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외길, 남원 운봉목기 박수태
60년 외길, 남원 운봉목기 박수태
  • 김민수 기자
  • 승인 2015.03.26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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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목기 외길… 남원운봉목기 박수태 씨

“목기(木器)라고 하면 단순히 제기(祭器)만을 생각하는데 사실 일상생활에서 쓰는 생활목기가 더 많습니다. 작업방식은 옛날식이지만 지금도 연구하는 이유가 여기 있지요. 모든 분들이 필요로하고 또 써서 만족하는 목기 제작을 위해 오늘도 작업장으로 나섭니다.”

지리산의 정기가 살아 숨 쉬는 남원은 예로부터 국내 목기 생산, 판매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전통과 유명세를 자랑하는 고장이다. 이곳 목기의 고장 남원에 옛 방식 그대로의 수작업을 통해 목기의 맥을 잇고 있는 ‘목기백골’ 명인이 묵묵히 60여 년 세월을 지켜내고 있다.

 올해 일흔셋의 나이에도 재료로 쓰이는 나무의 선별에서부터 숙성, 깎는 작업, 칠까지…, 목기에 관한 모든 것을 해내는 그는 ‘남원운봉목기달인’으로 불리는 박수태 씨.

목기 달인인 그를 만나기 위해 지난 25일 작업장과 전시, 판매장이 함께 있는 남원시 운봉읍(운봉목기공방)을 찾았다.

 생각보다 넓은 작업장에 들어서는 순간 중앙에 배치된 오래된 난로에 잠시 시선이 멈추는가 싶더니 이내 마치 시골 방앗간을 연상케 하는 작업대에 눈길이 갔다.

 ‘어떤 기구인지 알고 싶다.’라는 물음에 박 씨는 “이것은 족닥기하는 기계인데 일본강점기 당시 아버지가 처음 만들어 사용하던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보기엔 허술해 보이는 이 기계를 통해 박수태 씨는 목기와의 인연을 이어오고 있었으며, 이날도 목기 쟁반을 만들기 위해 작업대에서 한참이나 머물러야 했다.
 

▲ 60년 목기 외길… 남원운봉목기 박수태 씨

박수태 씨의 목기 인생은 그 나이 17세로 돌아간다. 남원중학교를 졸업하고 고교 진학을 포기한 후 부친인 박건문 씨의 뒤를 이어 목기 제작에 뛰어든 것이다.

 당시 쓸만한 나무를 구하기 어려운 시절이었지만 지리산 자락을 돌며 원목을 구한 후 운반과 건조, 절단 , 초갈이(깎기) 등 각 공정을 거치고 마지막으로 칠 공정까지 목기와 한평생을 보냈다.

그가 만든 운봉목기는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섬세함과 혼이 깃들어 한때 큰 인기를 끌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한 방송프로그램에 목기 달인으로 소개돼 제2의 명성과 함께 전국 각지에서 주문제작이 들어오고 있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값싼 중국산 목기가 기계화를 통해 쏟아져 나오면서 수많은 장인들이 설 곳을 잃고 이제 몇 안 되는 박씨와 같은 장인들이 뒤를 이를 후계자가 없다는 것이다.

 박씨는 “둘째 아들이 제 뒤를 이을 것을 확신한다”고 웃음을 보였지만 “현실적으로 강요는 할 수 없다”며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후진 양성의 어려움에는 무형문화재 등 박씨의 능력이 국가적으로 공인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고 있다. 이 점에 대해 박씨는 “요즈음 젊은이들은 누구 밑에서 기술을 연마했다는 것도 큰 긍지라 생각하더군요. 제가 국가적으로 인정받는다면 지금보다야 낫겠지요”라는 웃음 섞인 답변으로 대신했다.
 

▲ 60년 목기 외길… 남원운봉목기 박수태 씨

 박씨는 날마다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한 의지가 있었다. 새로운 디자인을 개발하고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취재도중 스마트폰을 꺼내 들며 “지인들이나 인연을 맺는 사람들과 카톡이나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도 큰 즐거움이 있어요. 이를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도 얻고 말이죠”라고 말하는 박 씨에게서 목기와의 인연과 그의 노력이 얼마나 깊은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이제 전국에서 알아주는 스타(?)가 되셨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최고라는 것은 없어요. 지금도 새로운 개발에 힘을 쏟고 있지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무형문화재로 선정되면 다시 한번 찾아 소감을 취재하겠다는 말에 목기 달인 박수태 씨는 “손이 떨려 이 일을 못할 때까지 계속 이 자리를 지킬 테니 언제든 찾아오라”며 아쉬운 인사를 나눴다.

남원= 양준천 기자, 김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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