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쓰기 억지로 하면 크게 역효과 나
일기쓰기 억지로 하면 크게 역효과 나
  • 이길남
  • 승인 2015.03.26 15: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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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즐거우면 아이가 부지런해진다

 얼었던 땅이 녹고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니 겨우내 비어서 썰렁하던 들판에 아낙들이 쑥과 냉이를 캐느라 나와 있고 농사짓는 사람들은 논밭 갈고 거름 나르고 씨 뿌리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돌아보니 어떤 나무는 파르스름한 연둣빛, 또 어떤 나무는 불그레한 빛깔로 물이 오르고 노란 산수유꽃, 하얀 매화꽃, 배꽃, 목련꽃, 벚꽃, 살구꽃과 산에 진달래꽃, 길가에 개나리에 이름모를 풀꽃들까지 연이어 피어 꽃이 핀 곳곳마다 봄나들이하는 사람들로 북적대는 바야흐로 때는 봄이다.

  봄은 절기상으로 입춘부터 입하까지라고 하는데 보통 음력 1월부터 3월까지를 말한다.

  꽃이 피고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는 봄을 맞아 우리도 추위에 굳어 있던 몸과 마음에 기지개를 켜고 새로이 시작할 때다.

  학교에서는 담임선생님과 아이들이 새로 만나 서로 익히느라 한 달이 훌쩍 지났다. 그 사이에 각 학교에서는 진단평가를 실시하여 아이의 선수학습 정도를 파악하였고 학교설명회를 갖고 학부모들을 초청하여 수업공개도 하고 학부모 상담주간을 마련하여 담임선생님과 학부모가 사랑하는 아이를 위해 서로 정보도 교환하는 시간을 가졌다.

  교실에서는 담임선생님이 반 아이들에게 필요한 학습지도는 물론 인성함양을 위한 생활지도를 병행하느라 선생님과 아이들 간에 많은 약속과 규칙들이 만들어졌다.

  발표할 때의 수신호는 어떻게 하고 복도 통행할 때에는 어떻게 걷는지 운동장에 나갈 때는 실내화를 신고 나가면 안된다는 등 선생님들의 요구사항이 많아지는 때이기도 하다.

  또 담임선생님에 따라서는 매일 숙제를 내고 일기도 써서 검사맡도록 하는 경우가 있는데 아이들의 학습보충 및 선생님과의 약속을 지키도록 하는 습관지도를 위해 물론 필요한 활동이긴 하나 요즘처럼 방과후수업에 학원 다니기에 바쁜 아이들이 저녁 늦게야 집에 와서 숙제를 하고 일기까지 써야 하는 일은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일기쓰기의 장점이 너무 많고 누구나 일기를 쓰면 좋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므로 일기쓰기는 학교에서 담임선생님이 관심 갖고 지도해주면 말할 나위 없이 고마운 일이다.

  다만 어린 학생일지라도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도록 교육상 필요한 활동만 하도록 해야하며 저학년일 경우에는 담임선생님들이 일기를 읽어보고 답장을 달아주면 아이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데에 효과적이라고 볼 수 있으나 맞춤법이 틀렸음을 빨간 색연필이나 볼펜으로 지적하는 일은 거부반응을 보이기 쉽다.

  무조건 일기를 날마다 내라고 강제하는 일은 크게 역효과를 내기 쉬우며 아이들이 수긍할 수 있도록 일기쓰기에 대한 친절한 안내와 함께 스스로 즐거움을 갖고 써나가는 습관이 길러지도록 해야한다.

  일기를 써낸 아이에게 칭찬과 보상을 해주고 안낸 아이를 나무랄 필요는 없다. 특히 아이 수준에 따라 담임선생님이 읽고 있다고 생각하면 쓰기 싫어할 아이에게는 일기 냈는지 확인만 하는 걸로 하고 담임이 읽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게 하면 안된다.

  만물이 생동하는 봄을 맞아 학교가 재미있어서 얼른 가고 싶어서 일찍 일어나 서두르는 아이가 되도록 조금만 더 생각해보자.

<이길남 격포초등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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