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과 페미니스트를 위하여
청소년과 페미니스트를 위하여
  • 김보금
  • 승인 2015.02.11 15:3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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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 1위에 ‘페미니스트’가 올랐다. 난데없이 페미니스트라는 검색어가 상위에 랭크된 이유는 이렇다. 17살의 한국소년이 터키를 걸쳐 자발적으로 수니파 원리주의 무장단체인 IS(이슬람국가)에 합류했을 거라는 보도에 이어 그의 트위터 계정에 “나는 페미니스트를 증오한다. 지금의 시대는 남성이 역차별을 받는 시대다.”라는 내용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하여 누리꾼들은 “김 군이 페미니스트를 만나 볼일이 얼마나 됐으며, 만나봤자 몇이나 되었겠는가. 결국, 인터넷에서 재생산되는 허구의 여성혐오를 맹신한 거다”라고 지적했다. 다른 트위터 사용자는 “온라인에서 된장녀, 무개념녀를 페미니스트라고 매도하는 글들이 돌아다닌 것도 문제”라고 하였다.

 결국, 페미니즘은 여성주의의 뜻으로 과거에 여자에게 투표권이 없을 때 여성에게도 투표권을 주자고 주장하였으며 단어 자체가 페미니즘이지 여성이 우월하다는 뜻이 아니라는 지적이었다. 다시 말해 ‘페미니즘’은 성차별주의와 이로 인해 발생하는 폭력과 억압에 반대하는 운동이며 이론인 것이다. 페미니스트는 이를 실천하는 사람들이다. 남성차별이나 남성혐오 내지는 여성우월주의가 결단코 아님에도 특별한 편견으로 왜곡해서 이해한 탓으로 발생한 문제들이다.

 며칠 전 이 문제를 놓고 우리 여성활동가들은 10대 청소년이나 젊은 층 남성의 일부 생각이긴 하지만, 저간의 여성 혐오들이 어디에서 발단하였고 문제점이 무엇이며 우리의 역할은 또 어떤 것인가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발생 시기나 원인을 되짚어보면, 10대 일부들은 2011년 발표된 여가부의 인터넷 게임중독 예방 법률인 게임 강제셧다운 제도가 원인이라고 하였다. 젊은층은 군 복무 가산점 폐지 이후와 호주제가 폐지된 시점에서 여성혐오가 본격화되었다. 오랜 가부장주의 아래 길이 들어온 정서가 법률적으로 여성을 남성과 동일한 주권자로 부각되는 순간 충격적인 상실감을 느꼈을 수도 있다. 호주의 권위가 박탈당하고 수직적이던 남녀 관계가 수평관계로 공인됨으로써 남성들의 페미니스트에 대한 거부감이 팽배해진 것도 같다.

 하지만, 역지사지하여 볼 일이라고들 했다. 남성위주로만 편재된 부당한 시스템 속에서 의무를 강요당해온, 남성의 능력을 본위로 서열화하는 구조적인 불평등에 과연 문제점이 없는지를 검토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더 설득력이 컸다. 이러한 논의가 청소년시기에 학교나 가정, 우리사회에서 진지하게 제대로 이루어졌더라면, 그처럼 만만하게 여성이나 이주 외국인, 신체적으로 부자유스런 장애인들을 불만 표적의 대상으로 취급하진 않으리라는 게 중론이었다.

 여하튼 국제문제 전문위원인 김 모 씨의 자료에 의하면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가능해진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의 시대에는 한반도의 청소년이 지구 저편에서 활동하는 누군가에 의해 온라인 접속을 할 것이고, 이른바 ‘인터넷 지하드’에 의하여 외롭고 지친 젊은이들을 유혹하게 될 거라고 경고하고 있다.

 한국의 청소년들이 페미니스트를 혐오하고 남성이 역차별받는 시대라는 왜곡된 이유만으로 한국을 등지고 싶어 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공동체에 대한 믿음을 깡그리 상실한 자신에 대한 분노를 약하고 어려운 이들을 핍박함으로써 풀고자 하는 그릇된 발상을 극구 저지할 수 있는 어떤 비상 대책을 반드시 마련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며칠 후면 온 가족이 머리를 맞대고 오순도순 즐거워야 할 명절이다. 청소년들이 충분히 체감할 수 있도록 가정에서부터 남녀 어른들의 페미니즘적 역할수행을 선행했으면 한다. 가정은 가장 가까이 피부로 인지하게 하는 살아있는 교육장이다. 남녀의 평등과 평화가 유기적일 때,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상보적일 때 아직껏 안위를 모르는 김 군과 같은 제이 제삼의 청소년을 구제할 수 있을 터이다. 김 군의 무사귀환을 간곡하게 바라지 않을 수 없다.

 김보금<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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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ㅁㅇㅁ 2015-02-15 03:28:26
왜 페미니즘만 강요하나? 특정 이념 사상을 강요하는게 퍽이나 올바른 사상인가 보군.

그냥 서로 관심끄고 신경 끄고 삽시다. 그게 편하다.
ㅇㅁㅇㅁ 2015-02-15 03:28:15
왜 페미니즘만 강요하나? 특정 이념 사상을 강요하는게 퍽이나 올바른 사상인가 보군.

그냥 서로 관심끄고 신경 끄고 삽시다. 그게 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