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탕평의 법제화
인사탕평의 법제화
  • 황선철
  • 승인 2015.03.05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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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사(人事)는 망사(亡事)가 아니라 만사(萬事)가 되어야 한다. 특정지역에 편중된 인사, 단순한 보은과 당리당략에 사로잡힌 인사는 객관성과 공정성이 담보될 수 없다. 국민을 위한 인사가 아니면 정부가 신뢰를 받을 수 없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은 소통의 부재, 인사의 불공정성 등이 그 원인 중 하나이다. 국민 통합을 이루기 위해서 지역 간 인재의 균등한 등용은 만고의 진리이다. 인사 탕평이 헛공약으로 이어진다면 국민으로부터 자발적인 존경심을 이끌어낼 수 없다.

 탕평책(蕩平策)은 서경(書經) 황극(皇極)조에 “편이 없고 당이 없어 왕도는 탕탕평평하며, 당이 없고 편이 없어 왕도는 평평하다”란 구절에서 따온 것으로 탕평은 공평무사하다는 뜻이다. 조선의 영·정조 시대에도 탕평책이 실시되었다.

 역사학자 이덕일은 “영조가 노론의 쿠데타에 가까운 지원으로 왕세자가 되었고, 경종 독살 혐의를 받았기 때문에 공평무사한 왕도를 제창하며 탕평책을 표방하였는데, 전부가 아니면 전무였던 척박한 정치 현실에서 대화와 타협을 통한 공존을 모색하였다”라고 평을 하였다.

 그러나 “영조가 소론 온건파와 강경파는 물론 남인까지 포용하지 못하였고, 그나마 형식적인 탕평책마저 붕괴시키고 노론 일당 독재 체제를 구축한 결과가 소론을 지지하는 자신의 아들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두는 비극을 낳았으나, 반면에 정조는 자신의 부친 사도세자를 죽인 노론벽파까지도 포용하여 어느 정도 성공한 임금이 되었다”라고 평가하였다.

 영·정조 시대 붕당정치는 학연과 의리, 붕당 간의 세력 균형 차원에서 탕평책이 논의되었으나, 오늘날 대통령제 헌법하에서는 권력을 쟁취한 대통령 또는 집권당이 이른바 ‘승자독식’을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정당 간 탕평책을 실현하기는 더 쉽지 않다.

 현재 집권당 내부에서도 정책이나 비전을 보고 뭉친 것이 아니라 보스를 중심으로 정파적으로 ‘친박’이니 ‘비박’으로 뭉쳐서 세몰이를 하는 형국이니 이념적 탕평책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알 수 있다.

 최근 이완구 총리 후보자가 본인과 아들의 병역면제, 부동산 투기 의혹, 언론 외압 발언 등으로 부적격 논란에 휩싸여 있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가 열리기 전인 지난달 26일 ‘호남총리’를 거론하며 충청 출신의 이완구 후보자를 완곡하게 반대했다가 충청권 여론의 몰매를 맞았다.

 문재인 대표의 발언이 ‘인사에 있어서 지역 균형’과 ‘이완구 총리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주장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도 있는데, 충청권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분노하였다. 충청권에서도 정부의 인재발탁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청와대를 비롯한 중앙 부처 장·차관과 청와대 수석·비서관에 전북 출신 인재가 거의 없다고 한다. 현 정부 차관급 이상을 지낸 고위공직자 전체 중 호남은 영남의 3분의 1 수준이라고 한다(한겨레 신문, 2월 24자 1면). 현재 6대 권력기관(검찰, 경찰, 국정원, 감사원, 공정위원회) 장차관 55%가 영남에 편중되어 있다고 한다(한겨레 신문, 2월 24자 1면).

 한편,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이른바 파워부터 3곳에 대한 과장급 인물 228명 중 전북출신은 고작 12명(5.3%)에 불과하다고 한다(전북도민일보(2월 25일자 1면). 이 중에서 전북에서 고교를 나온 전북출신은 약 3% 수준에 그칠 것이란 분석이다. 도민들은 중앙 부처 인사에서 호남을 배려한다는 말은 광주·전남 출신 인사를 말하는 것이지 전북 출신 인사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고 자조 섞인 푸념을 한다.

 이 지역 출신 인재가 중앙 부처에 진출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지역민들에게 크나큰 자부심과 자긍심을 가져다주는데, 그렇지 못한 것에 대한 낭패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대통령이나 인사권자에게 인사에 대한 전적인 재량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권에 따라 인사가 정실에 사로잡히지 않고, 지역 간 균형을 기하기 위해서는 ‘인사탕평의 법제화’ 이루어져야 한다.

 중앙부처의 장·차관이나 공기업의 임원 중에서 특정한 지역의 인재에 대하여 일정한 비율을 반드시 선발해야 한다는 규정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공무원 또는 공기업 인사에 있어서 출신 지역으로 인한 상대적 불이익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헌법상 평등권을 실현하는 것이다.

 ‘지역 균형 발전’과 ‘인사탕평의 법제화’가 이루어져야 진정한 국민 간의 소통과 화합이 이루어진다.

 황선철<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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