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각
민생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각
  • 김윤덕
  • 승인 2015.02.25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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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 연휴가 끝나고 이제 일상으로 돌아와야 할 시간이다. 생활의 어려움, 팍팍한 살림살이 속에서도 새해를 맞아 가족들과 함께 정을 나누기 위해 고향으로 향하는 모습을 보니, 내 가슴도 따뜻함으로 가득 채워졌다.

 명절이 되면 정치권은 '민생'을 가장 먼저 찾는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민생은 새정치민주연합의 민생과는 전혀 다르다. 전통시장을 방문해 장보기 행사도 하고, 시장 상인들과 영세 자영업자들을 만나 애로사항을 듣고, 중소기업을 방문해 적극적인 지원의사를 밝히곤 한다. 그런데 그뿐이다. 체감할 수 있는 민생도 없고, '가짜 민생'으로 국민들을 기만한다. 의료영리화를 추진하고, 학교 옆에 관광호텔 짓고, 선상에 카지노 만들고, 호화 요트 승강장 만드는 것이 민생경제라고 호도해서는 안 된다. 가계소득을 올리고, 생활비를 내리고, 을(乙)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 민생이다. 고단한 서민의 삶을 조금이라도 나아지게 하는 '진짜 민생'을 챙겨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10일 서울 광진구에 있는 중곡제일골목시장을 방문해 온누리상품권으로 직접 설 제수용품을 구입하면서 상인들을 격려하고, 장 보러 나온 시민들과 현장에서 소통하면서, 설맞이 전통시장 이용을 적극 장려했다고 한다. 이완구 국무총리도 설 연휴 내내 민생현장을 둘러보는 민생 행보를 했다고 자화자찬이다. 진정 민생이 무엇인지 알기나 하는 것일까? 담뱃값 인상, 연말정산 파동 등 서민경제의 고통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일까? 등 돌린 싸늘한 민심이 보이지 않는 것일까?

 23일 박근혜 대통령은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지난해 연말 국회에서 부동산 3법이 처리된 것을 "아주 퉁퉁 불어터진 국수"로 비유, "우리 경제를 생각하면 저는 좀 불쌍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걸 그냥 먹고도 우리 경제가 부동산이 좀 힘을 내서 꿈틀꿈틀 움직이면서 활성화되고 집거래도 늘어났다. 불어터지지 않고 아주 좋은 상태에서 먹었다면 얼마나 힘이 나겠나"며 관련 법안의 늑장통과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박 대통령의 '불어터진 국수' 비유는 경제정책 실패의 책임을 국회 탓으로 돌리는 전형적인 책임전가 발언이자, 스스로 경제무능 정권임을 자백하는 발언이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비유요, 무책임한 현실 인식이다. '미친 전셋값'에 속이 바싹 타들어가는 세입자들을 두 번 울리고, 구호뿐인 경제활성화로 그 어느 때보다 힘겨운 시절을 견디는 국민들은 울분을 토할 뿐이다. 2년을 허송세월하고도 여전히 고집만 부리는 대통령으로 인해 파탄 난 서민경제를 인내해야 하는 국민들은 절망스럽다. 재벌ㆍ대기업중심의 경제정책 기조를 바꿔야 경제도 살리고 민생도 살릴 수 있다. 불어터진 국수보다 더 불어터진 국민들 마음 좀 살펴보길 바란다.

 주거복지 차원의 민생도 있다. 국토교통부 주택도시기금 사업 중 하나인 「주거약자개량자금지원」사업이 있다. 동 사업은 장애인, 고령자 등 주거약자의 주거생활 편의를 위해 주택 개조 및 건설에 소요되는 비용을 주거약자 등과 임대사업자에게 융자방식으로 지원한다. 주택개량자금은 호당 600만원(단, 지체장애시 800만원)을 한도로 하고, 주택건설시 호당 150만원을 지원한다. 1년 거치 19년 상환, 연 2.0%의 조건이다.

 「장애인ㆍ고령자 등 주거약자 지원에 관한 법률(약칭: 주거약자법)」 제15조에 따르면, "주거약자에 해당하는 자가 주거약자의 활동능력에 적합하도록 주택을 개조하기 위하여 필요한 비용의 지원을 신청하는 경우에는 주택도시기금으로 개조비용을 융자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주거약자개량자금지원 사업은 장애인 및 고령자 등 주거약자의 주거생활에 있어 불편함과 위험을 해소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공공성이 높은 사업이다. 그러나 2013년 예산 26억원과 2014년 예산 26억원은 사업신청 전무로 연말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전액 융자를 받았고, LH는 실제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고 내부에 유보하고 있는 실정이다. 집행이 전무한 이유는 주거약자개량자금지원 사업이 '융자'방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주거약자 등이 융자를 통한 주택개량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거약자가 대출비용을 부담하면서까지 자신의 주택을 개조하기를 기대하기 어렵고, 민간 임대사업자는 굳이 주택을 개량하지 않아도 임대료 수입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융자를 받으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업의 수요대상자가 선호하지 않는 지원방식을 고수하는 경우 실제로 주거약자에 대한 주택개량이 이루어지지 않게 됨에 따라 주거약자의 주거 안전 확보와 자립을 지원하려는 동 사업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현행 '융자'방식 보다는 국가가 직접 주택개조비용을 '지원'하는 등 사업방식의 변경이 필요하다.

 주거약자에 대한 주택개조비용을 현행 융자방식에서 국가가 직접 '지원'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변경함으로써 주거약자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주거생활의 불편함과 위험을 해소하기 위해 「장애인ㆍ고령자 등 주거약자 지원에 관한 법률」개정안 작업이 막바지에 있어 조만간 발의할 예정이다.

 어느덧 봄이 성큼 다가왔다. 봄기운의 따스함이 국민들 마음속에 희망과 행복으로 가득 채워지기를 기대한다.

 김윤덕<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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