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점화된 ‘무상급식’ 이념논쟁의 허구
재점화된 ‘무상급식’ 이념논쟁의 허구
  • 최낙관
  • 승인 2015.03.17 16: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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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무상급식 중단발언으로 인한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그간 수면아래 있었던 무상급식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있는 홍준표식 관심 끌기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머릿속에 떠올릴 만큼 많이 닮아있다.

  이른바 SNS를 통해 확대되고 있는 홍준표 지사의 페이스북 정치가 향후 자신의 정치적 입지와 대권도전을 위한 계산된 정치행위인지 아니면 진정성 있는 복지철학에 기인한 소신발언인지 알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경상남도가 무상급식 예산 지원을 중단한 결과로 인해 학부모들은 학생 급식비로 매달 5만원을 내야만 하는 강요상황에서 긴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욱더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재원부족을 이유로 지급을 중단하는 지자체의 ‘무책임한’ 복지 디폴트 선언이 무상급식을 넘어 실제로 무상보육 및 기초연금까지 확대될 개연성이 있다는 데 있다. 만일 이러한 사태가 현실이 된다면 과연 작금의 복지논쟁이 누구를 위한 그리고 무엇을 위한 복지전쟁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논쟁의 중심에 서 있는 홍준표 지사는 2012년 취임 당시 “강력한 무상급식 추진”을 약속했던 것과는 달리 지금은 “학교는 공부하러 가는 곳이지 밥 먹으러 가는 곳이 아니다”며 포문을 열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급기야는 “보편적 복지는 진보좌파의 위선”이며 “좌파 선동논리에 밀려 국가재정능력 고려치 않은 무상복지 폐기돼야”한다고 까지 그 비판의 수위를 높이며 이념논쟁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념이 사라진 세계에서 밥 먹는 복지문제를 이념적 편향성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과연 어떻게 봐야 하는 것인가? 이러한 주장이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 나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 근거는 첫째, 학교의 존재 이유가 지식을 습득하는 공부만을 위한 장이 아닐 뿐만 아니라 밥 먹는 것도 교육 일부라고 보기 때문이다. 둘째, 보편적 복지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수없이 많은 ‘계급 타협’ 그리고 ‘좌우파 합의’ 과정의 산물이지 좌파의 전유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 보편적 복지는 좌우날개로 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셋째, 무상복지와 관련한 재정문제가 좌파논리에 의해 왜곡되었는지 되묻고 싶고 나아가 그 때문에 폐기되어야 한다는 논리는 복지에 대한 몰이해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현재의 재정문제가 현 정부 복지정책의 ‘치명적 자만’에서 기인했음을 과연 모르는 것일까 아니면 모르는 척하는 것일까?

 복지는 커지기도 어렵지만 줄어들기는 더욱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을 위한 복지는 흔히 얘기하는 ‘졸속’이 아닌 ‘숙고’가 전제되어야 한다. ‘상황논리’나 ‘힘의 논리’에 따른 근시안적 제도도입이 가능한 배제되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정치놀음으로 인한 무상급식 중단으로 커 나가는 아이들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고 부모들을 구걸하게 한다면, 복지가 권리인 우리의 사회복지는 사망선고를 받은 것과 다름없다.

  복지가 시혜가 아닌 권리라는 점에 동의한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복지를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가 중요하다고 본다. 예컨대 첨단 산업유치를 위한 대규모 인프라 구축이나 막대한 재원이 투입되는 국책사업이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을 물론 국민을 위한 복지보다 과연 얼마나 더 중요한지 새삼 곱씹어 보아야 한다. 또한, 상대적으로 적은 재원으로 우리 아이들의 건강과 교육을 지원하는 것이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왜 필요한 일인지 따져 보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이번 무상급식과 관련한 복지논쟁이 정책적으로 판단하고 협상해야 할 일이지 정치적 이념논쟁으로 확대 재생산되어야 하는 사안으로 변질 돼서는 결코 안 된다는 점이다. 바로 그 때문에 지금 우리 모두가 정치권에 원하는 것은 복지문제에 대한 정치공세가 아닌 사회정의에 부합한 대안 마련 바로 그것이다. 이제는 복지가 결코 정치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해야 한다.

 최낙관<예원예술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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