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임시정부
대한민국 임시정부
  • 권익산
  • 승인 2015.04.16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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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13일은 비록 임시정부라는 꼬리표를 달기는 했지만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이 우리 역사에 처음으로 등장한 날로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일이었다. 대한제국의 신민으로 망한지 십년이 지나지 않아 우리 조상들은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세워 일제 식민지배로부터 벗어나는 것만이 아니라 독립 이후에 새롭게 건설할 나라가 어떤 나라여야 하는지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로 함.

 대한민국의 인민은 남녀·빈부 및 계급 없이 일체 평등으로 함.

 대한민국의 인민은 종교·언론·저작·출판·결사·집회·주소이전·신체 및 소유의 자유를 향유함.

  대한민국 임시헌장이라는 이름으로 발표된 이 내용은 새롭게 건설될 나라의 주인이 누구이고, 그 주인들이 누려야 할 권리가 무엇인지를 밝히고 있으며, 1948년에 대한민국 헌법을 만드는데 기초가 되어 오늘에까지 이르고 있다.

  1919년 수립된 임시정부가 일제의 파괴 공작을 견디며 1945년 일제가 항복할 때까지 지속되었다는 점에서는 세계에서 그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이지만 이 기간 내내 독립운동을 이끄는 구심점 역할을 한 것은 아니었다. 국내외 독립운동가들을 통합하여 출범한 임시정부였지만 파리강화회의가 강대국만의 잔치로 끝나고 난 후 긴 침체기에 빠져들었다. 여전히 외교노선을 주장하는 이승만 대통령은 미국에서 돌아오지 않았고, 이광수 같은 인물은 국내로 들어와 일제와 타협의 길을 걸었다. 또 임시정부의 무기력함에 실망한 많은 이들은 국내로 돌아오거나 만주와 연해주에서 동포사회를 지키고 일제와 싸우기 위해 떠나갔다. 1920년대 국내에서 활발하게 전개된 각종 소작쟁의와 노동운동, 그리고 광주학생항일운동도 임시정부와는 별 관계가 없었으며, 만주에서 싸운 조선혁명군이나 동북항일연군의 활동에도 임시정부는 도움이 되지 못했다.

  비록 수많은 독립운동 단체 가운데 하나라는 지위로 떨어지기는 하였지만 임시정부에 모인 독립 운동가들은 일제를 몰아내고 새롭게 건설할 나라에 대한 고민을 놓지 않았으니 그 결과로 발표된 것이 ‘건국강령’이었다. 건국강령은 정치, 경제, 교육의 균등이라는 삼균주의를 핵심으로 하였다. 정치적으로는 인민 모두가 주인이 되는 민주적인 정부를 운영하기 위하여 보통선거제도를 채택하였으며, 경제적으로는 사유재산을 존중하되 부의 불평등을 최소화 할 수 있는 균등 경제를 지향하였다. 또 교육에 있어서는 공비교육이라는 이름으로 교육의 사회적 책임을 명시하였다. 초등학교 진학률이 20%가 되지 않던 당시 상황에서 무상 의무교육을 목표로 하는 국가 건설을 계획했던 것이다.

  서양인들이 보기에 민주주의를 해본 적도 없고 근대국가를 운영해 본 적도 없는 민족이라서 신탁통치를 통해 민주주의를 훈련시켜야 겨우 스스로 국가를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우리민족은 한 손으로는 일제와 싸우면서도 한 손으로는 새로운 나라를 건설할 계획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해방 이후에 첫 선거인 5.10선거에서부터 보통선거 제도를 실시하였다. 미국에서 흑인이 투표권을 가지게 되는 것이 1965년이니 보통선거제도로 말하면 우리가 미국보다 18년은 빠른 셈이다. 또한 경제의 균등을 이루기 위해 정부가 수립되자 농지개혁을 통해 지주제를 없앴고 이것이 1960년대 이후 산업화의 기반되었다.

  김구의 연설처럼 독립운동가들이 세우려 했던 나라는 세상에서 가장 국민소득이 높은 나라나 군사력이 강한 나라가 아니라 문화의 힘이 강한 나라였다. 문화는 타인에 대해 공감하는 능력이 핵심이다. 우리가 여러 작품을 감상할 때 작가의 입장에서 생각하거나 주인공이 되는 경험을 통해서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을 높이고 문화 수준도 올라가는 것이다.

  올 해로 일제 식민지에서 해방된 지 70년이 되었다. 그 동안 대한민국의 발전을 생각하면 지하에 계신 독립운동가들이 자신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고 흐뭇해하실까? 누리과정과 의무급식 등 돈 문제로 교육계가 어려워하고 있다. 일제에 쫓기면서도 새로운 나라를 건설할 계획을 세우던 독립운동가들이 꾸었던 꿈을 국민소득 2만 5천불을 달성한 오늘날에도 돈이 없어 못한다고 하면 그분들은 뭐라고 하실까.

 <원광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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