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통죄 위헌결정 이후
간통죄 위헌결정 이후
  • 유길종
  • 승인 2015.04.08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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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 26일 헌법재판소는 간통죄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렸다. 그동안 모두 네 차례에 걸쳐 간통죄에 대해 위헌제청이 되었지만 모두 기각되다가 드디어 이번에 위헌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위헌결정의 이유는 간통죄 처벌 조항이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고, 개인의 사생활 영역에서 벌어지는 일을 국가가 형벌로 다스리는 것이 적정하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에 간통죄에 대해 위헌결정이 내려지기 이전에도 간통에 대한 처벌 수위는 점점 약해져 왔다. 필자의 기억으로 1990년 무렵에는 간통 피의자는 대부분 구속되었고, 합의가 되지 않는 한 실형을 선고받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간통죄로 인정된 사람이 불구속으로 재판을 받거나 집행유예를 선고받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서 간통죄에 대한 처벌이 점점 약해져서 근래에는 구속을 당하거나 실형에 처하는 경우를 보기 어려워졌다.

    실제로 지난해 전국적으로 간통죄로 구속된 사례는 없었고, 제1심 선고를 받은 769명 가운데 9명만이 실형을 선고받고, 나머지 456명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으며, 재판 도중 합의를 한 304명은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받았다고 한다. 2013년과 2012년에 실형을 선고받은 인원도 11명과 18명에 불과하고, 432명과 500명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되었다. 처벌의 수위가 낮아진 탓인지 고소 자체도 줄어들어 검찰이 기소한 건수는 2009년 2,304건, 2010년 1,698건, 2011년 1,698건, 2012년 1,827건, 2013년 1,564건 등으로 매년 감소하는 추세이다.

 이렇게 간통죄에 대한 처벌수위가 점점 낮아졌던 것은 우리 사회의 전반적 인식이 간통을 형사처벌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으로 변한 것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고, 이번의 위헌결정도 우리 사회의 인식변화가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간통죄 위헌결정의 파장에 대하여는 의견이 분분하다. 첫째는 이혼에 따른 위자료가 상향 조정될 것인지 여부이다. 지금까지는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이유로 인용되는 위자료는 3,000만 원을 넘지 않았다. 이제는 간통하더라도 형사처벌을 못 하게 되었으므로, 이혼할 때 위자료라도 대폭 상향해 주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형사처벌을 못하게 된 사정은 위자료 증액의 사유로 삼을 근거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어떤 사람은 이번 위헌결정으로 불륜행위의 가벌성이 사라졌으니 불륜행위자의 위자료가 과거보다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하나, 형사적으로 처벌하지 못한다고 해서 파탄에 대한 책임이 줄어든 것은 아니므로 위자료가 줄어들 것으로 보긴 어렵다.

 필자는 차제에 위자료가 상향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현재 법원이 통상적으로 인정하는 위자료 액수가 너무 적다. 부정행위로 길게는 수십년, 짧게는 수년간의 부부관계가 파탄되었는데, 3,000만원 정도로 그 정신적 고통이 위자료가 될 리 만무하다. 단순 무식한 이야기이지만, 옛날 같으면 간통죄로 고소해서 징역이라도 살려 반분이라도 풀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 길도 없어졌으니 위자료라도 많이 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둘째는 조금 전문적인 이야기이지만 판례가 ‘유책주의’에서 ‘파탄주의’로 변경될지 여부이다. 지금까지 대법원은 혼인생활의 파탄에 대해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원칙적으로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유책주의‘를 취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위헌결정은 부부의 정조의무나 혼인유지에 대한 책임보다 성적 자기결정권이 더 중요하다고 본 것이고, 결국 법원은 이혼에 대해서도 배우자 각자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혼인유지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방향인 ‘파탄주의’, 즉 혼인관계가 사실상 파탄이 나 유지가 어려울 경우 파탄에 대한 책임여부를 따지지 않고 부부 쌍방 중 누구나 이혼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입장을 취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라는 것이다.

    현재 대법원은 유책배우자가 청구한 이혼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한 상태라 하니 그 결과가 주목된다. 대법원이 기존의 입장을 변경하여 ‘파탄주의’를 취한다면 바람난 배우자도 당당히 이혼을 청구하는 세상이 된다. 아무리 ‘파탄주의’가 흐름이라고는 하지만 여성이건 남성이건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도 길거리로 쫓겨나는 결과가 되지 않도록 보완이 되어야 할 것이다. 어찌 되었든 간통죄가 폐지되는 것으로 인하여 혼인과 가족공동체의 해체가 촉진되거나 가정 내 약자와 자녀의 인권과 복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여러 제도적 보완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유길종<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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