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여행기
몽골여행기
  • 김종일
  • 승인 2015.03.24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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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골정부의 초청으로 지난 토요일 밤 수도 울란바토르에 도착했다. 내리자마자 쾌쾌한 석탄 연기가 코를 찌른다. 전북대학교 신재생에너지소재개발센터가 우리나라 태양광 분야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까닭에 국내 연구기관이나 기업들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각종 협력 제의를 많이 받고 있다. 가까이는 일본, 중국, 베트남, 인도 그리고 멀리는 아프리카의 케냐와 짐바브웨 등 여러 나라와 협력 사업을 해왔다. 또 현재 우리나라 국제협력단 사업으로 모로코에 태양광 연구소를 설립해주는 임무와 네팔 정부에 신재생에너지 보급 정책 수립의 책임을 맡아 수행 중이며, 앞으로 적극적인 국제 협력을 통해 해외 시장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다.

 이번 몽골정부의 초청을 받은 까닭도 몽골에 태양광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보급에 관한 한몽 양국 간의 협력 때문이다. 우리 센터는 영리기관이 아니라 연구기관이기 때문에 경제적 차원이 아니라 기술 이전이나 인력 양성에 관한 지원 요청이 대부분이다. 나라마다 사정은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의 후진국이나 개발도상국들이 선진국들과는 다른 이유에서 신재생에너지에 아주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선진국들은 이산화탄소 감축을 통한 지구온난화 방지와 탈 원전 등이 신재생에너지 이용을 선도하는 반면에, 비선진국들의 이유는 매우 현실적이다. 몽골의 경우를 보면 현재 석탄발전으로 난방과 전력의 90%를 공급하다 보니 울란바토르를 비롯한 주요 인구 밀집지역의 공기오염이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른 것이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이다.

 오늘 오전에는 몽골의 노동부 장관 그리고 오후에는 에너지 장관을 비롯한 관계자들과 면담하고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산에 임하는 몽골 정부의 의지와 우리나라와의 적극적인 협력 의지를 들었다. 또 울란바토르 주재 한국 국제협력단을 방문해서 몽골의 정치 및 경제적 현황을 청취하고 양국간 협력 가능한 여러 가지 방법의 현실적 타당성과 리스크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비단 몽골뿐만이 아니라 후진국들을 돌아다니다 보면 공통으로 느끼는 것들이 몇 가지 있다. 먼저 대개의 나라가 경제적 성장을 통한 삶의 질 개선을 최우선 목표로 한다는 점이다. 국가와 개인 모두 주어진 위치에서 최선의 노력을 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길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다. 후진국과의 협력이 쉽지 않은 이유와 맥락을 같이한다.

 먼저 약속을 잘 안 지킨다. 사소한 시간 약속부터 제대로 지키는 경우가 드물다. 과거 우리나라도 코리안 타임이 있었으니 남 탓만 할 일은 아니지만, 이런저런 공적인 업무도 미적미적 미루어지는 일이 다반사다. 더 중요한 것은 약속을 어기는 일 자체를 그리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몽골의 경우 2012년 과거에 공산당이었던 혁명당에서 민주당으로 정권이 바뀌면서 과거 공산당이 다른 나라와 맺었던 합의를 백지화했다. 당연히 국가 신뢰도는 추락했고 경제는 엉망이 되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다른 나라의 기업들이 몽골에서 철수했다. 몽골의 경우 장관이 하나 바뀌면 휘하의 거의 모든 직원이 교체된다고 한다. 업무의 연속성을 기대하기 어렵고 신뢰는 무너진다. 현재 몽골은 공무원들 월급조차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또 다른 이유는 불안한 정권에 더하여 관료주의와 부정부패가 심각하다는 사실이다. 언젠가 우리나라도 주민등록등본 한 장 발급받으려 해도 급행료를 지급해야 했던 시절이 있었으니 후진국들의 공통분모라 할 수 있겠다. 이러한 부정부패는 자연스럽게 먹이사슬을 만들고 빈부격차를 심화시킨다. 여러 후진국을 돌아보면 우리나라 못지않게 많은 값비싼 외제차들이 돌아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주로 국가 관료들의 것이라고 들은 적이 있다.

 이렇게 약속도 잘 안 지키고 부패한 나라와의 협력은 쉬운 일이 아니다. 처음에 의기투합해서 같이 일을 시작한다고 해도 언제 어디서 복병을 만날지 모르는 일이다. 이번 방문에서 여러 몽골 사람들로부터 태양광에 대한 열의는 물론 보급의 필요성과 의지를 충분히 들었다. 내년 6월에 몽골에 국회의원 총선이 있다고 한다. 만약 일을 마치려면 그 이전에 끝내야 한다는 얘기다. 우리는 기술지원 등 과학기술적인 교류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연속성이 확보될 수 있겠지만, 민간 기업 차원의 경제적 협력의 불확실성은 엄청나다.

 오늘은 몽골에서 태양광 관련 시설들을 입주시킬 예정인 장소로 이동하기로 했다. 울란바토르에서 430km 떨어진 곳이라니 차를 얼마나 타고 가야 할지 모르겠지만 먼 길보다도 앞에서 얘기한 눈에 보이지 않는 장애물 때문에 더욱 마음이 무겁다. 역시 사람이나 나라나 약속 잘 지키고 깨끗한 것이 최고인 것 같다.

 김종일<전북대 교수/신재생에너지소재개발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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