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에 피는 새싹들
3월에 피는 새싹들
  • 이신후
  • 승인 2015.03.16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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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버드 최연소 교수로 임용되었던 마이클 샌델은 그의 책에서 이렇게 물었습니다. ‘정의란 무엇인가?’ 하버드에서 30여 년간 강의를 해온 샌델은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많은 질문을 해왔습니다. 샌델이 한 수많은 질문들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샌델은 교수로서 자신의 강의내용에 대해 해답을 내려주지도 않으며 그저 물을 뿐입니다. 대신 그는 다양한 사람들이 내놓은 다양한 의견을 서로 논의하도록 하고 들어줍니다. 누가 옳다, 누가 그르다 가치 판단을 내려주지도 않습니다.

 한국의 교육체계에 길들여진 사람이라면 마이클 샌델의 강의 방식은 허무할 수도, 답답할 수도 있습니다. 그의 강의가 끊임없는 질문의 연속으로 지겨울 수도, 다른 답을 찾지 못해 두렵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 어떤 시원한 결론도 없이 끝나는 그의 스타일이 불편하게 다가온다면 언제나 정해진 정답을 찾아야만 하는 우리 교육체계에 지나치게 찌들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한국의 교육은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에 더 집중되어 있어 스스로 사고하는 연습이 부족했습니다. 그 결과 지금의 아이들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잘 알지 못합니다. 그저 누군가 정해준 답을 찾기 위해 달려갈 뿐입니다.

 그렇게 초, 중,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에 진학합니다. 그리고 열심히 준비하여 취업합니다. 그리고 때가 되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가정을 이룹니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평범한 사람들의 삶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살아온 우리가 나이가 들어 은퇴할 때쯤이면 비로소 정작 우리 앞에 남아 있는 것은 별로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남들과 다르지 않기 위해, 또 다른 사람들이 하니까, 정해진 코스처럼 쉼 없이 달려온 결과물은 우리의 생각보다 행복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대로 살아가는 것이 정말 나의 행복을 위해 괜찮은 일인지 자문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인생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많은 청소년들과 젊은 인재들이 유명인들이 쓴 자서전, 자기개발서 등을 파고들었습니다. 타인의 삶에서 불확실한 자신의 길을 찾고자 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왜 우리의 청소년과 젊은이들이 타인의 성공에서 자신의 성공을 찾고자 했는지 입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성공했는지 궁금해합니다. 그것은 스스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는 연습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생각하는 방법보다는 정해진 답을 놓고 그것을 구하는 방법에 익숙한 우리는 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처 해야 할지 당황스러워 합니다.

 우리의 청소년들이 불확실한 미래에서 길을 잃지 않게 돕는 길은 공교육의 변화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한국의 교육체계는 지식을 전달하고 배우는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훈련이 부족한 지금의 교육체계에 변화가 필요한 때인 것입니다. 지금 당장 모든 제도가 바뀐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조금씩 변화하기 위한 노력은 반드시 필요한 과정입니다.

3월이면 무거운 흙을 헤치고 싹을 틔우듯이 그 가능성을 실천하고 있는 학교를 잠깐 소개할까 합니다.

 최근 언론에 주목을 받는 이리삼성초등학교 이야기입니다. 그 학교의 2015년 신입생이 무려 40명이 입학했으며 그 중 80%가 도시에서 왔다고 합니다. 전국에 신입생이 없는 학교가 120개나 되는 상황에서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시설이 월등하던지 최첨단의 교육을 하는 곳이 아닌데도 말입니다. 다른 것은 학교 숲과 맑은 공기, 그리고 교육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프로그램은 결국 사람이 계획한 것이라는 것을 주목해야 합니다. 그 중 한 사람인 교장선생님의 교육 철학을 그 학교 선생님들이 공감하고 학생들의 마음을 느꼈을 때, 상상할 수 없는 변화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부드럽고 기분 좋은 변화를 통해 목적을 이룬다. 마음이 불편한 것은 행복한 것이 아니다.”

 교장 선생님의 철학입니다. 급하게 서두르지도 않으며 내 생각을 강요하지도 않고 서로 존중하며 조율해가는 방식을 서로 공감하기에 이런 변화가 생기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생긴다면 교육은 자연스럽게 변할 것입니다. 그곳에서 교육받은 학생들은 누군가 답을 정해놓은 인생을 살지 않고 내가 생각하는 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며 그 스스로 삶에 가치와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3월이면 모든 학생들이 학교로 갑니다. 특히 학교에 처음 가는 초등학교 1학년 새싹들은 오직 선생님의 말과 행동에서 가치관이 형성될 수 있습니다.

 사회는 그런 어린이의 가슴에 채워줘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두려워해야 합니다..

 생각하길 두려워하지 않길 바랍니다. 또 타인이 나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해서 두려워하지도, 비난하지도 않길 바랍니다.

 들판의 꽃들이 아름다운 것은 제각각의 모양과 색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각각의 개성들이 조화가 이루었을 때 가장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 탄생하듯 우리의 아이들 또한 그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신후<전북디지털산업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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