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협에 대한 우려와 실망
대한변협에 대한 우려와 실망
  • 유길종변호사
  • 승인 2015.03.10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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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3일 ‘김영란법’이 드디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가 오랜 만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64%가 김영란법을 통과시킨 것을 ‘잘했다’고 답했고, ‘잘못했다’는 답변은 전체의 7.3%에 불과했다고 한다.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인까지 법적용 대상에 포함된 것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69.8%가 바람직하다고 답했고, 바람직하지 않다는 답변은 전체의 12.0%였다고 한다.  

그런데 김영란법이 통과되고 이틀이 지난 3월 5일 느닷 없이 대한변호사협회가 김영란법이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참 황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김영란법이 제안된 것이 2012년의 일이다. 그동안의 숱한 논의 과정에서 대한변협이 김영란법에 대해 위헌이라는 문제를 제기한 적이 없다. 오히려 대한변협은 지난해 8월 김영란법의 원안통과를 공식적으로 촉구했었다. 지금 국회를 통과한 김영란법은 원안과 비교했을 때, 언론기관 종사자와 사립학교 교원 등이 포함된 것만 달라졌다. 금년 2월 대한변협의 집행부가 새로 바뀌고 법적용 대상에 언론기관 종사자와 사립학교 교원이 포함되자 이런 일이 생긴 것이다. 헌법소원을 제기한 시점도 문제이지만, 위헌의 근거로 주장하는 내용도 납득하기 어렵다.  

첫째로 대한변협은 김영란법이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을 적용대상에 포함시킨 것을 문제 삼고 있다. 먼저 사립학교 교원을 적용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문제될 것이 없다. 사립학교 교원의 직무내용과 역할은 공립학교 교원과 동일하고, 그 처우나 등도 공립학교 교원과 동일하기 때문에 사립학교 교원을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은 당연하다. 언론이 공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고, 언론인이 공인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 못할 것이므로, 언론인도 적용대상에 포함되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무엇보다도 언론이야말로 금품의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되는 대표적 직역이다. 언론의 자유가 침해될 것을 우려하는 시각이 있지만, 김영란법의 시행은 언론의 공공성을 더욱 강화시키는 데 기여할 것으로 믿는다. 언론과 사립학교 종사자를 적용대상으로 삼은 것이 왜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것인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둘째로 부정청탁의 개념이 포괄적이어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는 주장도 납득하기 어렵다. 부정청탁이라는 말이 포괄적이고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면, 현행 형법 등에 규정되어 있는 ‘부정한 행위’라는 개념, ‘청탁’이라는 개념도 모두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여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것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교과서적으로 본다면, 죄형법정주의에서 파생되는 명확성 원칙은 누구나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이 명확할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동안 형법이나 각종 특별법이 규정하고 있는 ‘부정한 행위’나 ‘청탁’이라는 문언을 두고 이것이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여 위헌이라는 시비는 거의 없었다. 김영란법이 규정하고 있는 부정청탁의 개념이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다고 볼 근거가 없다. 특히 김영란법은 금지된 부정청탁을 15가지로 유형화했고 예외사유를 7가지 제시하고 있는 마당이므로, 이를 두고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그 밖에도 금지된 금품을 배우자가 받았을 때 공직자가 그 사실을 신고해야 한다는 것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형벌의 자기책임 원칙을 침해한다는 등의 주장도 있으나 모두 궁색한 주장들이다. 입법정책적으로 배우자가 금지된 금품을 받은 사실을 공직자가 알게 되었다면 이를 신고를 하도록 의무를 부과할 수 있는 것이고, 신고를 하지 않은 것을 이유로 처벌하는 것은 공직자가 그 의무를 위반한 것에 대한 것이므로, 자기책임원칙 위배라고 볼 수 없다.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하고, 사회질서 유지와 법률제도 개선에 노력하여야 하는 의무가 부과되어 있는 법률전문가이다. 대한변협은 이러한 변호사들의 집단이다. 새로 바뀐 대한변협의 집행부가 국민들의 정서와 여론은 물론이고 그 구성원들의 총의에도 맞지 않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은 심히 실망스럽고, 앞으로 과연 이들이 변호사들의 총의를 제대로 대변하면서 국민들의 변호사집단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데 필요한 역할을 잘 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유길종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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