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가 없는 미래는 없다
과거가 없는 미래는 없다
  • 이신후
  • 승인 2015.04.15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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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가 없는 미래는 없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지만 때로는 이 당연한 진리를 잊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 같이 느껴집니다. 2015년 4월 16일은 세월호 참사가 1주년을 맞는 날입니다. 2014년 4월 16일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인근 바다에서 침몰하며 수많은 사상자와 실종자를 만든 끔찍하고도 고통스러운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1주년이 된 오늘 세월호 인양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한창입니다. 이를 두고 인양 성공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 1000억에 이르는 비용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 등 모든 것이 혼란스럽습니다. 그와 더불어 아직도 해소되지 못한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의혹이 사회의 다양한 곳에서 제기되고 있다는 것은 매우 슬픈 일입니다. 1주년을 맞는 지금 상처를 보듬고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할 유가족들에게 사회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의혹들은 새살이 돋아야 할 상처를 헤집는 것과 마찬가지인 일입니다. 그럼에도 누구하나 나서서 적극적인 해명을 하려는 이가 없어 갖가지 의혹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어긋나버린 세월호 사고시간, 창문이 박살날 정도로 강한 충격을 받았다는 세월호 보일러실, 침몰의 긴박한 상황에서 조타실을 비우면서까지 오하마나호 선장에게 전화한 이준석 선장, 신뢰할 수 없는 세월호 항적기록, 지지부진했던 해양경찰대의 구조 활동 등 무엇 하나 정확한 설명과 속 시원한 해명 없이 세월호 1주년을 맞는 이 상황이 너무도 야속합니다.

 분명히 사고는 일어났고 그에 따른 피해가 있었음에도 책임을 지고 나서는 이 없이 모두 이것은 나의 책임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이러한 무책임한 상황 가운데 상처받는 것은 결국 세월호 참사의 당사자와 그 가족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거창한 보상이 아니라 단지 사건의 진실을 알고 싶을 뿐인 유가족들에게 바라지 않은 보상들을 억지로 안겨주면서 은폐하고자 하는 진실이 무엇일지는 몰라도 과거 없는 미래가 없듯이 분명하고 명확한 해명 없이는 현정부가 외치는 안전한 대한민국 만들기도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빌리 브란트란트’는 독일의 전 총리 가운데 최초로 세계 2차 대전에서 가장 많은 희생을 입은 국가 중 하나인 폴란드 바르샤바에 방문하여 유대인 학살 장소였던 ‘게토 기념비’에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했습니다. 그는 비록 자신이 저지른 일은 아니었지만, 자국민이 일으켰던 전쟁에 책임을 통감하고 사죄하고, 용서를 구했던 것입니다. 빌리 브란트는 폴란드에게 용서를 구하지 않을 수도 있었습니다. 이전 정권에서 행해졌던 범죄일 뿐 지금은 새로운 시대라며 모르쇠 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낯선 타국 땅에서 무릎 꿇기를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과거에 대한 책임과 사죄 없이는 독일의 미래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이후에도 독일은 과거 조상들이 행했던 잘못에 대해 학교에서 배우며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경계하고 있습니다. 철저한 반성과 사과 덕분에 독일은 100년이 지나기도 전에 유럽권역에서 다시금 신뢰를 얻었으며 선진국 반열에 당당히 이름을 올려놓고 있습니다.

 반면 같은 전쟁에 같은 책임과 잘못이 있는 일본의 행태는 이와 다릅니다.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들의 반대에도 제2차 세계대전 전범들을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며, 한국의 눈부신 발전은 일제강점기 때 자신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며 오히려 자화자찬을 하고 있습니다. 교과서에까지 역사를 왜곡해가며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는 일본을 향한 사죄와 용서를 촉구하는 목소리는 전 세계적으로 가라앉을 줄 모르고 있습니다. 일본의 이러한 태도는 그들로 인해 피해를 입은 나라와 사람들을 기만하는 것이며 그들에게 수십 년에 걸쳐 또 다른 상처를 주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일본과 같은 과오를 범하지 않기 위해, 독일과 같이 잘못된 과거를 밑거름 삼아 더 나은 미래로 발전하기 위해 세월호 참사의 진실규명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진실규명을 위해 선체 인양은 반드시 거쳐야 할 필수 과제입니다. 진실 규명은 누군가를 제물로 삼아 공격하는 마녀사냥이 아닙니다. 깊이 남은 상처를 치유하고 새살을 돋게 하기 위한 과정일 뿐입니다. 수천억 원에 이르는 예산도, 혹시나 있을 인양 실패도 우리의 미래를 생각하면 결코 비싼 대가가 아닙니다. 하지만, 이대로 수많은 의혹들을 남긴 채 세월호 참사가 기억 속에서 사라지기를 기다린다면 우리 앞에 발전은 결코 있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선체 인양에 대한 긍정적 검토 입장과 국회 본 회의에서 ‘세월호 선체의 온전한 인양을 촉구하는 결의안’에 합의하기로 했다는 등 아직 돌아오지 못한 가족을 가슴에 품는 가족들에게 희망적인 소식들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선체가 인양된다고 해서 끝인 것은 아닙니다. 그 뒤를 이을 일들은 또 다른 의혹과 상처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그 모든 것들을 감수하며 세월호 참사의 진실규명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은 그것이 지난 1년간 우리 모두를 괴롭고 아프게 했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첫 걸음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당장 고통스럽다고 해서 종기가 난 상처를 그냥 두면 그 부위가 썩어 들어가듯 지금의 의혹들을 그냥 두어 넘긴다면 언젠가는 어떠한 형태로든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썩은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고름을 짜내고 난 후 약을 발라야 하듯 우리 사회 역시 당장 혼란과 고통이 뒤따르더라도 의혹을 해소하고 적극적인 진실 규명을 위한 노력을 할 수 있는 용기를 낼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이신후<전북디지털산업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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