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는 감춘다고 감춰지는 것이 아니다
과거사는 감춘다고 감춰지는 것이 아니다
  • 조금숙
  • 승인 2015.02.10 1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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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는 광복 70주년에 한일수교 50주년이 되는 해이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어떤 돌파구도 보이지 않는다. 메르켈 독일 총리는 최근 아우슈비츠 수용소 해방 70주년 기념일을 맞이하여 나치 만행을 되새겨 기억하는 것은 독일인의 항구적인 책임이라고 하면서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반성했다.

 1970년 빌리 부란트 수상은 나치의 만행에 희생된 묘지 앞에서 비를 맞으며 무릎을 꿇고 사죄하였다 그때 전 세계는 독일을 주목하였다. 이렇듯 독일 반성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일본은 어떤가? 과거사는 감춘다고 감춰지는 것이 아니다.

 일본 아베총리가 또다시 도발을 하고 나섰다. 일본패전 70주년 담화에서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하지 않을 뜻을 시사한 것이다. 무라야마 담화는 일본의 침략 전쟁과 식민 지배를 사죄한 내용을 말한 것이다. 아베총리는 사죄 대신 일본이 앞으로 세계에다 어떤 기여를 할지를 담화에다 담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일본 언론들은 과거에 대한 반성을 빼고 미래를 이야기할 수 없다고 하며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나섰다. 양심이 있는 일본인들도 많다고 한다.

 아베총리는 최근 2차 대전 당시 유대인 학살 현장인 홀로코스트 추모관을 찾았다. 아베는 그 자리에서 인간이 얼마나 잔인해 질 수 있는지 배웠다고 했고, 또 이러한 고통의 역사를 전하려는 유대인들의 노력에 깊은 존경을 표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그게 전부였다고 한다. 침략 전쟁을 부정하고 있는 자신의 역사관에 대한 서방국가들의 비판을 불식시키기 위한 위장술책과 그의 행보였다. 하지만 아베의 철저한 이중성에 대한 비판은 널리 메아리치고 있다.

 아베정부는 여전히 무려 30만명을 극악무도한 방법으로 살해한 난징 대학살은 또 어떤가? 살아있는 인간을 대상으로 만행을 저지른 731부대 일명 마루타, 산사람을 생체실험해 놓고도, 역사마저도 부정하고 있고 여기에다 꽃다운 처녀 아직 피지도 않은 소녀들, 여성들을 강제로 끌어다가 성 노예로, 전쟁터로 끌고 간 사실 역시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 한이 맺힌 위안부 할머니 한 분이 세상을 떠났다. 마지막 눈을 감으시며 남긴 말씀“저 세상은 일본X이 없겠지?” 얼마나 뼈에 사무친 유언이었던가? 가슴이 찢기고 복장이 터질 듯하다. 고종황제가 러시아 황제에게 보낸 밀서에 다음과 같이 적혀있었다. “우리 조선은 日本이란 이웃을 잘 못 두어 평생 불행하오” 그렇다 우린 이웃을 잘 못 만난 것 아닌가? 적반하장(賊反荷杖)이라더니 오히려 일본 우익단체들은 위안부 강제연행을 다룬 아사히 신문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고 한다 여기서 한 수 더 떠서 한국 상품에 대한 불매 압력까지 불사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행태 역시 아베정부의 과거 부정 드라이브에 힘을 얻은 일본 우익들의 준거 동태들인 것이다.

 ‘문화유산답사기’라는 책 서문에 이렇게 써있다“일본인은 고대사 콤플렉스 때문에 역사를 왜곡하고 한국인은 근대사 때문에 일본문화를 무시한다”참으로 정확한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고대사 콤플렉스”란 일본열도가 한반도 문화에 신세를 진것이고 ‘근대사 콤플렉스란’ 조선과 대한제국이 쇠망해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던 사실이다. 필자는 항상 풀리지 않은 의문이 하나 있다.

 도대체 일본이 원하는 ‘보통국가’와 ‘아름다운 나라’는 어떤 나라를 말하는 것일까?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한 이후를 말하면 그것은 봐줄만 하다. 하지만 오히려 패전 전의 일본을 ‘아름다운 국가’ ‘보통국가’라고 하며 침략의 향수를 느끼고 있다. 한일 간의 갈등은 여기서 비롯되고 있다. 일본은 천황 중심의 제국주의 강력한 군대를 앞세워 이웃나라를 지배했던 일본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그런 생각 때문에 진정한 사죄가 아직도 뭣인지를 모르고 있기에 이웃의 옛 상처를 헤집고 갈등과 마찰을 일삼고 있다. 일본은 하루빨리 패전의 콤플렉스를 버려야 한다. 일본의 독도 영위권, 위안부,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는 한일간의 3대 시한폭탄이다 현재의 일본이 깨끗이 사과하고 털고 가면 될 일이다. 또한 예전의 일본이 아니고 지금의 일본을 봐 달라고 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도 일본은 그걸 못하고 있으며 흘러간 과거사에 분칠하고 미화시키는 일은 더욱 소중한 현재를 먹칠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요즘 들어 ‘잃어버린 20년’이라고 하면서 한국상품 불매운동, 한국인을 증오하는 문구 현수막, 이 거리에 붙여 있다고 들었다 상대적으로 한국의 국격이 급부상하는 현실에 자신감을 상실한 것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어떤가? 아무리 일본과 갈등을 빚어도“일본인은 들오지 마라” “일본인은 안태운다”는 음식점이나 택시가 없다. 일본인이 걱정하며 한국에 왔는데 “일본인을 홀대하지도 않고 조용하더라” 한국사회는 이토록 성숙해졌다. 문제는 우리의 국익이다. 피해자가 가해자를 미워하는 것은 당한한 일이다. 하지만 미워 하는것 만으로는 얻을 것이 많지 않다는 복잡한 현실과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증오심을 영리함으로 포장 해야 한다. 마치 쓴 약을 달게 코팅, 켑술에 넣은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일본에게 얻어낼 것이 많다. 급격하게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도 ‘한일동맹’이 필요한 때이고 미래의 통일 한국에 주머니를 열어 도와줄 수 있는 나라 중에 일본은 큰 손이다. 미워는 하되 버리지는 말자는 것이다. 한국은 예전의 식민자로 전락했던 허약한 나라가 아니다. 식민지 콤플렉스를 버려도 될 만큼 우리는 광복 70주년 한일 수교 50년이 되는 반듯한 나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조금숙<광복회 전라북도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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