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도시 전주를 생각한다
자전거 도시 전주를 생각한다
  • 김종일
  • 승인 2015.02.24 2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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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춘이 지났으니 곧 봄이것다. 슬슬 닦고 기름 치고 조여서 또 한 시즌 자전거를 즐길 준비를 해야겠다. 자전거 타는 사람들은 대개 찬바람이 부는 11월이면 시즌을 마감하고 3월에 다시 모이기 시작한다. 자전거 타는데 추위와 바람이 성가시기 때문이다.  

전주시에서 한옥마을지역을 ‘차 없는 거리’로 지정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매우 반갑다. 나아가 한옥마을 지역뿐만 아니라, 내 고향 전주 여러 지역으로 차 없는 거리가 확대 시행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우리 모두가 이미 자동차 문화에 익숙해져 있어, ‘차 없는 거리‘ 정책이 단기적으로 적지 않은 혼란을 불러올 것으로 짐작된다. 이와 관련해서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지는 않았지만, 한옥마을 찾는 사람들이 현재와 같은 교통수단을 이용한다고 가정한다면, 우회도로의 교통대란과 주차전쟁은 피할 수 없겠다. 갑작스런 시행으로 나타날 여러 혼란들이 현명하게 해결될 수 있기를 바란다. 

지금 당장은 많은 사람들의 동의를 구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전주에 제대로 된 자전거 문화를 정착시키는 노력을 점진적으로 그리고 체계적으로 진행해 보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전주시에서 전담팀을 구성하고 오랜 시간 많은 사람들의 지혜를 모아 마스터플랜을 만들어 볼 것을 제안한다. 내 고향 전주가 네덜란드와 덴마크와 같은 북유럽의 여러 국가들처럼 자전거가 시민들의 일차적인 교통수단이 되는 도시로 탈바꿈해서 가장 전통적이며 미래지향적인 도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차 없이 살면 힘들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도 않다. 주변에 차 없이 자전거로만 생활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필자도 몇 년 전에 한 1년 정도를 차 없이 생활한 적이 있다. 집사람이 차를 사달라는데 돈이 없어 내가 타던 차를 넘겨주고 자전거를 타고 다녔었다. 불편한 점이 없진 않지만 장점도 많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 육체적으로 근력이나 지구력이 눈에 띄게 좋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정신적으로는 무엇보다도 일단 마음이 느긋해지고 여유로워진다. 차보다는 아무래도 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에 미리미리 느긋하게 준비하고 나서는 습관이 들어 생활이 한층 여유로워짐을 느낄 수 있다. 시내권에서는 대체로 평평하고 또 천변 양편으로 자전거 도로가 잘 조성되어 있어 큰 어려움 없이 대부분의 목적지에 접근할 수 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절약정신이 엄청나게 투철해진다는 사실이다. 자전거로 생활하는 사람들은 모두 격하게 공감하는 사실인데 차비가 그렇게 아까울 수가 없다. 가끔 약속시간에 늦어 택시라도 타게 되면 택시비 몇 천원이 정말 아깝다. 조금만 서둘러 자전거를 탔더라면 나가지 않았을 지출에 눈물을 흘린다. 정말이지 그렇게 된다. 자신도 모르게 자전거로 출퇴근해서 아낀 기름 값 5천원에 느끼는 퇴근길의 소소한 즐거움에 익숙해져 자잘한 지출에도 오금을 저는 자린고비가 된다. 그래서 자전거 타는 사람들은 대개 작은 지출에도 매우 예민하다. 불필요한 지출이 현격하게 줄어든다. 그러다보면 익산, 김제, 군산 정도는 자전거 타고 다니게 된다. 자동적으로 자전거로 가기 힘든 특별한 경우에만 차를 타게 된다.  

한 동안 차 없이 살다가 장거리 출장 갈 일이 많아 차를 다시 구입했다. 사실 필자는 별로 불편한 것이 없는데 어쩔 수 없이 주변 사람들을 귀찮게 하는 경우가 가끔 있었다. 딸이 대학 들어가면서 차를 사달라고 해서 그 차를 또 딸에게 주고 다시 한 동안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차타고 다니는 게 별 재미가 없었는지 딸도 자전거를 타고 다니기 시작하면서 차 열쇠가 다시 내 손에 쥐어졌다. 이번에 대학에 들어가는 둘째가 요즘 차를 보고 다니는 모양이다. 여차하면 또 차 열쇠를 넘겨주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놈이 아빠 차는 맘에 안 든다고 선수를 치고 나선다. 큰일이다.  

이제 다음 주면 개학이다. 작년에는 자전거와 조금 소원했다. 금년엔 특별한 일이 없으면 자전거로 출퇴근을 할 생각이다. 또 사랑하는 전북대 자전거 동아리 ‘건지바이크’ 학생들과의 만남은 물론이고 여러 온-오프 라인 자전거 모임도 열심히 참석할 요량이다. 언젠가 베트남과 대만의 도로를 가득 메운 오토바이 행렬처럼 자전거의 은륜으로 넘실대는 전주의 모습을 그려본다.

김종일 / 전북대학교 교수, 신재생에너지소재개발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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