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정치는 존재하는가!
희망의 정치는 존재하는가!
  • 백승기
  • 승인 2015.04.14 17: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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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0대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왔다.

 대선을 앞둔 내년 총선은 의회 의석의 과반을 차지하려는 여·야간의 정치적 사활이 걸린 치열한 승부를 벌일 것으로 예상한다. 이번 4월 29일 보궐선거는 불과 4명의 의원을 선출하는 지엽적인 작은 선거임에도 불구하고, 내년 총선과 2017년 대선의 가늠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세간의 많은 관심과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보궐 선거는 대내?대외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치러지는 선거다. 새로운 질서를 요구하는 국민의 희망이 되고, 서민의 밝은 등대가 될 수 있는 후보들이 선택을 받아야 한다. 정치란 “국태민안”(國泰民安) 이라 하였다. 나라를 태평하게 하고 부강하게 하여 국민들로 하여금 인간다운 평안한 삶을 누리게 하기 위한 노력인 것이다. 요즘 정치는 국민의 안녕과 복지보다는 정치인과 정당의 존립을 우선시하며, 존재의 가치를 부여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작동되는 다원적 엘리트주의(Plural elitism)의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정치인들은 정당성과 도덕적 합리를 실현하고자 투표라는 형식과 민주적 절차를 거쳐 국민으로부터 선택받고 있으며, 그 선택은 적당한 불합리도 당선되면 합리가 되어 버리는 초헌법적 행위가 되기도 한다.

 대한민국은 해방 이후 1948년 제헌 및 60년대의 산업화의 태동 그리고 80년대의 민주화를 비롯한 큰 틀의 변화와 5,16 및 유신, IMF 등 다양한 변화 속에서 이념과 노선의 충돌과정을 거치며 성장과 진화를 거듭했다. 천안함 사건과 세월호의 침몰 같은 우발적인 변화 요소들은 진화의 흐름을 잠시 멈추게 하거나 일시적으로 바꾸기도 하였다.

  정치는 시대적 요구와 리듬을 맞추며 진화하기도 하고, 때로는 시대 상황과 정반 하여 돌연 변이적 개체 진화를 하기도 한다. 고대 그리스 인들은 창세 이전의 시대를 혼돈(Chaos)의 시대로 분류하고 있었으며, 혼돈은 새로운 질서로 나아가는 출구이자 이정표라 믿었다. 이처럼 역사의 질서는 순기능과 역기능이 반복적으로 작용하며 합을 이루는 과정의 연속되는 정반합(正反合)의 과정인 것이다.

 대다수 국민의 염원은 선거를 통하여 혼란의 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질서를 창조할 수 있는 새 지도자의 출현을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보궐선거에 출마한 두 분의 호남정치인을 철새와 야권 분열자라는 공분으로 연일 네거티브 공세를 퍼부으며, 마치 지역 패권주의의 죄인인 양 매도하고 있다. 과연 그들은 후보들에게 그렇게 말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 그리고 친노의 정치 프레임에 갇혀 있는 호남의 정치인들은 더 이상 두 후보를 흠집 내지 말고 국민의 선택과 심판을 겸손하게 기다려 보자.

  21세기 미래의 호남정치는 당파적 패권에 기대지 말고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전북의 정치 지형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예전에 비해 중앙에서의 전북 정치인의 목소리는 빈약하게만 느껴진다. 동학의 정신으로 대변되는 “호남의 가치와 이념, 노선의 정치”를 복원하고 호남의 정신으로 재무장하자. 2014년 4월 16일 세월호의 진실은 깊은 바다 밑에서 아직도 추위에 떨고 있는데 엘리트 정치인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선거는 지역 대표를 뽑아 국민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서 하는 투표 행위다. 후보자의 자질과 공약을 판단하는 것은 유권자의 몫이며, 과거의 행적이 그른지 옳은지도 각자 분석하면 된다. 굳이 마이크 잡고 선동할 필요도 없다. 과거의 선거는 공천받으면 당선이 공식이었다. 그런 연유로 누구나 공천만 받으려 했다. 후보자의 자질과는 관계없이 공천받으면 거의 100% 당선이 되기 때문이다.

  아직도 이러한 귀납적 사고의 향수에 젖어 있는 정치인들과 예비 정치 지망생들이 많다. 지난 2014년 지자체 선거는 무소속 단체장들이 대거 당선되었다. 무소속의 당선은 우발적인 변이가 아니다. 새 질서를 갈망하는 시대적 요구의 다른 표현이며, 혼돈의 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질서의 입구로 들어가고 있음을 나타내는 반증적 현상이다.

  중세 이후 산업사회의 태동을 견인한 프란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은 인간은 ‘사고의 함정과 편견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하며 ‘마음의 우상’을 지적한다. 개인의 특수성으로 인하여 생기는 ‘동굴의 우상’과. 판단의 흐림과 당파적 전통이나 권위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을 가리키는 ‘극장의 우상’은 버려야 할 중요한 편견 중의 하나이다. 인간은 고유한 동굴과 검증되지 않은 주관적인 신념과 선입견을 가지고 있어서 객관화된 진리를 추구하는데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베이컨은 불안정한 전통이나 선입견, 믿음을 반성 없이 받아들이는 자만한 태도에 대해서 비판하고 있다.

 근대 정치는 책임 있는 리더가 없는 거대한 함선과도 같다. 혼돈의 바다를 안전하게 항해하기 위해서는 유능한 정치 디자이너와 나침반이 필요하다. 그릇된 우상의 편견을 제거하고, 자신만의 답답한 동굴에서 헤쳐 나와야 한다. 그리고 지역 패권주의와 야합 및 돈으로 얼룩진 정치에서 벗어나자. 참 정치는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어 사람의 향기가 나와야 희망의 정치라 할 수 있다. 상처와 실망으로 얼룩진 국민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보듬을 수 있는 큰 바위 얼굴을 오늘도 간절함으로 기다린다.

 백승기<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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