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강국의 안전불감증
IT 강국의 안전불감증
  • 김선남
  • 승인 2015.03.19 16: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며칠 전 “모바일 월드컵”으로 불리는 MWC2015(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이하 MWC)가 폐막됐다. ‘혁신의 최전선(Edge of Innovation)’이라는 주제를 내건 이 행사는 새로운 IT 기기와 통신기술들을 소개했다. 여기에서 삼성전자의 갤럭시S6 엣지는 ‘최고의 모바일 신제품’으로 선정됐고 LG전자의 G3가 ‘최고의 스마트폰상’을 수상했다.

 세계 속에서 우리는 ‘IT 강국’으로 우뚝 섰지만, ‘안전문제’와 관련해서는 여전히 세계 최하위국에 속한다. 우리는 인구 10만명당 안전사고 사망자수(2006년)를 60.6명이나 기록하여 OECD 회원국 중 헝가리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사회가 되었다. 또 우리의 자동차 1만대당 교통사고 사망자수(2010년)는 2.64명이었는데 이것 역시 OECD 회원국 평균(1.06명)보다 2배 높은 수치였다.

 정부는 지난 1월 통학차량에 의한 어린이 피해를 줄이고자 통학차량 신고제 시행과 운행조건 및 의무를 강화한 이른 바 ‘세림이법’을 시행하였다. 이 법에도 불구하고, 최근 4살 어린이가 통학버스에 치여 사망했다. 도로교통공단(2014)자료에 의하면, 2013년 어린이 교통사고(427건) 가운데 사망사고가 82건이나 되었다. 이 중 52건은 하교 시간대에 발생한 것이었다. 만약 운전자가 보행자의 안전을 충분히 인식했었다면, 절대로 일어나지 않았었을 일들이다.

 대체로 미국인들은 교통법규를 잘 지킨다. 아무도 없는 한적한 시골길에서도 운전자들은 법규를 충실하게 따른다. 미국의 자동차 법규 가운데 스쿨버스와 관련한 법은 아주 엄격하다. 예를 들면 스쿨버스가 멈추고 학생들이 내릴 경우에는 뒤따르던 차량이나 반대 차선에서 진행하는 차량은 반드시 정지해야만 한다. 정지한 자동차들은 스쿨버스가 움직인 후 진행할 수 있다. 이를 위반한 운전자들은 엄한 법의 심판을 받는다. 또 운전자들은 ‘스쿨존’ 지역에서는 저속으로 운전해야 하는데, 만약 이를 어길 경우 일반도로에서보다 몇 배 더 높은 범칙금을 내야 한다.

 미국의 초중고교생들은 주로 스쿨버스나 자가용으로 집과 학교를 오고 간다. 학교는 학기초 학생들에게 거주지별 스쿨버스 노선을 제공하고 이를 이용할 것인지를 확인한다. 스쿨버스 운전자들은 날마다 등하굣길에 승하차하는 학생들을 점검하고 이들이 안전하게 귀가하는지도 확인한다.

 주마다 서로 다른 법이 적용되지만, 도보에 의한 등하교는 집과 학교간의 거리가 아주 가까워야 할 뿐만 아니라 일정한 연령대의 학생들에게만 허용된다. 저학년일 경우는 반드시 어른이 동행해야 하며, 극심한 추위나 더위 등 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도보 등하교는 금지된다. 미국의 아이들은 도로이용의 안전수칙을 체계적으로 배우고 이를 잘 실행한다. 시당국은 보행자를 위한 분리된 인도 등과 같은 시설을 확충할 뿐만 아니라 경찰차의 수시 순찰이나 등하교시간대의 일방통행 실시 등 여러 방법들을 탄력적으로 운영한다.

 미국의 초중고교는 학생들의 안전한 등하교를 위하여 최선을 다한다. 필자의 딸이 다녔던 오하이오주 한 사립초등학교는 학기 초에 부모의 자동차 번호를 확보하여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매일 방과 후 학생들은 강당에서 자신의 부모들을 기다린다. 부모의 자동차가 강당 앞에 진입하게 되면, 직원은 자동차 번호판을 확인한 후 해당 자녀의 이름을 스피커로 호명한다. 이들은 부모의 자동차에 안전하게 승차한다. 대다수 초중고교는 수업이 시작되면 건물의 문을 잠근다. 방문자들은 학교 당국의 허가를 받고서야 건물 내 진입이 가능하다. 많은 미국대학도 출입카드나 출입번호를 발급하여 이를 가진 사람만이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한다. 이처럼 미국의 상당수 학교 당국은 안전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출입통제 장치를 철저히 활용하고 있다.

 미국 초중고교 내에서 모든 차량은 정해진 규정대로 주정차해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높은 범칙금을 내야 한다. 부모들은 등하교시 정해진 공간에서 정차를 해야 하는데 만약 자동차가 건물입구 주변에 길게 늘어서 있을 경우에는 자신의 차례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정해진 지점으로 진행하고 나서야 아이를 내리거나 태워야 한다. 승하차 지점 주변에 차를 세워놓고 아이들을 대충 내려주거나 태우는 부모는 거의 없다. 승하차 지점에는 늘 교통경찰이 상주하여 안전한 주정차를 유도한다. 이처럼 미국의 학교나 시당국은 효율적인 등하교 환경을 만들어서 학생들의 안전사고발생을 미연에 방지한다.

 우리도 효율적인 ‘안전한 등하교’ 법과 제도를 마련해야 할 것 같다. 또 우리 사회 구성원들도 철저한 준법정신을 갖고 이런 안전한 사회 만들기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할 것이다.

 김선남<원광대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