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출연기관, 감시와 견제 재점검해야
도 출연기관, 감시와 견제 재점검해야
  • 박기홍 기자
  • 승인 2015.03.01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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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도 출연기관을 말한다<1> 도와 출연기관 간 창조적 긴장감 유지돼야

 전북발전연구원에 대한 전북도의 특별감사 결과는 지역 내 적잖은 충격을 줬다. 연구원 내부에서도 “이 정도 일 줄이야…”란 신음이 흘러나왔다. 도 산하 출연기관 전반에 대한 불신이 커졌고, “다른 기관도 특감한다면 어떠할까?”라는 의문도 증폭됐다. 이번 기회에 외곽에서 떠도는 인공위성 기관들에 대한 감시와 견제 시스템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1: “도청 해당 부서 감사요? 걸리면 같이 죽습니다.” 전북도 산하 출연기관에 몸담았다 5년 전 퇴직한 A의 말이 흥미롭다. 그의 논리는 이렇다. 출연기관들은 정책 입안과 결정, 사후 결과까지 도에 보고한다. 도가 상급기관은 아니지만, 예산을 지원받다 보니 갑을 관계가 형성돼, 중요한 사안일수록 도 관련부서의 의견을 많이 반영할 수밖에 없다.

 “출연기관이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도가 요구하는 대로 하면 큰 문제도 없고, 해당 부서 감사에 걸릴 일도 없습니다. 걸리면 같이 죽는다는 말이 여기서 나옵니다.” 수년 전 퇴직한 사람의 말이지만 지금도 상당부문 유효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2: “도의회의 책임도 있습니다. 감시와 견제의 끈을 늦춘 것입니다.”. 김연근 도의회 행자위원장의 반성이다. 전발연에 대한 특감은 도의회의 작년 말 행감에서 비롯됐다는 게 정설이다. 당시 행자위는 연구원의 방만한 경영 문제를 제기했고, 때마침 도가 행자위 명의를 빌어 특감 카드를 꺼냈다는 말이다. 의회의 행감은 1개 기관 3~4시간 정도 걸린다. 바쁘면 1시간에 뚝딱 마무리해서 봐주기 논란도 나온다. 상임위가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지 않는 한 ‘간만 보는 행감’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말이다. 김 위원장의 말은, 이런 행감의 한계를 일부 시인한 것이다.

 도 산하 출연기관은 전북개발공사와 전북발전연구원, 전북경제통상진흥원 등 12개에 달하고, 위탁·보조단체 4개를 추가하면 더 늘어난다. 이들 기관에 지원하는 도의 한 해 예산만 수백억 원에 달한다. 외곽 기관에 대한 감시체계는 대략 4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일상 감사(도 해당 부서)와 재무감사(도 감사관실), 경영평가(도 성과관리과), 행정사무감사(도의회 상임위) 등이다.

 일상감사와 행감의 한계는 위에서 말한 2개의 에피소드로 설명할 수 있다. 나머지 2개는 재무감사와 경영평가. 전자는 말 그대로 재정운용 실태와 계약의 투명성 등에 무게를 두는 감사여서 경영 전반을 꼼꼼히 들여다볼 수 없다. 감사관실이 작년 4월에 회계감사담당 등 5명과 외부 감사요원을 투입해 전발연을 재무감사 했지만, 이번 특감의 결과엔 턱없이 못 미친 이유다.

 매년 9월 임시회 직전에 발표하는 출연기관 경영평가 역시 한계가 뚜렷하다. 분야별 전문가 20여 명이 매년 투입돼 공통 분야와 사업 분야, 고객 만족도 등을 엄격히 측정하지만 평가를 위한 평가에 만족할 뿐 경영의 문제를 까발리거나 곪은 환부를 도려내는 역할과는 거리가 너무 멀다. 출연기관은 전북도와 행정 수요자인 도민 사이의 중간에 서 있다. 도가 추구하는 행정목표를 공유해야 하고, 기업과 지역민을 지원하는 ‘중간 다리’ 역할도 해야 한다.

 도와의 관계에선 ‘을(乙)’이지만 지역민을 상대할 때는 출연기관이 ‘갑(甲)’일 수 있다. 여기서 출연기관 직원들은 “도와 의회에만 잘 보이면 된다”는 생존비법을 터득하게 된다. 도는 이런 기관의 태생적 한계를 이용해 성과만 내려 하고, 이 과정에서 빗나간 공생 관계가 작동하면 감시와 견제의 시스템은 일거에 무너진다. 전직 지방의원 B씨는 “도와 출연기관이 수평적 관계에서 상호 창조적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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