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유착과 부패가 남긴 과제
정경유착과 부패가 남긴 과제
  • 최낙관
  • 승인 2015.04.14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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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한국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는 ‘성완종 리스트’는 메가톤급 쓰나미가 되어 정치권을 덮치고 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극단적인 자살 그리고 그가 남긴 한 장의 금품로비 메모는 현 정치권의 실세들에게 돌을 던진 이른바 ‘망자의 저주’인지 아니면 ‘결백을 주장하기 위한 고인의 독백’인지 그 의도를 단정적으로 가늠할 수는 없지만 이제 그 파장은 검찰 수사로 확대되고 있다.

  검찰이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하면서 이제는 수사범위와 대상에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경향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직접 “대선 때 홍 본부장(홍문종 의원)에게 2억원 정도를 현금으로 줬다“고 말해 2012년 대통령 선거자금 수사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과연 지구상에 정경유착 그리고 부패가 없는 나라가 있는지 스스로 반문해 본다. 물론 100% 순도 높은 청렴국가는 어디에도 없을 거로 생각한다. 그렇다고 우리 대한민국이 면죄부를 받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문제는 우리나라의 정경유착과 부패의 정도가 심해도 너무 심하다는 것이다.

  물론 가깝게는 우리의 기억 속에 선명한 세월호 참사와 이를 야기한 유병언의 정경유착과 비리를 들 수 있지만, 역대 정권 때마다 터지는 기업형 비리와 정경유착 그리고 선거 때마다 튀어나오는 금품수수와 같은 비리와 부패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많아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 것인지 판단이 흐려질 정도이다.

  자신의 사업과 기업의 성공을 위해 정치인에 줄 서고 뇌물을 은밀하게 바치는 사업가와 기업인이 단지 고인이 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뿐일까? ‘경쟁과 혁신’을 파괴하는 경제인은 물론 ‘뇌물과 로비’에 길들여진 정치인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한 우리 사회에 부정부패와 정경유착 같은 반사회적 행위가 과연 근절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한국사회의 부패정도는 국가별 비교를 통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 TI)의 발표에 따르면, 2014년 한국은 전체 175개 조사대상국 가운데 43위를 차지했으며 OECD 가입 34개국 중에서는 지난해와 같은 27위로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우리나라가 2008년 이후 6년 연속 하락과 정체를 지속하고 있어 반부패에 대한 국가적 의지가 있는지 한심스러울 뿐이다. 더 나아가 이러한 부패가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점에서 우리 한국사회의 도약과 미래에 치명적이라는 점이 문제의 핵심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14년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은 144개 국가 중 26위를 차지했다. 재정수지·인플레이션 등 거시경제 지표와 시장규모 등은 좋은 평가를 받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지만, 제도적 요인 중 정책결정 투명성은 133위로 캄보디아보다 낮은 최하위권에 머무르고 있으며 정치인에 대한 신뢰는 97위로 베트남과 우간다보다 낮고, 사법부의 독립성 또한 82위로 후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자 좌표이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가? 박대통령은 ‘성완종 게이트’에 대해 직접 나서 성역 없는 수사를 주문하고 있다. 그렇다. 지금은 청와대는 물론 여야 정치권 모두가 한목소리로 반부패특별법과 특검을 도입해서라도 부패와의 전쟁을 끝내야 한다. 성완종 게이트는 빙산의 일각일 뿐, 부패의 뿌리를 도려내는 아픔을 감내해야 대한민국의 도약은 현실이 될 수 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은 깨끗한 대통령으로서의 이미지가 강한 만큼 진정성 있는 태도를 국민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현 정부가 지향하는 창조경제의 궁극적 지향점이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지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깨끗한 정부를 만들고 나아가 정경유착과 부패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법과 제도를 도입해 청렴국가를 만드는 것이 선행되어야 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최낙관<예원예술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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