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관광 효과 극대화의 조건
KTX 관광 효과 극대화의 조건
  • 전정희
  • 승인 2015.03.31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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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호남고속철도(KTX)가 2일 공식 개통된다. 서대전역 경유 논란을 시작으로, 수도권에서 익산역 등 전북 주요 거점역까지의 소요시간이 당초 발표보다 최대 20분가량 늘어난 점, 증편 횟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 등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향후 정차횟수 재조정을 통한 소요시간 단축과 추가 증편, 이용요금 인하 논의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런 상황 탓에, KTX 개통이 달갑지만은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사람과 돈이 빠져나가는 유출을 최소화하고, 유입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 수립을 위해 다함께 머리를 맞댈 때다. 우선 익산역 중심의 광역적 환승 체계를 구축하고, 인접지역 연계 교통망을 확충하는 일이 시급하다. 우리의 강점인 다양한 문화재와 먹거리, 자연환경 등을 KTX와 연계한 품격 있는 관광 상품 개발도 서둘러야 한다. 특히 전북의 찬란한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이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일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 지역 문화재에 대한 보존 및 관리 상태는 다소 문제가 있어 보인다. 최근 문화재청과 전북도가 도내 문화재 422곳의 관리 및 보존 실태를 점검한 결과, 100곳이 ‘보수·정비가 필요’한 E등급을 받았다고 한다. 관리상태, 안전 위험도, 훼손 정도 등 평가기준에 따라 등급을 매기는데, ‘즉시 조치’인 최하위 F등급을 가까스로 면한 것이다. 여기에는 고창 선운사 대웅전을 비롯해 부안 내소사 대웅보전, 남원 실상사 백장암 석등 등 도내 대표적인 관광 명승지에 자리한 보물도 다수 포함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경찰은 지난해 8월 국가 및 자치단체 지정 중요 문화재에 불량 불꽃감지기를 납품해 온 소방방재업체를 적발했는데, 당시 전북의 경우 보물급 문화재 21곳에 설치된 78개 불꽃감지기 중 19개가 이 업체의 불량 제품으로 밝혀졌다. 문제는 이 중 최근까지 교체된 것은 5개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보물 제308호인 전주 풍남문을 비롯해 보물 제425호 익산의 송림사 보광전, 보물 제272호 장수의 향교 대성전, 보물 제150호 부안 김상만 가옥 등 7곳의 14개 불량제품이 반년이 넘도록 방치된 것이다.

 우리가 문화재에 대한 보존과 안전관리를 강조하는 것은 우리 민족의 혼이 담겨 있고 정신이 깃든 소중한 유물이기 때문이다. 과거 우리는 600년 역사를 자랑하는 국보 제1호 숭례문을 잿더미로 만들어버렸다. 그동안 우리가 역사와 전통, 문화유산을 지키는 데 얼마나 무관심했는지 알 수 있는 부끄러운 모습이었다. 그런데도 우리 지역의 상당수 문화재는 여전히 화재위험에 노출돼 있다. 불량제품 설치 사실이 확인됐다면, 긴급예산을 투입해서라도 즉시 교체하는 것이 상식이다. 정부차원의 종합적인 정비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향후 문화재청이나 지방자치단체가 전문성을 보유한 기관과 합동으로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보수·정비가 필요한 경우 소요 예산을 국가가 지원하는 방안이 적절할 것이다.

 아무리 위대한 유산일지라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문화재적 가치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문화재 활용이 문화재 보존의 근본 방도일 수 있다. 단순히 관람 중심에서 벗어나 체험을 통해 문화재를 향유하는 방식으로의 정책적 전환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문화재에 내재한 의미와 고유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해 재창조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문화재는 지역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역사적 산물이자 수익성 높은 관광자원이다. 호남KTX 개통으로 2020년에는 전북을 찾는 관광객이 지금보다 최대 100만명 가량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지금이라도 문화재 보존과 활용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KTX로 말미암은 관광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전정희<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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