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장인 6인의 특별한 무주 나들이
부채 장인 6인의 특별한 무주 나들이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5.03.26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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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그 가치를 인정받는 명품인 전주 부채. 조선시대, 바람의 땅 전주에서 생산된 부채는 임금에게 진상할 만큼 질이 좋기로 유명했다. 굴곡진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그 전주 부채의 역사와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부채명인들의 혼과 열정이 담긴 작품이 산 넘고, 물 건너 무주에서 전시되고 있다. 사람의 향기가 스며든 전주 부채에는 벌써부터 봄바람이 일렁인다.

 최북미술관과 전주부채문화관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6인의 부채전’이 6일부터 4월 30일까지 무주 최북미술관 2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기획전은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6인의 작품을 통해 지역 문화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한 자리. 일본과 미국, 유럽 등에서는 이미 한국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전주 부채를 만드는 무형문화재들의 작품을 한 데 모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6인 6색의 특별한 개성과 예술성으로, 세대와 세대를 촘촘하게 이어온 전주 부채는 실용을 뛰어 넘어 예술의 한 장르로서 그 가치와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전시회에서는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10호 선자장 김동식, 박인권, 엄재수의 합죽선을 비롯해 방화선, 조충익의 단선, 그리고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51호 낙죽장(불에 달군 인두로 대나무의 표피에 글씨나 그림을 그리는 장인) 이신입의 합죽선 등 50여 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김동식 선자장은 고종임금에게 부채를 진상했던 부채명인 고(故) 라학천 선생의 외증손자로, 외삼촌 고(故) 라태용 선자장의 대를 이어 지난 2007년 전북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그의 손끝에서 완성되는 부채는 단아한 멋이 일품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옻칠 자개선과 염색 옻칠선, 흑염색 옻칠선 등 한층 우아하면서도 은은한 빛깔을 품은 합죽선을 선보인다.  

 지난 2013년에 전북도 무형문화재가 된 박인권 선자장은 전통 부채의 맥을 이어가면서도, 영화나 드라마에 합죽선을 협찬해 합죽선의 대중화에도 힘을 쏟고 있는 인물이다. 부채의 변죽에 가죽과 어피를 오려 붙여 합죽선의 고급화와 다양화를 고민하는가 하면, 부채 선면에 황칠을 해서 더욱 품위가 느껴지는 황칠선 등을 내놓았다.

 엄재수 선자장은 합죽 어피 주칠선과 합죽 대모 칠선, 일반적인 부채의 형태와는 다른 합죽 반죽 대륜선 등의 작품을 선보인다. 오랜 기간 어피 연구에 몰두해왔던 엄 선자장. 조선 후기 사치품 중 하나인 안경집, 도장집 등의 고급 물품의 외장재로 사용됐던 어피가 합죽선을 만나면서 화려함이 극대화된 모습이다.

 고(故) 방춘근 선자장의 맏딸로 부채 가업을 이어가고 있는 방화선 선자장은 부채 중에서도 단선을 만든다. 전북도 무형문화재 중 유일하게 여성인 그는 여성 특유의 심미적 감각을 살린 멋스러운 부채를 보여준다. 전통적인 색과 패턴을 이용한 태극선에서부터 모시로 만든 특별한 느낌의 태극선, 무궁화 모양의 단엽선 등 부채 선면의 형태나 손잡이 형태를 변형한 다양한 디자인의 부채를 보여준다.

 조충익 선자장은 지난 80년 대 후반 태극선으로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탄 장인이기는 하지만, 대나무 살대를 인두로 휘어서 작업하는 곡두선과 공작선, 연입선 등 부챗살을 이용해 독특함과 미적 감각을 투영한 작품으로 지역에서는 더더욱 유명한 이름이다. 선자장이 만든 햇빛을 가리는 역할을 하는 둥그런 모양의 윤선은 연잎 모양으로 그 각도와 곡선미가 아름답기 그지없다. 연꽃 그림이 소담하게 담긴 연화문 효자선은 어른을 부쳐 주는 부채로 그 이름값을 한다.  

 이신입 낙죽장은 빼어난 낙죽실력으로 다른 선자장들과는 차별되는 개성을 소유한 무형문화재다. 부채를 제작하는데 있어서 가장 까다롭다는 낙죽 작업은 인두의 온도에 따라 농담이 크게 갈리기 때문에 매 순간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작업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부채의 속살과 변죽에 올린 화려한 무늬는 물론, 선면에 사슴과 말, 용의 모양을 그려 넣은 낙화 작업을 한 부채도 감상할 수 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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