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만이 능사 아니다
최저임금 인상만이 능사 아니다
  • 양갑수
  • 승인 2015.03.12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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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디플레이션을 방지하고 내수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을 대폭 올려야만 한다는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다.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근로자들의 소득과 소비가 늘게 되고 이는 기업의 생산 활동 확대와 일자리 창출로 이어져 경제 전반에 활력이 붙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들 주장처럼 근로자들의 소득이 전반적으로 증가한다면 당연히 얼어붙은 국내소비도 일정 부분 회복할 것이다.

 또한, 소비가 늘고 판로가 확대된다면 기업들의 설비투자와 일자리도 증가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본 전제로 내세우는 것과 같이 최저임금의 인상이 근로자 전반의 소득증대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 하루빨리 내수경기가 진작되고 제반 경제활동이 회복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지만, 최저임금제도의 도입취지나 운영실태를 살펴보면 최저임금의 인상효과를 그리 쉽게 속단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우선 최저임금제도는 저숙련 근로자에 대한 최소한의 소득보장을 목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제도다. 전체 근로자를 정책대상으로 삼아 운용되고 있는 제도가 아니다.

 올해 정부가 제시한 최저임금은 시간당 5,580원이다. 현재 국내사업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 중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소득에 영향을 받는 근로자는 14% 수준에 불과하다. 나머지 근로자들은 이미 최저임금보다 높은 임금을 받고 있고 최저임금보다 훨씬 높은 수준에서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 등을 감안하여 자신들의 시장임금을 형성해 나가고 있다. 실제로 민주노총은 올해 월 23만원의 임금인상 요구안을 제시하면서 그 근거를 표준생계비(555만4,046원) 충족률과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 및 소득분배 개선치를 반영한 수치라고만 밝혔다. 이미 국내 대다수 근로자들의 임금인상 필요 사유로 정부발표 최저임금 수준은 높은 의미를 부여받지 못하는 것이다. 물론 저임금 근로자들과 관련해서는 얘기가 다르다. 이들에게 최저임금 인상이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대부분 고령자와 여성 그리고 10대 아르바이트생들로 업무숙련도가 낮은 이들은 고용주와의 임금협상 시 당연히 협상력이 낮을 수밖에 없다.

 이들에게는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수준이 임금수준 결정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또한 한계는 존재한다. 이들은 숙련도가 낮아서 대체 가능성 또한 높다. 즉 정부가 과도하게 최저임금을 인상할 경우에는 일자리 자체가 사라져버릴 수도 있다. 수익구조가 뻔한 고용주입장에서는 인상된 임금수준을 감당하기 어려울 때 가족이나 기계장비로 이를 대체할 가능성이 크다. 최저임금제도를 통해 보호해야 할 대상인 저임금 근로자들에게 오히려 피해만 가중시키는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노동연구원도 15~24세의 연령층과 55세 이상의 연령계층에서는 최저임금의 고용효과가 마이너스로 나타난다고 보고하고 있다. 일자리를 줄이지 않고 근로시간을 줄임으로써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줄일 수도 있겠지만, 이는 근로자들의 근로강도는 낮출 수 있을지언정 당초 목적인 근로자들의 소득증대 효과는 가져 오지 못한다. 이러한 문제점들에 더하여 정부와 정치권이 무엇보다 신중히 고려해야 할 사항은 자칫 잘못하다가는 안 그래도 살기 힘든 영세 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사기마저 꺾어버릴 수 있다는 점이다. 건전한 경제 주체임을 자임하며 서민경제의 근간을 형성해가는 이들에게 최저임금도 지급할 수 없는 한계기업인이라는 오명과 함께 범법자의 낙인까지도 찍어 버릴 수 있다.

  사실 저임금에 기댈 수밖에 없는 우리 주위의 소기업 소상공인들의 경영환경은 열악하다. 대부분 하청업체이거나 대형 유통업체의 그늘에서 생업을 영위해 나가는 이들 입장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비용 상승분을 납품단가와 제품판매가에 반영하기는 거의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임금인상 협조요구 이전에 대·중소기업 간의 불공정한 거래환경 개선 등이 선행되어야 한다. 내수진작을 통한 경제활성화가 시급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는 이처럼 한정적일 수밖에 없고 예상치 않은 역효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크다. 더욱 신중하고도 다각적인 처방을 고민해야 한다.

 양갑수<중기중앙회 전북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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