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하락, 웃어도 되지?
유가하락, 웃어도 되지?
  • 김 진
  • 승인 2015.02.26 1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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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에 기름을 넣는데 10만원이 되기도 전에 주유기가 멈췄다. 60L 연료통이 가득 찬 것이다. 휘발유가격이 30%이상 내렸으니 그럴 수밖에. 서민들로서는 숨통 트일 일이다. 한데 헷갈리는 말들이 많다. 경제부총리부터 시작해서 많은 전문가들이 유가하락의 좋은 점을 얘기하면서 걱정스런 얘기들을 섞어 놓는다. 국민들이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헷갈리게 하는 것이다. 물론 경제학적으로 예측해 보자면 모두가 맞는 말이다. 하지만, 오늘은 가급적 독자들의 마음이 편안해질 수 있게끔 좋은 얘기만 골라보려고 한다.
 

 * 전체 수입액의 30%를 차지하는 에너지수입

 우리나라는 연간 1,000억 달러의 원유를 수입한다. 전체수입액의 20%정도다. 하지만, 천연가스 등 다른 에너지까지 합치면 1,700억 달러에 달한다. 전체수입액의 30%가 훌쩍 넘는 수치다. 당연히 우리경제와 국제유가는 한 덩어리일 수밖에 없다. 한데 그 원유가격이 내려도 너무 많이 내려서 문제라는 것이다. 대체 뭐가 문제라는 것일까? 우리나라의 경상수지는 2013년 799억 달러 흑자, 2014년 840억 달러 흑자에 이어 올해에는 1,000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런데 이는 국제유가의 평균가격이 배럴당 105달러일 때의 얘기다. 만약에 지금처럼 50달러 선까지 낮아지면 얘기가 달라진다. 연중 평균가격이 70달러 선만 유지해도 400억 달러 정도의 흑자가 늘어난다. 97년 외환위기 때, IMF로부터 실제 차입한 돈보다 2배나 많은 돈이 거저 생기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국민들의 실질소득이 늘어난다. 월급은 그대로인데 십만 원으로 부족했던 연료통을 가득 채우고도 돈이 남으니, 실제로 소득이 올라간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어디 그뿐인가! 국내에서 생산되는 모든 공산품은 원유가격과 직결된다. 따라서 생산단가가 내려가니, 당연히 제품의 가격도 내려갈 것이다. 유가가 30%만 내려가도 가구당 연간 50만원이 절감되는 것이다. 그러니 유가하락으로 인해 가계소득이 늘어난 것과 같은 효과가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들은 내수경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실질소득이 늘어나게 되면 내수가 살아날 수 있다. 물론 유가하락이 길어지면 걱정되는 일이 생긴다. 유가하락의 원인 중 하나가 세계경제 불황으로 인해 원유소비가 줄었기 때문임을 감안하면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의 밥줄이 줄어들 것이다. 반대로 유가하락의 반사이익이 커지면 원화가치 상승 또한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 좋은 소식 먼저? 나쁜 소식 먼저!

 한데 말이다. 해마다 짓는 농사인데도, 그때그때 고추·배추 시세조차도 못 맞추는 경제전문가들 말만 믿고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어차피 세상일에는 양면성이 있고, 지구 한쪽이 낮이면 한쪽은 밤이다. 살다보면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 중에 어떤 얘기를 먼저 들을지 택할 때가 있다. 이번에는 좋은 생각만 하자. 눈앞에 와 있는 좋은 소식을 두고, 올지 안 올지 모르는 나쁜 소식에 겁부터 먹을 필요는 없지 않은가! 현실경제는 이론과 다른 양상을 보일 때가 많다. 예를 들어 물가가 낮아져서 소비자의 지출이 늘는지, 아니면 가격이 더 내려갈 때까지 기다릴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무튼, 비 올지 모른다고 일 년 내내 우산 들고 다닐 수는 없는 일이다. 어차피 경제는 심리다. 내수가 살아나면 수출이 감소하더라도 일정부분 상쇄될 수도 있다. 그러니 한해를 시작하는 독자들은 맘 편히 먹고 유가하락을 새봄의 선물로 생각해도 좋겠다. 해결책을 찾아 돈을 무한정 찍어내든지, 이자율을 낮추든지 하는 것은 똑똑한 정치인과 경제전문가들에게 맡기고 말이다. 그런 골치 아픈 일들을 대신하라고 표 찍어주고 세금 냈으면 됐지, 국민들에게 왜 그런 걱정까지 끼치는가! 제발 똑똑하고 잘난 분들이 제 할 일들을 잘해서, 국민들은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는 편안한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김진<경희대 객원교수/전북생활체육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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