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산의 한국사 이야기] 개성공단
[권익산의 한국사 이야기] 개성공단
  • 권익산
  • 승인 2015.03.05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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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관계는 휴전선을 사이에 둔 군사적 대결의 관계이면서 개성공단처럼 남북한이 함께 일하는 협력적 관계이기도 하다.

  남북 관계에 획기적 변화를 가져온 것은 1991년이었다. 그 전에도 남북 간에 교류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서로 독재체제 강화에 이용되기는 했지만 최초로 통일 원칙에 합의한 7.4남북공동성명이 있었고, 일회성으로 끝나기는 했지만 1985년에는 최초로 이산가족이 상봉하기도 했다.

  특히 이산가족 상봉의 계기가 되었던 1984년 북한의 수해물자 지원은 그동안의 체제 대결에서 남한이 승리하였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1984년 여름 남한에 대홍수가 나자 북한은 쌀 5만톤, 시멘트 10만톤과 의약품 등 수해물자를 남한에 보내주겠다고 제의해 왔다. 남북한 간에 물자지원 제의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체제 우위의 선전 수단으로 사용되는 등 자존심 문제로 성사되지는 않았는데 그때에는 남한 정부가 북한의 제의를 받아들였다. 그리고는 북한에서 수해물자를 싣고 온 트럭에 카세트라디오와 시계 등 당시 남한에서 생산되는 가전제품을 한가득 실어 보냈다. 경제적으로 보면 오히려 북한이 남한의 가전제품을 지원받은 것이 되어 남한의 자신감을 보여준 것이다.

 이후 1990년대 들어서 일어난 세계적 변화는 남북관계에도 영향을 주었다. 소련의 해체로 시작된 사회주의국가의 붕괴와 독일의 통일은 한반도에도 변화를 요구하였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활용한 것이 노태우 정부의 북방정책이었다. 남북은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각종 회담을 진행 시킨 결과 1991년에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한반도 비핵화 공동 선언이라는 귀중한 합의를 이끌어 냈다.

  이 세 가지 합의의 결과 대한민국이 유엔의 정식 회원국이 됨으로써 국제무대에서 국력에 맞는 활동을 벌일 수 있게 되었다. 유엔 가입 20년 만에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하는 나라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이때의 결정 덕분일 것이다. 또한 북한의 핵개발로 빛을 잃었지만 한반도에서 핵무기의 개발, 배치, 사용을 금지한 비핵화 공동선언도 핵전쟁의 위협으로부터 한반도를 지키는데 꼭 필요한 합의문이었다.

  남북기본합의서의 경우는 아래의 주요 내용에서와 같이 남북관계에서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을 담았다고 말할 수 있다.

 
 제1조 남과 북은 서로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한다.

 제9조 남과 북은 상대방에 대하여 무력을 사용하지 않으며 상대방을 무력으로 침략하지 아니한다.

 제15조 남과 북은 자원의 공동 개발, 민족 내부 교류로서의 경제 교류와 협력을 실시한다.

 제17조 남과 북은 민족 구성원들의 자유로운 왕래와 접촉을 실현한다.
 

  남북이 합의한 내용만이라도 제대로 실천해 왔다면 한반도는 지금보다 훨씬 평화로운 지역이 되어있을 것이다. 이후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으로 남북기본합의서에서 합의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실천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으며, 그 결과 경의선이 복구되고, 개성공단이 설치되었으며, 각종 학문과 예술, 체육, 문화 교류가 추진되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전개된 북핵 위기와 서해에서의 무력 충돌 등으로 남북교류는 가다 서다를 반복해 오고 있다.

  그나마 각종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만큼은 여전히 가동되고 있다는 점이 희망을 가지게 해준다. 개성공단 10년을 평가한 자료에 의하면 개성공단으로 인한 남북한의 경제적 효과는 북한이 4억 달러, 남한이 32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경제적 효과 이외에도 남북 간의 군사적 긴장과 충돌을 막고 인적 교류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장치로서 한반도 안정에 기여하는 역할까지 고려하면 개성공단이 얼마나 소중한 곳이지 알 수 있다. 더욱이 현재 가동 중인 개성공단이 원래 계획의 5%에 불과하다는 점까지 고려한다면 앞으로 개성공단을 더욱 확대하는 것이 한반도의 평화 뿐 아니라 한국 경제의 어려움을 극복하는데도 얼마나 많은 기여를 할 것인지 알 수 있다.

 <원광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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