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세월호 진실을 밝힐 때까지
우린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세월호 진실을 밝힐 때까지
  • 윤성호
  • 승인 2015.04.08 1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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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김없이 봄은 다시 왔습니다. 그러나 참으로 잔인한 봄입니다. 활짝 피어난 봄에 우리는 기뻐할 수가 없습니다. 가슴에 묻은 아이들에게, 무엇 하나 달라진 것이 없는 세상을 내려다볼 아이들에게 분노와 부끄러움으로 하늘을 볼 수가 없습니다.

 600만 시민들이 염원했던 진실규명 서명은 휴지조각이 되었습니다. 진실을 철저히 규명하라며, 국가를 개조하겠다던 대통령은 며칠 밤을 차디찬 아스팔트 바닥에서 지샌 유가족을 만나주지도 않습니다. 수사권과 기소권 보장을 거부했던 정권은 특별조사위원회마저 예산을 축소하고 독립성을 훼손하더니 시행령을 만들어 참사 책임자인 공무원들에게 거짓 진실규명을 시키겠다고 합니다. 그들이 말하는 진실은 세월호와 함께 여전히 바닷속에 묻혀 있고 국가 개조는 자본만을 위해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로 억울하게 죽어간 이들은 살아남은 자들에게 우리 사회가 돈이 아닌, 생명이 우선인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죽음으로써 가르침을 주었습니다. 자본을 위한 규제완화와 비정규직 양산이 불러온 비극, 스스로 행동할 수 없는 허수아비 관료조직이 윗선의 지시만 기다리며 우왕좌왕하며 불러온 참사, 구해줄 거라 믿고 기다리던 이들을 코앞에 두고 돈 때문에 구조를 막았던 해경, 7시간이 넘도록 나타나지 않고 엉뚱한 지시를 했던 후안무치한 대통령, ‘가만히 있으라’ 가르친 학교가, 그리고 교육이 일으킨 폭력…. 4·16 이전과 이후는 달라져야 한다고 끝없이 외쳤습니다. 우리 눈으로 확인한 끔찍한 대한민국 자본주의의 민낯을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시계는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진실규명도 국가 개조도 모두 임기응변식 거짓으로 떠들어 대던 박근혜 정권은 노동자를 고공과 굴뚝으로 내몰고, 청년은 일자리 찾아 해외로 나가라고 합니다.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최고임에도 국가 책임은 포기한 채 공적연금마저 자본의 먹잇감으로 던져주려 하고 있습니다. 해고는 더 쉽게, 고용은 더 불안하게, 임금은 더 낮게 바꾸고, 공공부문에 대한 민영화를 통해 자본을 위한 정책을 더욱 노골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시민들이 세월호 참사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오열하고 자신의 삶을 근본부터 반성했습니다. 어린 영혼들을 먼저 보낸 죄인으로, 잊지 않기 위해 촛불을 들었고, 먼 길을 함께 걸었으며, 거리에서 피켓을 들었습니다. 돈이 아닌 생명이 우선인 사회를 새롭게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하고 또 곱씹으며 실천해 왔습니다. 그저 묵묵히 국가를 믿고 정부를 믿고 자신의 할 일을 최선을 다해 살아오며 순박하고 선하게 살던 대다수 시민들은 이제 더 이상 4·16 이전의 국민이 아니며 우리 교사들도 4·16 이전의 교사가 아닙니다.

 다시 4.16. 지금 국가를 믿고 정부를 믿으며 가만히 순응하는 시민으로 살아간다면 제2, 제3의 세월호 참사가 되풀이될 것입니다. 이 순간에도 일터에서 내쫓기고 빈곤에 시달리며 죽어가는 모든 이들이 세월호입니다. 책임자인 박근혜 정권이 유지되는 한 진실은 절대 규명할 수 없다는 절망감이 우리 교사들을 ‘가만히 있지 않고 행동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진실을 묻고 가진 자들만을 위한 나라로 만들려는 박근혜 정권에 저항하고 투쟁하고 실천하는 것만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입니다.

 우리 교사들은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과 함께 세월호 선체를 온전하게 인양하게 할 것이며 진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힐 것입니다. 박근혜 정권에 참사의 책임을 분명히 묻고 책임자가 처벌될 때까지 싸울 것입니다. 가진 자들만을 위한 국가가 아닌 가난하고 선량한 대다수 시민들을 위한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가만히 있지 말라 가르칠 것입니다. 돈이 아닌, 사람이, 생명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 것입니다. 단 한 명의 사람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책임지는 대한민국이 될 때까지, 끝까지 잊지 않고 행동하겠습니다.

 윤성호<전교조 전북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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