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열어드립니다
문을 열어드립니다
  • 김보금
  • 승인 2015.04.12 15: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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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번 안아 주세요”

 이제 마흔을 갓 넘긴 그녀의 어깨는 한겨울의 나목처럼 메말랐다. 혼자서 고등학교, 중학교 아이를 키우는 것이 큰 죄인 인양, 말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워 한다.

 팍팍한 삶이 힘겹다는 그녀에게 내가 지금 해줄 수 있는 일은 이야기를 들어주고 꼭 안아주는 일밖에 없다. 나이 몇 살 더 들었다는 이유로 섣부른 조언이나 충고를 하기에는 이미 그녀는 몸으로 세상공부를 배웠기 때문이다.

  여자에게 마흔이라는 나이는 결혼하고 아이 키우며 나름 멋도 내고 살림하는 재미를 알아가는 때이다. 하지만, 요즘 센터에 주 고객층은 대부분 40-50대이다.

 대부분 우리 직원들과 상담이 이루어지지만 다급한 맘에 필자를 찾아오는 그들의 이야기를 외면할 수 없다. 일이 필요하고 경제적인 어려움과 외로움을 이야기하다 보면 그 나이를 지나온 선배로 자매애로 고개가 먼저 끄덕여진다. 하지만, 손 놓고 울기에는 시간이 아깝다. 지금의 현실은 어렵지만, 현실은 바꾸라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그녀들과 희망을 찾아가는 작업들은 가슴이 벅찰 정도로 난 행복하다.

  지난주 부터 많게는 하루 350여 명의 여성들이 교육받고 있다. 교육내용은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한 달 교육 120시간과 3개월 교육 360시간으로 나누어진다. 그녀들은 아침 9시 교육을 받기 위해 동동거리며 부지런하게 집안 정리하고 올 것이다.

  교육과목은 사무직에서 반도체, 자동차, 고객상담사, 한식조리사,방과후교사등 다양한 내용을 가지고 교육이 진행되고 있으며 맞춤형 직업교육생 80% 이상은 취업이 가능하다.

 과거에는 업무와 관련된 기술이 교육의 주된 내용이었다면 지금은 과목별 20% 이상이 인문학적 틀에서 다루는 강의다. 여성의 일. 엄마의 일에 대한 노동가치는 무엇인가? 구성원과 갈등이 발생하였을 때 어떻게 해결할까? 노후를 위한 재무관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같은 일을 하는 선배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대화하는 시간이 마련되어 있다.

  이번 주부터는 특별한 손님 20명이 오후 1시부터 오고 있다. 이들을 모셔갈 기업은 이미 수요조사를 마친 상태이고 교육생 탈락이 없다면 거의 취업이 가능하다.

 “정말 책임감 강합니다. 일의 효율성이 100% 이상입니다.” 모 기업체 대표의 칭찬이다.

 그녀들은 바로 이주여성들이다. 이미 그녀들의 업무를 지켜보고 효율성을 확인한 기업들의 칭찬은 과찬일 정도이다.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1-2년 이상 그녀들과 일을 한 경험이 있는 기업체에서는 과거와 다른 평가를 하고 있다. 이제 그녀들은 우리 사회의 주변인물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자기 삶에 대하여 주도적이며 1-2년에 한 달 정도의 친정나들이도 기업에서는 기다릴 정도로 꼭 필요한 구성원으로 자리를 잡았다.

  연일 뉴스에서는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았다고 하고 중소기업이 많은 우리 지역에서는 갈수록 어렵다는 하소연이다. 전문가들은 사는 것이 팍팍한 세상에 한쪽 뇌에서는 스트레스로 에너지가 소진되어 날카로운 날처럼 되었다면 그래도 한쪽 뇌에서는 지친 뇌를 위로하는 연민 물질을 생산한다고 한다.

  부족하지만, 그녀들의 지친 뇌를 교육과 취업이라는 연민 물질로 더욱 뜨겁게 희망의 문을 열어주고 싶다.  “어여들 오세요”

 김보금<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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