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의 풍성한 그늘이 있는 사회
느티나무의 풍성한 그늘이 있는 사회
  • 송영준
  • 승인 2015.03.11 1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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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마다 넉넉한 풍채를 자랑하며 동네 어귀를 지키는 느티나무 한 그루쯤은 있다. 느티나무에 얽힌 이야기는 참으로 많다. 봄에 잎이 나는 모습을 보고 그해 농사가 풍년인지, 흉년인지를 미리 점을 치기도 하고 먼 길 떠나는 나그네가 땀을 씻어내며 쉬어가던 느티나무 정자는 오가는 사람과 인연을 맺으며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인연 때문인지 느티나무는 다른 나무보다 호감이 더 간다.

 필자가 유년시절을 보냈던 고향마을 한가운데에도 수호신처럼 수백 년을 살아온 듯한 느티나무가 태산처럼 서서 어린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우람한지 어린 내가 봐도 탄성을 자아내곤 했다. 봄이 되면 잎이 무성하게 자라 그 모습이 마치 둥글게 펼쳐진 우산이 되어 무더운 여름날 뜨거운 태양을 가려주고 비가 올 때는 잠시 쉬어 갈 수 있게 해주었다. 가을이 되면 나뭇잎이 황금빛으로 물들었다가 이내 하늘에서 내리는 눈송이같이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어서 빨리 겨울을 준비하라고 알려주던 고마운 나무였다. 자주 가지는 못하지만, 가끔 고향을 갈 때면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느티나무는 어김없이 나를 반갑게 맞이해 준다.

 아이들에겐 놀이공간이었고 일상에 바쁘신 어르신들의 쉼터였던 느티나무는 그늘에 평상을 놓으면 마치 커다란 정자 같다고 해서 정자나무라고도 한다. 작년에 직장 때문에 새로 이사 온 동네에도 기념수로 지정된 잘 생긴 느티나무가 있다. 볼 때마다 고향생각에 마음이 넉넉해지고 행복을 느끼며 누군가에게는 죽을 때까지 버팀목이 되고 싶다는 다짐을 되새기게 한다. 느티나무는 겉에서 보면 무르고 약해 보이지만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게 자라고 밑동은 몇 사람이 두 팔로 보듬어야 겨우 안을 수 있을 정도까지 자라 수백 년 성상을 견뎌낼 만큼 매우 강하다. 그뿐만 아니라 무늬도 아름다워 요즘도 모방송사의 ‘진품명품’이라는 프로에 괴목(槐木)으로 만든 옷장, 반닫이, 탁자 등 오래된 전통가구들이 종종 출품되고 있으니 죽어서도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 느티나무이다.

 느티나무 가지가 한줄기 뿌리에서 시작되어 잎사귀가 하나 둘 돋아나고 각자의 방향대로 자라지만 서로 어우러져 둥글게 자라는 것은 햇볕을 골고루 받아 균형 있게 자라기 위한 자연의 섭리이며 오랜 시간 진화해 온 생존의 법칙이라고 한다. 각자의 방향대로 자라지만 한쪽으로 쏠리지 않고 나무가 크면 그늘도 넓다는 것은 세월이 흘러도 주변과 조화롭게 성장하고 서로 품어줘 따뜻한 세상을 꿈꾸게 하는 것임을 느티나무는 말해주고 있다.

 나무의 근본인 밑동은 그늘에 묻혀 이끼가 끼고 있어도 나뭇가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꾸 밖으로 뻗어나가려고 하지만 한계를 벗어나면 부러지고 만다. 기업도 마찬가지로 지금까지는 외형을 키우는데만 집중해왔지만, 이제는 느티나무가 주변과 조화롭게 성장하고 서로 품어주듯이 앞으로는 속도를 조금 줄이더라도 내실을 기할 때이다. 혹한의 겨울을 앙상한 가지만으로 버텨낸 느티나무가 봄이 되면 파란 새싹을 틔워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여름이면 주위와 어우러지는 작은 숲을 이뤄 사람들을 불러 모으듯이…….

 필자가 근무하는 LX대한지적공사는 80여 년 동안 지적측량 전문기관으로 성장해 왔다. 앞으로는 지적측량뿐만 아니라 국토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가공하고 산업화하여 국민 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공간정보사업 발굴에 전력투구할 것이다. 지난해에는 도내 중소기업 및 공간정보 협력기업과 상생을 위한 동반성장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지원이 필요한 중소기업에게 큰 버팀목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제는 중소기업과의 조화로운 동반성장이 국가 경쟁력을 강화시키고 정부가 추진 중인 창조경제와 정부 3.0의 완성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도 남을 위하는 것이 나를 위하는 것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조화롭게 산다면 어렵고 힘들 때 새로운 용기와 힘으로 삶을 다독이며 포근히 안아주는 느티나무의 풍성한 그늘이 있는 그런 사회가 조금씩 그리고 서서히 오지 않을까 하고 기대해 본다.

 송영준<대한지적공사 전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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