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타당성조사 개선해야
예비타당성조사 개선해야
  • 김춘진
  • 승인 2015.03.29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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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이 시작된 지도 3개월여가 지났다. 정부의 각 부처는 10월 국회에 제출할 2016년 국가예산편성 작업을 시작하는 시기이다. 각 지방자치단체장과 담당자들은 각 부처를 방문하여 사업실시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정부안에 예산이 반영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재정자립도가 열악한 우리 전라북도의 각 시·군은 국비확보에 사활을 걸 수 밖에 없으며, 각 지자체는 조금이라도 더 지역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눈물겨운 예산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대규모 국책사업과 도로·항만 등의 신규 사업의 유치는 낙후된 지역경제를 살리고 발전시킬 수 있는 촉매제 역할을 하기에 더욱 치열한 경쟁을 치러야 한다. 총사업비가 500억 원 이상이고 국가의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신규 사업의 경우 예산편성에 앞서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하기에 더욱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만 한다.

 특히 현행 예비타당성 조사 제도가 비용편익비(B/C)분석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어 수도권을 제외한 농어촌지역사업이 예타를 통과하기란 하늘의 별따기 만큼 힘든 상황이다. 서울과 수도권지역의 국책사업이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가 용의한 반면, 지방의 경우 넘지 못할 벽으로 작용하고 있어 지역균형발전을 저해 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큰 상황이다.

 예비타당성 조사제도는 대규모 공공투자사업에 대한 사전 타당성 검증·평가를 통해 재정사업의 신규투자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결정함으로써 예산낭비를 방지하고 재정운영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1999년 도입된 제도이다. 과거에는 예타제도의 법적근거만 법률에 규정되어 있었을 뿐, 실질적인 조사 및 면제대상을 시행령에서 정하고 있어 행정부의 자의적인 집행이 이루어졌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국가재정법상에 예비타당성 조사의 구체적 내용을 담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국가재정법상 예비타당성조사 제도가 도입된 지 16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경제성분석 등을 통해 예산낭비를 막고 타당성 조사의 투명성을 높였다는 점은 인정하나, 지역균형발전에는 역행하고 있다고 본다. 서울 등 수도권의 경우 인구밀집으로 인해 도로와 철도, 지하철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가 탈락하는 경우를 찾기 어렵다.

 그러나 지방의 경우 꼭 필요한 도로 하나를 건설하려고 해도 인구감소로 인하여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는 것이 쉽지 않다. 지역에 필요한 인프라 구축은 더욱 어려워졌고, 인구감소가 반복되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제도운용이 지속한다면 수도권과 지방간의 불균형은 더욱 심화할 것이 분명하다.

 필자 또한 국회에 들어온 이후 부안군을 연결하는 23번 국도의 확·포장 사업 추진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으나, 예비타당성 조사라는 큰 벽을 넘기기 쉽지 않았었다. 현행 국가재정법 제38조 2항 10호에는 “지역 균형발전, 긴급한 경제·사회적 상황 대응 등을 위하여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이 필요한 사업”에 대하여는 일정한 절차를 거쳐 예타를 면제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이 또한 실효성 있게 운용되지 못하고 정치적 판단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대한민국 헌법 제123조 2항은 “국가는 지역 간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하여 지역경제를 육성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행 국가재정법상의 예비타당성 조사 제도는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지역균형발전에 역행하여 수도권과 지방간의 균형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수도권과 지방간에 예타가 필요한 총사업비 규모와 조사방법에 차등을 둘 필요가 있다.

 특히 비수도권 지역 예비타당성 조사의 경우 경제성 분석보다는 정책적 분석에 배점기준을 높여 지역균형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설계가 필요하다. 예비타당성 조사제도가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지역균형발전을 구현할 수 있도록 합리적 차이를 두어 지방에 꼭 필요한 사업들이 진행될 수 있도록 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

  김춘진<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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