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와 뇌물게이트는 닮아 있다
세월호와 뇌물게이트는 닮아 있다
  • 김성주
  • 승인 2015.04.16 1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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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극적인 세월호 1년을 맞아 우리는 다시 잔인한 4월을 보내고 있다. 살려내야 할 것은 여전히 묻혀 있고 묻어버려야 할 것은 여전히 살아있다.

 전 새누리당의원 성완종 경남기업회장의 자살로 이완구 총리와 김기춘 실장 등 청와대 핵심들의 연루 사실이 폭로되고 있다. 이미 사라진 줄 알았던 불법정치자금의 망령이 되살아나 국민들을 절망하게 한다. 1년 차이를 두고 발생한 두 사건은 다르지만 놀라우리만큼 닮아 있다.

 먼저 두 사건을 대하는 정권의 태도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 1주년을 앞두고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유가족 보상금 액수를 먼저 발표했다. 마치 보상금 많이 줄테니 ‘가만히 있으라’는 것으로 보였다.

 이어서 대통령이 발표한 것은 선체인양이다. 그동안 선체인양 요구에 대해 돈이 많이 든다고 안 된다고 하더니 느닷없이 기술적 검토를 거쳐 인양하겠다고 발표했다. 내내 가만히 있다가 1주년 기념 선물로 주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내 아이가 왜 죽었는지 그 진실을 알고 싶다는 단원고학생 부모들의 절규는 청와대로 향하다가 번번이 가로막혔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을 만든 일등공신들인 권력핵심들이 연루된 ‘뇌물게이트’가 터졌다. 청와대는 ‘성역 없는 수사’ 원칙만 되풀이하고 여당은 끊임없이 야당을 끌어들여 정쟁을 시도한다. 꼬리자르기, 물타기, 물귀신 작전은 그들의 전매특허다. 진정한 참회나 반성은 전혀 없고 낡은 무기는 여전히 위력을 발휘한다.  이러다 권력형 비리는 영원히 묻히게 될지도 모른다.

 세월호와 ‘뇌물게이트’는 닮아있다. 가장 슬픈 사건과 가장 분노하는 사건은 연관되어 있다. 두 사건 모두 돈의 유혹에 따라 권력과의 검은 거래가 있었고 반드시 반대급부가 뒤따랐다.

 성완종 회장 자살로 청와대 권력핵심이 연루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13년 9월 베트남 방문 때 경남기업이 건설한 건물에서 열린 패션쇼에 박근혜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모델로 직접 참여한다. 지난 시절 도움을 받은 청와대 권력핵심들이 만들어낸 이벤트일 것이다.

 국민들은 그들끼리의 비리와 협잡, 음모와 배신에는 관심이 없다. 그들이 사익을 위해 국가를 버젓이 이용하고 있는데 분노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마치 경제활성화를 위하고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것으로 홍보하며 자신들의 호주머니와 금고를 채워가는 것에 분노하는 것이다.

 그들의 국가는 세월호 처럼 위기에 처했을 때는 뒷짐을 지고 있고, 자신들의 이익이 걸린 문제에는 신속하고 치밀하며 그에 반대하는 자들에게는 잔인할 만큼 가혹하다.

 한 명도 구조하지 못하는 무능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국가는 견고하고 세월호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세월호와 뇌물게이트는 보수정치세력의 본질과 바닥을 드러내는 것이다.

 국정공백을 우려한다고 하지만 애당초 그들의 머릿속에는 국가나 국민 따위는 없었다.

 정치공세 하지 말라며 위기로부터 빠져나갈 궁리만 하며 정치적 방어에 골몰하는 한편으로 상대에게 뒤집어씌우고 물귀신처럼 물고 늘어져 자신의 범죄를 덮으려 할 뿐이다. 심지어 안보마저도 그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이데올로기로 악용해 왔다.

 자원외교에서도 국가는 없었다. 국가는 그들의 사유화된 권력을 유지해주는 껍데기에 불과하다. 배가 침몰할 때 아이들이 SOS를 칠 때 국가는 어디에도 없었다. 수십 년간 이 땅을 지배해 온 기득권 정치세력은 더 이상 대한민국을 끌어갈 능력이 없음을 드러냈다. 돈을 벌기 위해 사람의 안전과 생명을 경시했기 때문에 세월호 참사가 벌어졌고, 이익을 위해 권력을 차지하고 유지하려 했기 때문에 ‘뇌물게이트’가 터진 것이다.

 온갖 미사여구는 위장 수단일 뿐 중요한 것은 그들의 이익이고 그들의 권력이다.

 그러나 낡아빠진 시스템은 침몰하지 않고 부패와 비리 사슬은 여전히 견고하다.

 그들의 무능과 부패를 만천하에 드러나게 해야 한다. 이를 드러낼 선거라는 민주주의 장치는 취약하다. 자칫하면 선거는 단죄가 아닌 면죄부를 주는 요식행위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있다. 그래서 단 한 석이 걸렸지만, 보궐선거가 중요한 이유다.

 김성주<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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