 라벨을 붙이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미 유럽의 소비자들은 환경문제와 지구온난화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서 제품을 구매할 때 환경에 대한 정보와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한다고 한다.

 아직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이런 수준까지는 미치지 못하고 있지만, 점차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지구의 날(4월 22일) 기념행사가 열린다. 우리나라에서는 1995년부터 민간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지구의 날 기념행사를 진행해왔고, 2009년부터는 지구의 날을 포함한 전후 1주일을 ‘기후변화 주간’으로 지정하여 각종 캠페인과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7번째인 기후변화 주간은 『온실가스 1인 1톤 줄이기』 캠페인이다.

 2020년 생활분야 온실가스 감축목표량 4,400만톤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국민 1인당 최소한 1톤을 감축해야 목표 달성이 가능하므로 ‘온실가스 1인 1톤 줄이기’ 실천수칙(40가지)을 이행 연간 1,233kgCO2를 줄여나가자는 실천 캠페인 운동이다.

 전라북도에서도 해마다 기후변화 주간을 맞이하여 그린웨이 환경축제를 전북도청 광장 일원에서 진행하고 있다. 올해 8회 행사는 8회와 무한대(Infinity)를 연결, 사람과 자연이 끊임없이 연결된 순환의 이치 이해, 보다 많은 사람들의 지속가능한 세상을 위한 도전, 세대를 잇는 무한한 그린(Green) 세상의 염원을 담은 ‘무한순환! 무한도전! 무한그린!’ 주제로 4월25일부터 26일까지 이틀간 ‘나도 무한도전! 온실가스 줄이기’, ‘도전! 탄소제로’, ‘에너지 한판 붙자’등 50개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일 년 365일 중에 지구를 생각하는 일주일은 참으로 짧은 기간이다. 하지만, 이 일주일 덕분에 지구가 숨을 쉰다고 생각하면 ‘지구상에서 가장 귀한 일주일’이 될지도 모른다. 지구를 살리는 일은 궁극적으로 인간의 삶의 양식을 바꾸는 일이다. 욕망이라는 신을 좇아서 살기보다는 보다 더 큰 가치, 더 큰 생명을 염두에 두고 나의 욕망을 자발적으로 줄여나가는 것. 그것이 궁극적인 해법이 될 것이다.

 사람은 심리적이고 주관적인 동물이어서 이성적으로 선도하고 협박한다고 해서 실천의 장으로 나오지 않는다. 모두가 그런 문화를 자연스럽게 만들어갈 때 시나브로 가능해진다. 흡연이 건강에 나쁘다고 협박하고 경고한다고 공공장소 흡연이 줄어드는 게 아니다. 공공장소 흡연이 나쁜 문화로 인식되면서 사회적 동의가 생기고 그에 동참하는 사람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것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사회적 실천도 그렇게 자연스럽게 흘러가야 한다. 칠레에서 날아온 포도와 미국에서 공수된 오렌지를 먹는 사람보다 전주의 미나리를 먹고 익산의 고구마를 먹는 사람이 더 세련된 사람이라는 것, 지구를 생각하는 사람이 더 멋지고 인간적인 사람이라는 것, 그런 인식이 사회적으로 널리 퍼져 나가야 한다. 올해 지구의 날에는 ‘지구를 생각하는 도시 남자(여자)’ 일명 ‘지도남(녀)’이 되어 보면 어떨까?

 한준수<전라북도 환경녹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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