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 농식품기업 해썹 지원사업, 무엇이 문제인가?
전북도 농식품기업 해썹 지원사업, 무엇이 문제인가?
  • 박기홍 기자
  • 승인 2015.03.23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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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 식품클러스터 조성이 관심사로 떠올랐던 2007년 9월. 전북도는 식품산업을 신(新)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며 이듬해인 2008년에 균특예산 200억 원을 포함한 총 사업비 400억 원을 식품업체 시설 현대화 사업에 지원한다고 밝혔다. 지원단가는 업체당 최고 10억 원이었고, 사업비는 국비 50%에 지방비 20%, 자부담 30%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국비 50%’는 전북에 배분된 광역 특별회계(광특 예산)여서 사실상 지방비였고, 특정분야에 한해 업체당 최고 7억 원까지 현금을 직접 지원하는 사업이어서 ‘특혜성 논란’이 일었다. 이 사업은 16개 시·도 중 전북만 유일하게 추진하는 것이어서 논란은 증폭됐다. 도는 당시 “엄격한 효과분석을 매 분기별로 발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금까지 단 한 차례의 정밀 보고서를 내놓지 않았다.

 ■ 사업추진 갈팡질팡: 전북도는 초기 2년 동안 광특 355억 원과 지방비 71억 원 등 총 426억 원을 83개 업체에 무차별적으로 지원했다. 평균 5억1천만 원의 혈세가 직접 업체들의 호주머니에 건네진 셈이다. 하지만 식품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해썹·HACCP) 인증은 20%도 못 미쳤고, 지역 농특산물로 주원료의 80% 이상 사용할 것을 명시했던 조항도 ‘국내산 농산물’로 2010년부터 슬그머니 바꿔 논란이 증폭됐다. 도는 이에 대해 “식품기업이 영세하고 시설이 열악해 시설개선 사업과 현대화 사업으로 지원했다”며 “지역 농산물로 한정하다 보니 원료조달의 한계가 있어 2011년부터 국내산으로 바꿨다”고 해명했다.

 업체당 평균 매출액도 2010년 18억1천만 원에서 이듬해 19억9천만 원으로 9.6% 늘었다고 밝혔지만, 업체들이 직접 적어낸 성과여서 신뢰성에 의문이 찍혔다. 도는 2012년부터 뒤늦게 해썹 인증을 의무화했고, 도와 전북생물산업진흥원 등이 합동으로 운영실태 및 성과를 평가하겠다고 밝혔지만 작년 말 현재 131개 지원 업체 중 46개, 35.1%만 인증을 받았을 뿐이다. 돈을 대거 지원하다 보니 이 사업을 통해 예산을 지원받은 후 건설업자에게 되돌려받는 식으로 국고보조금 수억 원을 빼돌린 사람이 지난 2009년 말에 구속된 바 있으며, 일부 업체는 자부담의 자금난에 시달리는 등 부작용도 적잖았다.

 

 ■ 효과검증이 급하다: 도의회는 혈세만 650억 원의 막대한 돈이 투입된 만큼 해당 사업의 효과 분석을 엄격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식품업체의 경쟁력 강화라는 당초의 취지에 맞게 사업이 진행됐는지, 지역 농산품 구매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됐는지 입체적인 분석을 통해 정책의 실효성을 따질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예산 지원이 되레 경영난을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와 사후관리 필요성을 더해준다.

 김현철 도의원(진안)은 “어떤 사업이라도 목적에 맞게 제대로 추진됐는지, 투입한 비용에 비해 어떤 효과를 거뒀는지 엄격히 따지는 게 혈세 낭비를 막는 방법”이라며 “업체들의 매출이 늘어난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역경제에 어떤 도움을 줬는지를 중심으로 효과를 따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특히 “막대한 예산이 일시에 투입된 이면에 부작용은 없는지 도(道) 차원에서 입체적으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병진 도의회 산업경제위 위원장도 “사후관리를 엄격히 하지 않으면 농업 보조금을 개인이 사유화하는 사례도 나올 수 있다”며 “의회 차원에서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 올해부터 사업이 중단된 만큼 이제는 엄격한 검증 작업을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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