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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해흰아귀를 생각하며 오늘을 돌아보다
임규정 군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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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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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다 시킨다는 속담이 있다. 꼴뚜기의 생김새가 추하여 어물전의 격을 깎아내린다는 의미일 터이다. 그러나 그 생김새로 말하자면 꼴뚜기조차 감히 범접하지 못할 물고기가 하나 있다. 바로 아귀다.

  아귀라는 그 이름부터 심상치 않다. 아귀는 불교에서 나오는 이름으로, 탐욕스러운 자가 죽으면 아귀도에 떨어지는데, 이 아귀도에 떨어진 자는 형벌을 받아 입은 거대하고 목구멍은 아주 조그맣게 된다. 그는 큰 입으로 음식을 밀어 넣지만 결국 목으로 넘길 수 있는 것은 얼마 안 되기 때문에 언제나 굶주림으로 고통받는 것이다.

  바로 이 자를 일컬어 아귀(餓鬼)라 하는데, 아귀라는 이름이 바로 여기에서 왔다. 입이 지나치게 크고 다른 부분의 생김새도 흉측하여, 우리 조상들은 이 물고기를 아귀라 이름짓고, 그물에 걸리면 다시 바다에 던져버렸다고 할 정도다,

 어떻게 보면 “아귀”라는 이름이 아귀에게는 억울할 수도 있겠다. 아귀라는 귀신은 자신이 유일하게 갈망하는 욕구를 채울 수 없는 자로, 평생을 충족시키지 못할 욕구에 기생적으로 매달려 지내는 벌을 받았다. 그러니 단지 외모가 흉측하다 하여 그런 이름을 받은 것은 다소 부당한 일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오늘날 아귀가 얼마나 각광받는 생선인지! 콩나물이 듬뿍 들어간 아귀찜은 그 독특한 식감과 매콤한 감칠맛 덕에 어느 새 고급 요리로 탈바꿈하였다.

 그러나 심해에는 아귀라는 이름이 어울릴 만한 것이 하나 산다. 바로 아귀의 한 종류인 심해흰아귀이다. 사실 심해흰아귀는 그 외모만으로는 아귀라 보기가 쉽지 않은데, 그 외모가 흡사 꼬마유령 캐스퍼를 떠올리게 하는 귀염성 있게 생긴 까닭이다. 그러나 이 아귀의 생태는 기이하기 그지없다.

  수컷 심해흰아귀는 암컷에 비해 몹시 작고, 평생을 암컷을 찾아 헤매다가 암컷을 만나면 암컷의 복부에 붙어 살아간다. 그런데 이 붙는다는 말이 비유적인 의미가 아고, 말 그대로 암컷의 복부에 붙어서 이빨도 턱도 눈도 모두 기능을 상실하고 마치 암컷의 신체 일부처럼 연결이 된다. 그저 암컷에 새로이 부착된 정자낭으로서만 기능하는 것이다. 게다가 한 마리의 암컷에 두 마리의 수컷이 붙어있는 경우도 목격된다. 암컷에게 붙어 개체로서의 자기 자신을 상실하고 마는 수컷 심해흰아귀의 모습은 일견, 자기 자신으로서의 정체성을 상실하고 음식을 좇아 아귀도를 헤매는 아귀와 닮은 것처럼 느껴진다.

 암컷을 만나면 스스로의 정체성을 버리고 마는 수컷 심해흰아귀의 모습에서 오늘날 우리의 모습이 투영된다. 뉴스를 보라. 어떻게 저런 일이 가능한가를 계속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친구간의 싸움이, 연인의 결별이, 가정 내의 다툼이 격해져 끝내 끔찍한 범죄가 되고, 누군가는 재건할 수 없을 정도로 상처를 받고, 때로 목숨을 잃기도 한다.

  물론 인간이란 본디 사회적 동물이어서, 사회 내에서의 교류가 우리를 자기 자신으로 만들어주게 되어있다. 그리하여 관계가 불안정해지면 우리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미 확립된 관계에서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 관계를 만들고 다투고 헤어지는 과정에서 내가 누구인가를 확립하고 다듬어나간다는 사실이다.

  그것이 가능하려면 관계의 바람에 다소 휘청거릴 수는 있어도 꺾이지 않을 중심을 단단히 잡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마치 수컷 심해흰아귀와도 같다. 개체로서의 정체성을 상실하고 암컷에 붙어서만 살아가는 심해흰아귀처럼,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나와 관계맺는 사람들에 의해 오롯이 규정되며 살아간다. 그리하여 그 관계가 무너졌을 때, 내가 생각하던 관계의 이상향과 어긋났을 때, 그럴 때 더 이상 붙들 것이 없어지고, 그런 자에게 극단적인 길은 결코 어려운 선택지가 아니다.

 물론 오늘날 중심을 제대로 잡고 있기란 어려운 일이다. 특히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어렵다고 느낄수록 더욱 그렇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내가 누구인가,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를 놓쳐서는 안 된다. 그 질문을 잡고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역경을 헤쳐 나갈 힘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가 자기 자신으로서 이 사회에 뿌리내릴 용기를 심어줄 것이다.

 임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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