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공항의 힘, 청주와 전주 20년 만에 뒤바뀐 운명
국제공항의 힘, 청주와 전주 20년 만에 뒤바뀐 운명
  • 박기홍 기자
  • 승인 2015.03.29 15:14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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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주 국제공항에서 충북도청은 약 8km가량 떨어져 있다. 길이 막히지 않으면 승용차로 10분 거리다. 충북도청을 낀 청주시 상당구 문화동 거리엔 중국어로 쓴 간판을 쉽게 볼 수 있다. 여행사마다 ‘중국 비자+할인’이란 문구를 내걸고 고객을 유혹하고 있다. 화장품 가게도 중국어 안내가 필수다.

 한 지역 내 비즈니스의 간접 척도인 호텔 기반도 늘려가고 있다. 지금까지 청주엔 23개의 호텔이 성업 중이었는데, 앞으로 11개가 더 늘어나게 된다. 대규모 호텔이 이미 착공했거나 준공한 상태여서 조만간 호텔 지도까지 확 바뀌게 된다. 호텔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항이 있으니 인근 오창과학산단과 오송생명과학단지 방문객도 증가 추세”라며 “일본과 인도 중국 등에서 온 해외 비즈니스맨 중에 3개월 안팎의 장기투숙하는 사례가 많아 신규 호텔이 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청주에 30여 개의 호텔이 있는 것은 국제공항 효과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청주는 공항이 지역발전의 동인(動因)임을 그대로 보여준다. 국제공항이 되살아나며, 기업들이 공항 배후지역으로 이동하고, 이들이 지역 내 고용과 투자를 늘리는, 이것이 다시 공항을 활성화해 지역경제가 또 발전하는 ‘선순환 고리’를 확인해 준다. 공항을 통해 청주를 방문한 외국인은 지난해에만 38만 명을 넘어섰다. 이들이 청주에서 1인당 최소 30만 원만 썼다 해도 연간 1천억 원의 막대한 자금이 국제공항을 통해 들어왔다는 산술적 계산이 가능하다.

 청주시내 C 여행사의 A 대표는 “재작년만 해도 중국 관광객은 서울과 제주만 선호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청주에 와서 하룻밤 잠을 자고 청남대를 거쳐 수도권을 관광하는 중국인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청주 여행사들이 중국인 체류형 관광으로 유도하면서 지역경제에 떨어지는 돈도 더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청주공항의 중국인 이용객은 올해도 급증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전북 연고의 이스타항공은 올 4월에만 4만 명 이상의 중국인 이용객을 예상하고 있다. 중국 여행사들의 요청에 따라 정기노선과 별도로 뛰는 부정기 노선만 올 4월에 60편에 이른다. 이스타항공 청주사무소의 한 관계자는 “청주에 오송과 오창 산단 등 성장동력도 있지만 국제공항이 존재하기 때문에 3배, 4배의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라며 “공항을 통한 기업들의 고용과 투자 효과는 자로 재기 어려울 정도로 막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관광객과 돈이 몰리니, 인구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청주의 인구는 작년 말 현재 84만2천 명으로, 1년 전보다 1만 명 이상 늘어났다. 청원과 통합되기 직전의 청주 인구만 따진다 해도 2013년 6월 현재 67만 명을 기록, 전주시(65만 명)를 넘어섰다. 낙후벨트의 대명사였던 전북과 충북, 그 도청 소재지인 전주와 청주의 운명이 불과 20년 만에 뒤바뀌었다는 말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만하다.

 청주공항이 처음부터 잘나간 것은 결코 아니다. 청주시 상당구 주중동과 청원군 내수면에 있는 공항의 전체 부지면적 674만㎡에 활주로 2본과 터미널, 계류장 등을 갖춘 중부권 거점공항이다. 지난 97년 문을 열었지만 이듬해 IMF 외환위기 때 5개의 정기노선이 모두 폐지되면서 시련을 길을 걸었다. 한때는 국내 10여 개 공항 중 골칫덩어리로 전락했다. 국내선 운행횟수가 조금씩 늘었지만, 활성화에 도움이 되려면 어림 턱도 없었다. 하지만 민·학·산·관이 4각 협력체를 구축해 방향을 잡았고, 지금은 지역경제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국회 이상직 의원(전주 완산을)은 “국제공항이 지역에 미치는 경제·사회적 효과는 엄청나다”며 “관광객 유치, 제조업 고용 창출, 호텔과 컨벤션센터 등 서비스업 기반 확충 등 모든 산업이 공항 건설의 영향권에 포함된다”라고 말했다. 청주는, 국제공항이 없는 전북에 많은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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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사람 2015-03-30 22:56:30
공항이 있는 광주와 공항이 없는 대전과 비교해볼까요? 광주는 공항이 있는데도 공항이 없는 대전보다 인구가 더 적어졌습니다. 무안이 국제공항 있다고 발전하나요? 국제공항이 있는 대구도 인구가 계속 줄고 있습니다. 부산도 마찬가지...
대전사람 2015-03-30 22:42:42
대전과 충남,경기도가 우리도 국제공항있어야 된다고 국제공항지었으면 청주공항은 무안공항처럼 되었을 것이고 모두 함께 망했을겁니다. 공항은 집중해서 밀어줘야합니다. 그리고 충북,충남북부 인구증가는 수도권확대 때문이지 절대로 공항때문이 아닙니다. 수도권과 먼 충남북 남부지역은 현재도 계속 인구가 줄고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