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신학기, 자녀들에게 채찍보다 사랑을
힘든 신학기, 자녀들에게 채찍보다 사랑을
  • 황경호
  • 승인 2015.03.09 17: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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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막 신학기가 시작되었다. 처음 학교에 등교한 아이들은 선생님과 새로운 친구들을 만난다는 기쁨보다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만 한다. 그동안 늦잠에 익숙했던 아이들은 등교 시간에 맞춰 일어나야 하고, 집에서는 소왕자로 군림해왔으나 학교에서는 선생님과 친구들의 눈치도 봐야 한다. 무엇보다도 신학기에는 우리 아이들이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어야 할 공부하라는 소리도 더욱 거세지게 마련이다. 게다가 요즘 우리 사회에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 빈부격차 속에서 경제적 차이로 인한 위축이나 갈등 역시 많다. 친구들의 고가 의류나 학용품을 보며 기가 죽고 방학하고 있었던 친구들의 해외여행 경험담을 들을 때면 아예 주눅이 들기도 한다. 또한 등하교 길에 도사리는 다양한 위험들로 인한 스트레스는 얼마나 많은가!

 이처럼 신입생은 물론 상급학교 진학이나 학년이 바뀐 학생들 모두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며 한해를 살기 위한 터전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사실 성인들도 새로운 환경이나 낯선 상황에 처하면 당황하고 부담스러워 한다. 하물며 어린 아이들이나 한창 예민한 청소년기 아이들에게 있어 신학기는 모든 것이 낯설고 적응하기 힘든 만큼 한층 더 두려울 수밖에 없다.

 이러한 까닭에 신학기를 맞은 우리 자녀들은 정말 피곤하다. 그래서 귀가하면 아이들은 더욱 신경질적이고 짜증이 많아지기 마련이다.

 더욱이 예전에는 학년이 바뀌면 과거 좋지 않았던 교우관계가 끝나고 새로운 국면을 맞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온라인 공간에서도 폭력이 이뤄지기 때문에 학년이 바뀌거나 새로운 학교에 진급한 이후에도 계속 이어질 수 있어 아이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

 급기야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제대로 하지 못한 일부 아이들은 학교에 가기 싫어하거나 말수가 적어지며 우울해지는 등 소위 ‘신학기 증후군’을 앓기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아이들의 고통은 다른 집 자녀들과 비교하거나 무조건 내 자식이 모든 분야에서 뛰어나기를 염원하는 부모의 과도한 욕심에서 더욱 악화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지난해 시골지역에서 살던 지인이 도시로 이사를 했다. 이유인 즉 큰 아들이 올해 초등학교 입학을 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시골보다는 도시에서 학교생활을 시작하는 것이 아들의 장래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단다. 그런데 도시로 이사를 온 지인의 아들은 이때부터 긴장과 고통의 삶이 시작되었다. 그동안 시골에서는 학습보다 제 마음대로 뛰어놀던 아들이 입학 전 유치원에 편입하고 보니 같은 나이 또래 중에 한글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유일한 아이가 된 것이다. 다른 아이들은 한글 공부를 할 때 이 아이는 그야말로 공식적인 왕따를 당해야만 했단다. 이런 상황을 알게 된 부모는 자식교육에 대한 무관심을 뒤늦게 후회하고 새벽공부까지 시켜 가까스로 한글 기초교육을 마친 뒤 초등학교에 입학시키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단다. 이 과정에서 아이가 겪어야 했던 고통을 생각해보니 가슴이 짠해지고 안타까운 마음이 밀려온다.

 우리 아이들은 많은 스트레스와 함께 신학기를 시작한 이후에도 결코 행복해지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상황은 지난해 말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3 한국 아동 종합실태조사’ 자료에도 잘 나타나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국내 아이들의 ‘삶의 만족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아이들이 주관적으로 평가한 삶의 질 역시 OECD 국가 중 최하위였는데 루마니아)와 폴란드 등이 가장 낮은 편에 속했다. 이처럼 삶의 질이 떨어지는 주된 원인은 무엇보다도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로 숙제와 시험, 성적 등 학업에 따른 압박감이 컸다. 이같이 삶의 만족도가 내려가는 만큼 취미활동이나 친구와의 교류 등이 부족할 때 느끼는 아동 결핍지수도 한국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았다. 결핍을 느끼는 대상을 항목별로 보면 음악이나 스포츠 등 정기적 취미활동을 하지 못해 부족감을 느낀다는 응답이 단연 높았다. 결국 우리 아이들의 불행은 과도한 학업과 여가의 불균형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 자녀들은 신학기는 물론 평소에도 별로 행복하지 못한 생활을 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불행한 나라의 미래는 결코 있을 수 없다. 그래서 아이들의 아이다움과 행복을 돌려주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올 신학기에는 자녀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도록 채찍보다는 더 많은 사랑을 쏟아보자.

 황경호<전주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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