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사드(THAAD)가 아니라 비핵화다
문제는 사드(THAAD)가 아니라 비핵화다
  • 진성준
  • 승인 2015.03.25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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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를 비롯한 일부 의원들이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 피습 사건을 계기로 사드(THAAD) 도입을 공론화하고 나섰다. 정부가 시종일관 이 문제와 관련해 ‘미국으로부터 사드 도입에 관한 요청이 없었고, 협의도 없었으며 따라서 정부의 입장도 결정된 게 없다’면서 공론화를 공개적으로 반대하는데도 이들은 한사코 사드 의총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 심지어 정부도 사안의 민감성 때문에 아직 입장을 정하지 않았는데도 야당에마저 찬성하라고 윽박지르고 있다.

 이러한 행태는 말만 공론화지 실상은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전형적인 ‘안보’ 여론몰이다. 여권이 ‘사드’를 보수결집용 위기탈출 카드로 사용하면서 심각한 외교적 재앙을 초래하고 있다. 중국과 미국의 외교 책임자가 잇따라 한국을 방문해 공개적으로 국내 여론에 호소하는 외교전을 펼치는 사태가 발생했고, 따라서 우리 정부의 입지는 매우 옹색해져 버렸다.

 경위야 어찌 되었든 사드 도입문제가 논의되기 시작했고, 외교현안이 된 이상 회피할 수는 없다. 차제에 우리의 평화와 안전을 지키기 위한 근본적 대안이 무엇인지 분명히 확인해야 한다. 국익의 관점에서 한반도의 사드 배치가 가지는 함의에 대해서도 철저히 검토해야 한다.

 우선, 사드의 한반도 전개는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를 더욱더 악화시킬 것이다. 사드 배치를 빌미로 북한은 핵과 미사일 전력을 더욱 증강할 것이다. 북한에게 사드는 한미동맹을 통한 군사적 봉쇄와 압박이 강화된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냉전시기 미국과 소련은 전략 핵무기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미사일 방어체계를 앞다투어 개발했고, 더불어 상대의 방어체계를 뚫기 위해 자국의 핵과 미사일을 대폭 증강시켰다. 양국이 1972년 ‘탄도요격미사일제한협정(ABM조약)’을 체결한 것도 이러한 핵미사일 방어체계가 초래하는 역설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북한은 정점 고도 30km 이하의 스커드, KN-02, 신형전술유도무기 등 단거리 미사일을 증강시키며 수도권을 위협하려 할 것이다. 북한의 입장에서 이들 무기는 사드체계로 요격이 불가능하면서도 중·장거리 미사일에 비해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또한, 북한의 격렬한 반발과 이에 따른 군사적 긴장에 따라 향후 남북관계도 더욱 악화할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신뢰프로세스 역시 좌초하고 만다.

 둘째, 사드는 군사기술적 차원에서도 그 효용성이 입증되지 않았다. 특히 사드는 전장 종심이 짧은 한반도 전장 환경과 부합하지 않는다. 2013년 6월 미 의회조사국(CRS)이 발간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탄도미사일방어 : 협력과 반대>라는 보고서는 “한국은 북한에 너무 가까워 미사일이 낮은 궤도로 날아오고 수 분 내로 도착하기 때문에 탄도미사일 방어시스템의 효용성이 크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북한이 미사일을 한두 발만 쏘지 않고 교란용 미사일 수십 발을 함께 쏠 경우 이를 일일이 식별해 방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군사전략적인 관점에서 따져 보아도 제대로 된 창도 없이 방패만 만드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방법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전력을 선제적으로 무력화하는 킬 체인 시스템(Kill Chain System)이라는 창부터 제대로 완비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하겠다.

 셋째, 사드는 동북아에서 미·중 사이의 세력균형에 영향을 미치며 역내 군사적 긴장과 군비경쟁을 초래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중국은 사드 도입에 대해 중국에 대한 미사일 감시망을 구축하여 자신을 포위하는 미측의 공간 지배 전략의 일환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중국이 시진핑 주석까지 나서 적극적인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것은 이러한 인식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돈은 중국에서 벌면서 미국에서 무기 사들여 중국을 위협하는 것이 전략적 협력 동반자로서 가능한 일이냐”는 목소리가 중국 내에서 터져 나오는 실정이다. 사드 허용이 한류 수출이나 대중 무역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한반도의 평화와 역내 안정의 핵심은 사드가 아니라 비핵화다. 핵무기를 막는 완벽한 방패란 존재할 수 없다. 때문에 국제사회는 핵을 규제하기 위해 끊임없이 대화하고 협상을 반복해 왔다. 동북아 공동 번영의 비결 역시 역내 군사적 대결과 긴장을 고조시키는 사드가 아닌 비핵화 협상에 달렸다. 지금은 인내를 가지고 남북관계 복원과 비핵화를 위한 다각적인 대화채널 복원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진성준<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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