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물가, D의 공포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물가, D의 공포
  • 박성준
  • 승인 2015.03.10 1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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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D의 공포’라는 용어가 우리 주변에서 많이 회자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D란 Deflation의 약자로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을 말한다. 요즘과 같이 경기불황을 우려하는 시기에 물가가 하락한다는 것은 반가운 일인데, 왜 D의 공포라는 표현이 사용되고 있는 것일까? 언뜻 잘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무리는 아닌 것 같다.

디플레이션이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이라고 할 때, 여기서 말하는 물가의 개념을 좀 더 정확하게 알아볼 필요가 있다. 물가를 측정하는 지표에는 생산자물가지수, 소비자물가지수, 그리고 보다 포괄적인 지표인 GDP deflator(명목 GDP에서 실질 GDP를 산출해내기 위한 지표) 등이 있다. 일반적으로 이들 지표 중 소비자물가지수가 가장 하락하기 힘든 지표라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속적인 마이너스를 보이면서 본격적인 디플레이션을 경험한 나라는 일본이 대표적이다.

그럼 물가가 하락하면 실질구매력은 높아지게 되어 월급생활자의 입장에서는 환영할만한 일인데 왜 문제가 되는 것일까? 디플레이션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크게 다음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명목금리가 일정하다고 가정할 때,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실질금리가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실질금리가 상승하면 기업의 설비투자 등이 위축되면서 경기악화가 심화된다. 특히 금리가 낮은 상황에서는 디플레이션이 향후 물가가 더욱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확산시켜 투자와 소비를 더 지연시킬 수 있다. 이는 수요 부족으로 이어져 기업 및 개인소득이 감소하게 되고 물가를 낮추게 되어 다시 수요 부족을 심화시키는 악순환을 고착화할 수 있다. 미국 대공황(1929~1939년)은 이러한 악순환 사례를 잘 대변해주고 있다.

둘째, 디플레이션과 부실채권 증가의 악순환이다. 기업이 많은 채무를 안고 있는 상태에서 급격한 불황으로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면 기업의 실질 채무부담이 크게 늘어나 기업이 파산하게 되고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이 급증한다는 것이다. 기업의 도산은 다시 금융기관의 부실과 실업률 상승, 기업의 투자 감소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황의 장기화 등 악순환을 초래하게 된다. 지난 20년간 일본의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이런 상황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것이다.

이런 현상들이 현실화될 경우 물가가 하락한다고 해서 마냥 반가워 할 수만은 없을 것 같다. 지속적인 물가하락이 진짜 공포로 현실화되었던 외국의 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한국은행 전북본부 기획조사팀 박성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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