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전통문화 ‘조율이시(棗栗梨枾)’의 정성
우리의 전통문화 ‘조율이시(棗栗梨枾)’의 정성
  • 임보경
  • 승인 2015.02.2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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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까치까치 설날은 어제께고요~ 우리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어릴적 누구나 설레임으로 부르던 설날 동요이다. 우리의 대명절을 보내고 많은 후유증도 남았겠지만 가족들간의 만남과 담장너머 이웃과 인사 나눔은 훈훈한 여운으로 우리들 가슴을 든든하게 했으리라 생각한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데 조금은 불편하고 종교의 자유에서 오는 형식과 사상 차이에서 오는 우리들의 현실에선 조상을 모시는 제사의식이나 차례 의식이 부담스럽고 소홀할 수도 있겠지만, 조상의 지혜와 후손에 대한 염려가 담긴 의식에 올려지는 음식 중 ‘조율이시’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신랑 신부가 결혼식을 마치고 폐백식을 하거나 차례상에 올려지는 의식에 나오는 대추, 밤, 배, 감은 우리에게 특별한 의미로 전해진다.

 대추(棗)나무는 암수가 한몸이고, 한 나무에 열매가 아주 많이 열리는데 꽃 하나에 반드시 열매가 맺히고 나서 꽃이 떨어진다.

 즉,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반드시 자식을 낳고 바르게 가르쳐야 한다는 뜻이다. 대추는 통 씨여서 절개를 뜻하고 순수한 혈통과 자손의 번창을 기원하는 의미이기도 하다. 대추는 이리저리 풍파에 휘둘릴지언정 잘 붙어 있다. 이는 신랑 신부에겐 앞으로 세상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세파에도 잘 참고 이겨내어 백년해로하면서 열매를 맺고 행복하게 잘 살라는 의미로서 해석해 본다.

 밤나무는 땅속에 밤톨이 씨 밤인 채로 달렸다가 밤의 열매가 열리고 난 후에 씨밤이 썩는다. 아이가 성장할수록 부모는 밤의 가시처럼 점차 억세었다가 부모의 품 안에서 나가 살라 하며 밤송이가 익어 열어주어 독립된 생활을 시킨다는 것이다. 일반 씨앗은 떡잎부터 나오지만, 밤과 같은 견과류는 뿌리부터 내린다는 현상이다. 뿌리가 어느 정도 내려진 뒤에야 떡잎이 나온다는 것이다.

 이 또한 신랑신부가 각기 다른 가문의 문화 속에서 살다가 이제 한 가정을 이뤘으니 가정의 뿌리를 잘 내리라는 의미로도 전한다.

 아울러 자식을 잘 낳아 집안의 대를 잘 이어가기를 바라는 부탁의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밤은 자신의 근본을 잊지 말라는 뜻과 자기와 조상의 영원한 연결을 상징한다는 이유로 위패는 밤나무로 만들어 모시게 된다.

 배(梨)는 시원하고 달콤한 즙이 우리의 몸에 여러 도움을 준다. 껍질이 누렇기에 황인종을 뜻하고, 오행에서 황색은 우주의 중심을 나타낸다. 이것은 바로 우리 민족의 긍지를 표현하기도 한다.

 배의 속살이 하얀 것으로 우리의 백의민족에 빗대어 순수함과 밝음을 나타낸다. 그리고 동서고금을 통해 꾸준히 사랑을 받아온 과일로서 그리스의 역사가 호메로스는 신의 선물이라고 했으며 중국에서는 과일 중의 으뜸인 과종이라 했다.

 마지막으로 감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한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이 난다는 옛말이 있다.

 감씨를 심으면 어떤 열매가 열릴까요? 당연히 감이 열린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감나무는 감의 씨앗을 심으면 감나무가 나지 않고 대신 귀여운 고욤나무가 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3~5년쯤 지났을 때 기존의 감나무의 밑둥을 잘라서 다른 나무뿌리에 접을 붙여서 키워야 한다. 이 고욤나무에 접을 붙여야 그다음 해부터 감이 열린다는 복잡한 사실을 접한다.

 여기서 감나무가 상징하는 것은 사람으로 태어났다고 해서 다 사람이 아니라 생가지를 칼로 째서 접붙일 때처럼 아픔을 겪으며 선인의 예지를 받을 며 가르치고 배워야 비로소 사람이 된다는 뜻이다.

 이는 자식 교육을 잘 하라는 조상들의 부탁의 말씀이다.

 부모는 자식을 낳고 키우는데 그만큼 속이 상하였음을 알고 부모를 잘 공경하며 이런 행사에 올리는 과일에

 대추는 씨가 하나라서 왕을 상징하며 밤은 씨가 세 개라서 3정승(영의정, 우의정, 좌의정)을 나타내며 배는 씨가 6개여서 육조 (이조 호조 예조 병조 형조 공조)의 판서를 의미한다. 그리고 감은 씨가 8개여서 8도 관찰사를 뜻한다. 대추, 밤, 배, 감의 의미를 되새기며 이러한 후손을 정성스럽게 길러냄으로써 부모님께 효도하겠다는 약속이기도 하다.

 이와같이 조율이시에 담긴 의미를 알아보면서 조상 (부모)에 대한 존엄의 가치관과 삶의 교훈 등을 자손의 당연한 도리로서 대대손손 우리가 지켜나가야 할 전통임을 명심하며 최첨단의 디지털시대라 해도 잊지 말아 아야 함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한다.

 임보경<역사문화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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