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과정 예산 갈등 언제까지
누리과정 예산 갈등 언제까지
  • 소인섭 기자
  • 승인 2015.04.10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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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어린이집 원장들이 감사원 앞에서 전북도교육감의 누리예산 편성을 촉구하고 있다. 전북어린이집연합회 제공.

 누리과정 문제를 교육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국가에서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라는 시·도교육청의 주문이 먹혀들지 않고 있다. 정부는 여전히 예산 계획서를 세워 보내란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어린이집 원장들은 돈이 없다는 전북도교육청의 재정 상태를 심사해달라고 감사원에 청구하기까지 했다.

전북도의회는 영유아 보육법을 개정해 안정적인 누리예산을 확보해야 한다며 국회에 입법 청원서를 제출했다. 속 터지는 이는 이 뿐만이 아니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고 있는 학부모들이다. 유치원으로 아이의 발길을 돌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누리과정 예산 지원을 둘러싼 수요·공급자들의 복잡한 속내를 들여다본다.
 
 ▲보육료 안 받겠다고 했지만

 전북도내 누리 예산을 지원받는 어린이 4만7,000여 명 가운데, 지금 한창 논란이 뜨거운 보육에 해당하는 만 3~5세 어린이집 아동은 절반가량. 지금의 부담 주체 논란이 종식되지 않으면 당장 이달부터 이 아동들은 누리예산 지원을 받지 못한다. 학부모가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어린이집연합회는 최근 “학부모에 지불토록 하지는 않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이것은 한시적 결단에 불과하다.

    A 어린이집 원장은 “지원되지 않을 경우 3개월을 넘기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문 닫는 곳이 속속 나타나 유·보통합 과정의 진통을 톡톡하게 겪을 것이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바꿔 말하면, 살림살이가 어려워진 어린이집이 보육료 면제를 오래 끌고 가진 못할 것이란 말이다. 실제 원아 수가 지난해와 비교하면 30%나 줄었다는 어린이집 원장들의 하소연이 많은 가운데 보육료까지 안 받고 버티기는 어렵다. 이런 마당에 펼쳐지는 유치원들의 공격적 마케팅에 대한 원망도 터져 나온다.

 ▲영유아 보육법 개정 입법 청원

 어린이집의 위기가 백척간두에 놓였다는 표현이 맞을 듯하다. 이 때문에 지난해부터 거리로 나섰지만 정부와 교육청은 꿈쩍하지를 않는다. 급기야 지난 9일 전북어린이집연합회(회장 김옥례)는 감사원에 도교육청의 재정상태를 심사해달라는 취지의 심사청구서를 제출했다. 연합회는 도교육청이 유치원은 지원하면서 어린이집은 지원하지 않아 유아 평등권과 예산집행의 형평성을 버림에 따라 그 피해를 고스란히 어린이집이 받으면서 생존권을 위협받아 심사를 청구한다고 적었다. 감사원의 심사 결정은 청구를 수리한 날부터 3개월 이내에 한다.

 같은 날 전북도의회 누리과정 예산확보지원특별위원회(위원장 정호영)는 국회에 안정적인 누리예산 확보를 위한 영유아 보육법 개정 입법 청원서를 제출했다. 누리과정 예산의 근본적인 문제인 부담주체를 명확히 하려는 뜻이 담겨 있다. 접수된 청원은 보건복지위에 회부해 90일 이내에 본회의 회부 여부를 결정 짓는다.

 연합회는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도교육청에 대한 서운함을 표현했지만 실제 심사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입법청원조차 부담 주체를 국가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쉽지 않아 보인다.

 ▲교육부, 부족예산 지방채 발행 압박

 정부는 현재 시·도교육청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달 25일 부교육감들을 불러 시·도교육청 부담의 누리예산 계획서를 세워 제출하라고 했다. 어린이집 누리예산(전국)으로 목적예비비 5,064억 원과 정부보증 지방채(교부금 지방채) 8,000억 원을 지원할 테니 부족 예산은 시·도교육청이 자체 예산을 조정하고 교육청 부담 지방채를 발행해 해결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전국 어린이집 예산 미편성액은 1조7,657억 원으로, 목적예비비와 정부보증 지방채 총 1조3,000억 원을 지원받더라도 여전히 4,600억 원 이상의 부족분을 부채인 지방채를 발행해 조달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최근 수도권 교육감들은 정부가 누리과정 문제를 교육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국회와 함께 책임지고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누리과정 어린이집 예산의 국고 지원과 국회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을 통한 해결을 말한 것이다.
 
 ▲전북도교육청은 국고지원 원칙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전북도교육청이 편성하는 것을 기대하기란 현 시점에서는 어렵다. 보육은 정부사업이므로 정부의 예산 지원이 없는 한 추가 예산 배정은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국무총리 산하(국책 연구기관) 교육정책연구기관인 한국교육개발원도 교육부가 의뢰한 지방교육재정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서 “누리과정은 국가의 정책적 추진 사업이므로 당연히 국고 보조로 지원돼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10일 누리과정의 국가책임을 강조하고 교부금 부담 지방채를 8,000억 원으로 제한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전북도교육청은 교육부의 예산 계획서 제출 요구에 국고지원 원칙을 고수했다. 지방채를 발행해 지원은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3개월치 누리과정 예산을 국고보조금 202억 원으로 세입을 편성, 집행한 도교육청은 9개월분 615억 원(1년 817억 원 소요 예상) 가운데 430억 원을 교부금 지방채로 하고 나머지는 지방채를 발행해 자체적으로 채우라는 식의 교육부 요구안에 따를 수는 없다는 것이다. 17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충북 등 11개 교육청은 부족 예산을 전액 편성할 뜻을 밝혔고 나머지는 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았거나 일부만 편성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도교육청 싸잡아 비난

 교육 수요자와 공급자들은 정부와 도교육청에 화살을 돌리고 있다. B 어린이집 원장은 “누리과정은 처음부터 황우여 장관이 책임지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국가가 책임져야 할 상황이다”면서도 “학부모를 담보로 잡는 교육감마저 똑같아서는 안 된다”고 양측을 비난했다. 어린이집연합회는 13일부터 전북도청 도민광장서 예산확보 투쟁 결의대회를 가진 뒤 도교육청까지 거리시위를 벌일 예정으로 있는 등 사태해결 때까지 무기한 릴레이 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소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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