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교육진흥법에 거는 기대
인성교육진흥법에 거는 기대
  • 박세훈
  • 승인 2015.03.23 1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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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동료 교수와 요즘 학생들의 인성에 관한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대학생뿐만 아니라 대학원생의 인성 수준이 갈수록 우려할 정도를 벗어나고 있다는 것이 얘기의 핵심이다. 대학생의 취업난이 심각해지면서 교수들은 한 명의 제자라도 더 취업시키고자 동분서주하고 있는데, 정작 학생들은 교수들의 진심을 이해하지 못하고 과도한 요구를 하고 있으며, 때로는 교수들에 대하여 오해까지 하고 있으니 더 이상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대학에만 국한되는 문제는 아니다. 인성교육의 뿌리가 이미 초등학교 입학 이전에 형성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학생들의 바른 인성의 형성은 가정교육과 학교교육이 합심하여 해결해야 할 공동의 문제라 생각한다. 누구의 책임이라고 전가하기도 어려운 문제이다.

 바른 인성을 빼놓고 미래의 인재상을 논할 수는 없을 것이다. 흔히 인성과 실력을 반대의 개념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는데, 필자의 소견으로는 인성이 뒷받침된 실력을 키우는 것이야말로 앞으로 우리 학생들이 갖추어야 할 핵심적인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정부는 인성교육의 중요성과 심각성을 인지하고 인성교육진흥법을 제정하여 7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인성교육이 교육의 중요한 목적이긴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독립된 법체계로 인성교육진흥법을 제정한 나라는 아마도 없을 것으로 사료된다. 인성교육진흥법에서 인성교육은 “자신의 내면을 바르고 건전하게 가꾸고 타인·공동체·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인간다운 성품과 역량을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을 말한다.

  다시 말하면 국민 된 도리를 다하기 위하여 인성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성교육은 개인에게만 국한되는 덕성이나 인격의 범위를 넘어서 공동체 생활에 필요한 공동선을 추구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인성교육진흥법에는 예, 효,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협동 등의 마음가짐이나 사람됨에 관련된 가치가 인성교육의 목표라고 규정하고 있다.

 앞으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인성을 갖춘 국민을 육성하기 위하여 장기적인 정책을 수립해야 할 책무를 지니며, 교육부장관도 인성교육종합계획을 5년마다 수립해야 하며, 시·도 교육감은 종합계획에 따라 해당 교육청의 연도별 인성교육시행계획을 수립·시행해야 한다. 현직 교원들도 일정 시간 이상 인성교육 연수를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하며, 예비교사들도 인성교육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교과목을 이수해야 한다고 한다.

  인성교육프로그램이나 인성교육과정까지 인증을 받아서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 인성교육진흥법의 골자이다. 법 제정으로 국가적 차원에서 인성교육을 체계적으로 시행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 예산 뒷받침으로 실효성을 담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인성교육진흥법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입시에 매몰된 오랜 교육문화를 인성교육진흥법 제정으로 쉽사리 바꿀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인성이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입시나 취업에서 인성보다는 성적이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인성교육프로그램이나 교육과정 운영이 효과가 전혀 없지는 않겠지만, 그것으로 우리가 원하는 인성이 쉽게 길러질 수 있다고 믿는 것도 문제이다.

 인성교육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바른 인성의 기초가 될 토양인 가정의 교육적 기능이 회복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혼율이 급증하고 한부모 가정이 늘고 있는 것도 인성교육에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그리고 시험과 서열화로 대변되는 시험제도에 대한 변화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인성을 점수화하는 것이 어렵겠지만, 인성교육이 추구하는 목표에 부합하는 통합된 능력을 갖춘 사람을 선별하고 우대하는 학교풍토가 조성되지 않으면 시험에 매달리는 분위기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인성교육진흥법의 시행으로 우리나라에서 교육받은 많은 학생들이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 우리나라가 살고 싶은 나라로 바꾸어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박세훈<전북대 사범대학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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