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유한함을 인식한 환경정책 입안과 수행
자연의 유한함을 인식한 환경정책 입안과 수행
  • 김현수
  • 승인 2015.03.25 17: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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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어려서부터 수많은 착각을 하면서 살아가는데, 그 중 하나는 내 주위의 물리적 또는 추상적 대상이 영원히 그대로일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어린 시절 필자에게는 죽음이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고, 따로 표현은 않았지만 내가 사랑하는 부모님과 가족들이 영원히 함께 할 것이라는 생각을 막연하게 했던 것 같다. 이러한 착각은 특정 사실에 대해 무지하거나,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은 알지만, 그 가능성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하여 무시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자신의 생각과 다른 현실 또는 상황을 접하게 되면 매우 큰 충격을 받게 되는데, 어릴 적 큰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필자로 하여금 죽음이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인생의 한 부분이라는 사실을 깨우쳐주었고, 그 후 청소년기의 대부분을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고민하게 했던 기억이 있다.

 죽음이라는 추상적 개념과 물리적 환경을 연결시켜 말하는 것이 논리의 지나친 비약이 아니냐는 소리를 들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자연에 대해서도 비슷한 착각, 즉 우리 주변의 환경과 자원이 영원히 변치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 이러한 착각은 인간이 자연환경을 이용하고 관리하는 태도에 영향을 미쳐 후세에 유산으로 남겨줄 환경을 깨끗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약화시킨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매일 호흡하는 공기의 양이나 지구 표면의 70%가 넘는 면적을 차지하는 넓은 바다를 생각하면, 이들의 변화를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실제로, 지구가 태양과 함께 수명을 마칠 50억년 후까지 존재하는 물의 총량은 그대로 유지될 거라 말할 수 있다. 또한,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은 그 총량은 유한하지만, 바다나 강, 호수, 대기중의 수증기를 포함한 다양한 저장소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순환하기 때문에 지역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인간은 항상 일정량의 수자원과 접촉하고 있는 것도 맞다. 문제는, 총량이 일정하다는 사실이 반드시 사용 가능한 양이 일정하게 유지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물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절대적 총량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물의 품질인데 이는 인간활동에 따라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보도에 의하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는 350여개 기업이 약 50만t에 달하는 산업 폐수를 바다에 버린 것으로 집계되었다고 한다. 이는 정부에 보고된 수치로, 음성적으로 투기된 양은 제외된 것이므로 작년에 해양에 투기된 폐기물의 최소 집계치라 생각할 수 있다. 육상 폐기물의 해양 투기는 금지되었지만, 우리 정부는 폐수를 육상에서 처리할 준비가 안 된 기업들을 위해 2016년까지 예외 조항을 두어 이를 합법화시켰다.

 자연환경은 그 규모가 크면 클수록 오염물 유입의 효과가 쉽게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그 위험성을 과소평가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적은 양의 오염물이라도 지속적 유입이 이루어지면 최소한 일부는 느리게 축적이 되어 언젠가 우리가 체감할 정도로 그 효과가 커진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이때, 오염물질의 저감을 통한 원상태로의 환원은 대상 환경의 규모가 크면 클수록 어렵고, 이는 후세대에 엄청난 부담을 안겨줄 수 있다. 그러므로 오염물 투기로 인한 악영향을 인식하고 이를 근절시키겠다고 생각을 했다면, 즉시 또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정책을 집행해야 한다.

 정부가 기업활동의 위축을 막아 경제 활성화를 이루겠다고 말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바다의 규모가 크다고 해서 한 두 해 더 버려도 괜찮겠지 라는 생각을 정책입안자들이 가지고 있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이러한 사고의 방향은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향후 정책의 입안에 고스란히 반영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1969년에 제정되어 전 세계 환경정책에 큰 영향을 끼친 미국의 국가환경정책법 (National Environmental Policy Act)은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를 자연환경의 주인이 아닌 수탁자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는 자연을 잠시 맡아 관리하다가 다음 세대에 건강한 환경을 물려줄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 의무를 잘 수행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고 신중히 처신해야 한다. 끊고 싶지만, 금단현상을 참지 못해 하루 이틀 미룬 금연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듯이, 한 번만 더 라는 생각은 유한한 자연환경에 회복이 어려운 오염상태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인식하고 한발 빠른 대비와 대처로 자연환경을 건전하게 관리하고 후손에게 넘겨주는 수탁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할 것이다.

 김현수<전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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