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전통으로 2013년 천년전주기네스에도 선정된 바 있는 송철옛날국수공장(대표 송진우). 국가적으로 분식이 장려되던 1970년대 전주시내에는 무려 20여 곳의 국수공장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전주에서 그 명맥을 잇는 곳은 송철국수가 유일하다.
전주 한옥마을 인근 동문사거리 ‘국시코시’나 삼천동 ‘옛날양푼국수’, 월드컵경기장 인근 ‘자미원’ 등이 송철국수를 애용하고 있으며, 식도락가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오원집의 ‘가락국수’도 이곳에서 국수를 제공한다. 하루 300~400그릇은 거뜬히 소화한다는 완주군 용진면의 그 유명한 시골집 국수도 송철국수만을 사용한다.
국수제조과정은 크게 6단계로 나뉜다. 반죽(배합)→압연(프레스)→절출(가닥 만들기)→건조(말리기)→절단(자르기)→포장. 이 중 반죽과 건조가 국수 맛을 내는 중요한 단계다.
“반죽은 염도와 수분조절이 포인트예요. 계절과 날씨, 온도나 습도 등 환경에 따라 염도를 달리해줘야 하고, 반죽할 때 물을 얼마나 넣느냐도 중요하죠. 이런 건 다 공장마다의 노하우가 있기 마련인데, 아무래도 오래된 곳이 더 낫겠죠.”
송철국수는 일제강점기 시절 해방과 함께 강제노역에서 돌아온 송철승씨가 창업주다. 1972년부터는 아들 송현귀씨가 대를 이었으며, 현재는 손자 송진우(32)씨가 3대에 걸쳐 가업을 물려받았다. 국수 노하우만큼은 전국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다.
또 다른 맛의 포인트는 건조과정이다. “현대화된 대형공장에서는 모든 게 자동화돼 있어요. 반죽도 그렇지만 건조에서 특히 더 큰 차이가 있죠. 대형공장은 국수를 스팀으로 쪄서 단번에 말려요. 반나절이면 충분하죠. 근데 우리는 선풍기 틀어서 바람으로 말려요. 말리고 쉬고, 말리고 쉬고를 3번 반복해요. 족히 하루는 다 잡아먹죠. 근데 이렇게 해야 면발이 더 쫄깃해지고 밀가루 냄새도 싹 사라져요. 국수 색도 뽀얗게 되고요.”
최근에는 맛의 다변화와 차별화, 고급화된 이미지 구축, 젊은 층 흡수 및 지역과의 상생·공존 등을 목표로 오색국수와 흑미쌀국수를 내놓고 인기몰이 중이다.
오색국수는 국수가 흰색이라는 고정관념을 탈피한 상품으로, 이미 전국 유수의 국수공장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송철국수는 뭔가 다르다. 대부분의 국수공장은 색소를 첨가해 색을 낸다. 편하기도 하지만, 색이 더 선명해 눈에 잘 띈다는 장점이 있어서다.
또 하나의 주력품목인 흑미쌀국수는 송철국수에서만 생산되는 단일품이다. 전북농업기술원이 자체 개발한 ‘신토흑미’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신토흑미는 기존 흑남벼 보다 안토시아닌 함량이 3.5배나 많은 영양보고지만, 찰기가 떨어진다는 점 때문에 소비확산에는 한계를 보인 품종이었다. 송철국수는 전북농업기술원과 손잡고 신토흑미 첨가량과 백미의 적정 혼합비율을 연구해 마침내 흑미쌀국수 생산이 가능케 됐다.
젊은 나이에도 이 모든 걸 가능케 한 송철국수 송진우 대표의 포부는 당차다.
“요즘은 국수공장 안 하려고 해요. 이게 쉬워보여도 손이 많이 가서 골병이 드는 장사라고 부르거든요. 일은 힘든데, 대기업까지 뛰어들면서 우리 같은 소규모 공장들은 설자리가 없어졌어요. 제가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것도 그 때문이에요. 전 대학교 다닐 때부터 아버지 일을 도와드렸어요. 멀쩡한 공장을 문 닫게 할 순 없었어요. 가업도, 오래된 단골 분들도 소중했고요. 요즘은 정말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송철국수의 맛을 전주 분들이 오래오래 기억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
김상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