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과 함께 하는 시사경제] 워킹푸어
[한국은행과 함께 하는 시사경제] 워킹푸어
  • 김민수 기자
  • 승인 2015.04.07 16: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인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약 2,163시간(2013년 기준)으로 OECD 34개 회원국 중 멕시코에 이어 2위로 길다고 한다. 2000년부터 2007년까지 8년간 부동의 1위를 유지하다가 2008년부터 주5일 근무제 시행 등의 영향으로 근로시간이 조금씩 단축되면서 1위 자리를 내준 것이다. 하지만 한국노동연구원이 분석한 OECD 통계를 보면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데도 한국인의 워킹푸어(Working Poor) 비율은 전체 근로가구의 약 71%로 OECD 평균인 63%를 훨씬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워킹푸어의 사전적 의미는 하루하루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생활보호 수준의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이러한 근로빈곤의 규모를 계량적으로 측정하기 위해서는 좀 더 명확한 개념 정의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OECD가 사용하고 있는 방법에 따르면, 가구원 수를 고려한 균등화 가구소득에서 중위소득의 50% 미만을 빈곤가구로 정의한 후, 빈곤가구 중 15세 이상 64세 이하인 취업상태에 있는 가구원이 있을 경우 그 가구와 그 가구에 속한 가구원을 워킹푸어로 정의한다.

새로운 빈곤의 양상이라고 할 수 있는 워킹푸어의 발생과 증가 원인은 크게 다음과 같이 몇 가지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첫째, 비정규직의 증가와 임금저하를 들 수 있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기업들은 인건비 절감 등을 이유로 구조조정을 통해 정규직을 줄인 대신 비정규직 고용을 크게 늘렸다. 정규직에 비해 일자리의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고 낮은 임금을 감수해야 하는 비정규직의 증가는 일을 해도 빈곤을 벗어날 수 없는 낮은 임금을 받는 노동자를 증가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둘째, 실직자가 증가한 것을 들 수 있다. 금융위기 이후 구조조정 등에 따른 고용율 하락과 이에 따른 가구 소득의 감소도 위킹푸어 증가의 한 원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소득의 양극화와 노동시장에 존재하는 각종 장벽 등을 원인으로 들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여성, 청년층, 고령층에 대한 노동시장의 장벽으로 인해 이들 계층이 낮은 임금을 받는 일자리에 종사하게 되고 이를 통해 워킹푸어가 늘어나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더욱이 이들 계층의 경우 낮은 임금을 받고 있음에도 건강보험, 국민연금, 고용보험 등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상대적인 빈곤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근로자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빈곤에서 벗어날 수 없고 그저 최저수준의 삶에 만족해야 한다면 그 사회는 미래를 기약하기가 어려운 사회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자리 제공이 최선의 복지라는 말이 있듯이 일을 통해 사람들이 더욱 나은 삶을 꿈꿀 수 있고 노동의 대가인 근로소득으로 빈곤을 벗어날 수 있는 희망에 찬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워킹푸어 문제해결에 보다 많은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 같다.

 

 <한국은행 전북본부 기획조사팀 박성준 과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