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 풍으로 읽는 ‘전북 정치대전’
무협지 풍으로 읽는 ‘전북 정치대전’
  • 박기홍 기자
  • 승인 2015.02.16 14:2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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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대 총선(2016년 4월)이 1년여 앞으로 훌쩍 다가왔다. 선거구 획정과 국회 의석 변화, 신당 출범 등 정치적 변수와 변화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내년 총선은 출마 예상자 입장에서 보면 가장 어려운 게임이 될 것이고, 관전자 시각에서 봐도 역대 가장 치열한 선거로 자리할 전망이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에 이어 제3의 신당이 출범하면, 전북에서 당(黨) 대 당(黨)의 숨 막히는 대혈투가 벌어질 것이라고 정치권은 예측하고 있다.

선거구가 어떻게 조정될지 예단할 수 없지만, 현행 11석이 10석으로 줄어들 경우 총선 도전자들은 선거구별 평균 경쟁률 6대 1을 넘어서는, 60여 명에 달할 것이란 관측이다. 전북도민일보는 강바닥의 자갈과 모래가 혼융되듯 설 연휴의 민심이 분출할 것으로 보고 무협지 풍으로 ‘전북 정치대전(大戰)’을 조명했다.
 

 #1: 수(守)하라!

 전주방(坊) 저잣거리의 한 객잔에서 소문이 흘렀다. “을미년 유월에 새로운 문파가 창건한다네…” 전북무림은 새정치 문파와 당(黨)이 없는 무문파가 피로 물들였던 전장이었다. 이름이 없는 새 정파가 이곳을 벼락처럼 내려치겠다? 상대의 허를 찌르는 검법과 뛰어난 장력으로 전북도부를 접수한 검자 유성엽의 가슴이 답답하다. 수일 전 한양에서 아홉 검자가 규합해 신당파 창건을 걱정했지만, 묘수는 없었다.

 무력(武歷) 이천십육년 사월의 ‘20대 총선혈투’는 새정치 문파의 명운을 거는 중대사다. “문파의 대표 진객을 뽑는 품도 대회, 공천을 무사히 치러야 할 텐데….” 성엽 검자의 입에서 절로 외마디가 피 끓듯 터져 나왔다. 건곤일척의 승부는 찰나의 차이로 패배하고 분루를 삼킬 수 있다. 쟁패전의 영역을 묶는, 획정도 안갯속이다. 동물적 직감으로 위기를 느낀 한 검자는 벌써 한양의 호위 무사를 전주방에 배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파 내 쟁패전의 공천 규칙은 이미 정해졌다. 일반 백성 50%에 문파의 문하생 50%로 하는 ‘백성참여 선거인단’을 만든다. 초야에서 중후한 내공을 쌓고 백성의 마음을 얻는 ‘민심 흡입술’에 조예가 깊은 검객에게 유리한 싸움이다. 시끌벅적한 장터의 한쪽에서 정예 무사를 대거 보유한 검객이 사특한 미소를 내비치며 작은 피리 하나를 만지작거린다. 다른 쪽에선 마공에 정진하며 강호를 점령하려고 끊임없이 기회를 노렸던 신예 검객들은 불안에 떤다. 새정치 문파 기류는 군웅할거의 혼란, 그 자체다.
 

 #2: 변(變)하라!

 둥둥둥! 한쪽에서는 적룡고의 소리가 울린다. 붉은색을 띄는 적룡무사, 그들이 전북무림을 향해 급박하게 치달아 올 기세다. 빨간 깃발을 내건 새누리 문파의 강호 고수들이다. “병신년(丙申年·2016년) 총선대첩은 절호의 기회다. 전북도부를 일시에 공격하라.” 새누리 문파는 벼락처럼 나타날 은둔 고수를 영입하려 동분서주하고 있다. 

 바람결에 들리는 소문으로는 전북도부 14방 중 전주와 익산, 군산 등 북서부 3방(坊)에 집중하는 전술이다. 정2품 당상관 출신의 정운찬 전 판서는 전주방의 완산고을을 택해 장력을 키우고 있다. 참판을 지낸 박철곤도 전주방 덕진고을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익산방엔 삼법사의 하나인 의금부 정1품 출신의 강호 제일검을 출전시키고, 군산방에도 무림을 주름잡는 최고수를 끌어들이려 발버둥이다.

 무림은 ‘낙검불입’, 한번 칼을 뽑으면 다시 칼집에 넣을 수 없는 비장한 현실이다. 새정치 검객을 제압할 공포의 자객을 끌어오고자 ‘인재영입 방’도 붙였다. 새누리 문파를 끌어온 열한 명의 원외 방주 중에서 단 두세 명만 ‘병신년 총선대첩’에 출사할 것이란 무시무시한 소문이 나돌 정도다. 새누리 문파는 모든 병법과 검객 진영을 바꾸는, 속칭 ‘신품파상검’으로 새정치 문파를 일거에 내려칠 기세다.
  

 #3: 멸(滅)하라!

 당대 명문인 두 문파 밖에서 궁극의 무를 추구하는 무인들의 세계가 있다. 이곳에선 새 문파를 창건하려는 야수성이 목격된다. 역사를 뒤집으려 문파를 박차고 나온 검객들은 “기존 문파를 갈가리 찢어라, 짓이기고 부셔라”고 외친다. 이들의 눈엔 이글거리는 태양이 숨어 있다. “반드시 전북무림의 해악을 멸해야 새 문파의 길이 열리는데…” 중원을 호령하던 1대 신투(神偸) 정동영 검신이 을미년 초에 홀연히 새정치 문파를 떠났다. 담대한 진보 검객의 길을 걷겠다는 외마디였다. 당상관 출신에 한때 열린우리 문파의 당수까지 지낸 그였기에 중원의 충격은 컸다.

 새로운 문파를 창건하려는 움직임은 아직 활화산은 아니다. 하지만 한번 터지면 어떤 파괴력을 지닐지, 강호의 검객들도 저마다 복잡한 시선을 떨구지 못한다. 저잣거리에서는 조만간 전북도부의 각계 검객들이 모여 ‘일백오인 선언’을 하고, 신당파의 깃발을 올릴 것이란 풍문이 나돈다. 동영 검신이 전주방 덕진고을 전투에 출사하고, 실전 경험을 쌓은 방랑 검객과 과거 복수심에 불타는 정예무사들이 합류할 것이란 주술사들의 예언이다. 드넓은 중원에서 극강의 무공을 보유한 전직 검자들이 신당파에 속속 가세하면, 첫 화살은 새정치 문파를 겨냥할 것이다. 멸망시켜라, 기존 문파의 득세를….

 #4: 택(擇)하라!  

 한 시대를 풍미했던 검객들은 흔들리고 있다. 복잡한 강호의 기류, 어떤 무도의 길을 걸어야 십룡의 여의주를 쥘 것인가? 무림의 영웅을 꿈꾸는 협사들마다 장고에 들어갔다. 중원의 예언가들은 20대 총선대첩을 앞두고 육십 명의 검자들이 건곤일척의 승부를 벌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략 열 자리의 문주라고 본다면, 6대 1의 광폭한 전쟁을 예고한 것이다. 싸움은 더 잔악할 것이고, 중원의 고수들은 더 잔인한 피의 살육을 계획할 것이다.

 무림에선 백성이 고향에 몰리는, 음력 정월 초하루의 민심이 첫 관문이라 토한다. 온순한 백성의 마음을 얻으려는 검자들의 분주한 발걸음이 을묘년 이월의 설 연휴에 뚜렷할 것이란 말이다. 혹자는 이를 ‘구정 전투’라 칭하기도 한다. “중원이여, 긴장하라. 열 자루의 월혼검은 무림천하 제일인의 것이다.” 새정치 문파가 장악해온 전북무림은 일찌기 최고수를 뽑는 총선 쟁패전에서 지옥의 두려움은 없었다. 정파 내 고수들이 일합을 겨루고, 극강의 무공을 보유한 1인이 문주로 등극하는 식이었다. 그런데 을미년 연초의 바람엔 피냄새 진한 살기가 감돈다. 아아~, 어떤 도(道)를 간택할 것인가? 소슬한 밤이 깊어간다.

 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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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을 키우자 2015-02-18 02:29:44
덕진 전투 출사와 동시에 전북을 90% 석권하면 동영 검신은 중원의 황제가 된다.
전주의 아들 정동영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천금같은 기회를 놓쳐서는 안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