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늪’에 빠진 위기의 건강보험
‘정치의 늪’에 빠진 위기의 건강보험
  • 최낙관
  • 승인 2015.02.22 14: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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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건강보험이 또다시 요동치고 있다. 지난달 28일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기획단」이 준비했던 고소득층의 보험료는 올리고 저소득층의 보험료는 내리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안을 돌연 폐기함으로써 연내에는 추진하지 않겠다는 폭탄선언을 한 바 있다. 그 이유를 소상히 알 수 없는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어처구니가 없을 뿐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복지재원에 관한 정치적 공방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비판적 여론은 물론 새누리당 압력에 밀려 다시 연내에 추진하겠다고 번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개혁에 대한 원칙과 소신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도마 위에 오른 건강보험 재정과 보장성에서도 그 비판은 끝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혼란스럽기만 할 뿐이다. 한마디로 건보 재정은 작년 4조 5천억원의 최고치의 흑자를 기록하여 누적 적립금은 약 12조 8천억 원으로 증가했지만, 전체 의료비 가운데 건보공단이 부담하는 보장성은 오히려 뒷걸음치고 있어 대한민국의 건강보험이 무엇을 목표로 하고 있는지 의아스러울 정도이다.

 건강은 남녀노소 그리고 소득수준을 불문하고 지역을 초월한 보편적 관심사임이 틀림없다. 그 때문에 건강한 삶에 관한 욕구와 보장은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될 수 없다.

 따라서 국민건강보험은 복지국가의 기초가 되는 사회보장의 핵심축 중의 하나이자 국민건강을 책임지는 보편적인 안전망이 아닌가? 1977년에 도입된 우리의 건강보험은 12년 만인 1989년 전 국민 건강보험 시대를 열었다.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한 건강보험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최단기간의 성과라는 점에서 자랑할 만하다. 현 시점에서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의료 접근성 세계 1위는 물론 기대수명 또한 81.3세로 OECD 평균 80.2세보다 길다는 점에서 그간 대한민국의 건강보험이 제도적, 기능적으로 작동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반증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최근 건강보험을 둘러싼 크고 작은 파열음들은 과연 무엇에 기인하는 것일까? 물론 큰 틀에서는 보장성 수준에 대한 논의이겠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건강보험료 부과에 관한 형평성이 논란의 핵심이라고 본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건강보험료 민원이 2013년 한해만 해도 무려 5,730만 건에 해당할 정도로 많을 뿐만 아니라 최근 5년간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된 보건복지 민원 중 건강보험 민원이 가장 많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 현재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에 얼마나 많은 문제점이 내포되어 있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작금의 문제를 안고 갈 수 없다면 그 해답은 개선하고 개혁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개혁논의가 정치적 이슈로 함몰되어서는 안 될 뿐만 아니라 그 방향 또한 국민들의 시선을 따라 움직이며 수렴해야 한다. 문제가 있다면 완전을 향한 노력은 계속되어야 하고 그 노력의 다른 이름은 진화가 아니겠는가?

 우리의 건강보험이 안고 있는 핵심적인 문제는 전 국민이 하나의 건강보험에 가입되어 있고 보험혜택을 받는 기준 또한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험료 부과기준이 사람마다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아울러 현 보험료 부과체계가 가입자의 부담능력을 적정하게 반영하지 못하여 구조적으로 체납자를 양산할 뿐만 아니라 보험료 부담을 회피할 목적으로 재산가와 고소득 자영업자 등이 제도적인 부과기준을 악용하여 허위로 직장가입자의 자격을 취득하는 부정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문제점이 명확하다면 그 해결책 또한 선명해야 한다.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과정에서 간과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원칙은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과 공정성을 지키는 것이다.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는 근시안적 개편논의는 이제 끝내야 한다. 모든 국민들이 자신의 건강권을 진정으로 누릴 수 있도록 복지부는 국민의 복지가 정치의 시녀가 되지 않도록 소신 있는 개혁안을 제시해야만 한다.

 최낙관<예원예술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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