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을 멀리하자
휴대폰을 멀리하자
  • 황경호
  • 승인 2015.02.09 1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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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보, 도대체 전화가 왜 연결이 안 되는 거야? 무슨 일이 있는 줄 알고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기나 해! 사람 늙게 하는 방법도 정말 가지가지야”

 며칠 전 공주와 부여에 일이 있어 다녀오던 길에 휴대폰 벨이 울려 받았더니 아내는 다짜고짜 화를 내면서 퉁명스럽게 말했다. 전화 불통으로 마음을 졸이며 걱정했던 아내가 마침내 통화가 되자 안도의 마음과 함께 짜증스럽게 던진 말이었다.

 하루 종일 즐거운 마음으로 여러 사람들을 만나 일을 마치고 모처럼 자동차 오디오 볼륨을 올리며 기분 좋게 귀가의 드라이브를 즐기던 내 마음은 한순간에 우울 모드로 바뀌었다. 통화 후 휴대폰을 확인해보니 아내가 1시간 전부터 7차례의 전화를 했지만 내가 받지 못했으니 걱정스럽기도 했을 법했다. 그래서 출발 전 아내에게 전화해 줄 걸 그랬구나 하고 후회하면서도 왠지 억울한 마음이 가시질 않았다.

 요즘 우리 삶에는 휴대폰이 빠지면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누구나 할 것 없이 핸드폰과 연관된 이런 일화 하나쯤은 있을 게다.

 하지만, 휴대폰이 우리 삶에 너무 깊숙이 들어와 있는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스러운 마음이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눈을 뜨자마자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해서 하루 종일 손을 떼지 못한다. 오랫동안 벨이 울리지 않으면 혹시 무음모드로 해 놓았는지 아니면 못 들었나 싶어 부재중 전화를 확인하기 일쑤다. 소음이 심한 곳에 있을 때면 벨소리를 크게 해놓고도 꼭 손에 들고 있어야 안심이 되고 언제부터인지 시간체크도 휴대폰을 이용하기에 손목에서 시계가 사라진 지 오래다. 각종 스케줄이나 메모는 물론 모닝콜과 사진까지도 모두 휴대폰에 의존하고 있다.

 이쯤 되니 우리의 주된 통신수단 순위가 바뀐 것도 이미 오래전 일이다. 집 전화나 인터넷전화 가입자는 갈수록 줄고 휴대폰이 대세를 이루었다.

 지난달 정부가 밝힌 ‘2014년 유선통신 서비스 통계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시내전화 가입자 수는 전년보다 3.8% 줄어든 1천694만 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내전화 가입자 수는 지난 2007년 2천313만 명을 기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했는데 1천700만 명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 1994년 이후 20년 만에 처음이란다. 한동안 저렴한 이용요금 등으로 성장세를 이어가던 인터넷전화도 지난해에는 가입자가 전년보다 1.3% 감소한 1천245만 명으로 집계됐다.

 시내전화에 이어 인터넷전화까지 줄어드는 것은 이동통신에 대한 의존도가 그만큼 커졌음을 의미하는데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14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초·중·고등학생 10명 중 8명이 스마트폰을 가진 것으로 나타나는 등 우리 사회의 모바일화가 빛의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현대인들은 휴대폰과 거의 한 몸이 되면서 심각한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는데 부모들은 아이들과 조금만 통화가 되지 않더라도 좌불안석에 걱정의 도가니로 빨려들기 일쑤이고 많은 학생들은 강의 중에도 책상 위에 올려놓고 만지작거리는 경우가 많아 이를 제지하기 바쁜 경우도 많다.

 휴대폰 과다 사용으로 인한 전자파 노출로 건강저해에 대한 우려 역시 이어지고 있는데 장시간의 휴대폰 사용이 뇌세포나 뇌 골격 및 활동에 영향을 주고 어린이들의 성장계통에는 치명적 손상을 줄 수 있다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또 어느 곳에서나 사용되는 휴대폰에 세균이 득실거리기 때문에 손 위생에 주의해야 하며 불편한 자세로 인한 근육통 및 방아쇠수지증후군과 안과 질환, 경추질환 등도 우려되고 있다.

 또한, 통신비의 가계부담 역시 사회문제화되고 있는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 분석 결과 우리나라 가구당 통신비가 148.39달러로 일본과 미국에 이어 세계 3위를 기록했으며 가구원 수를 고려해도 세계 7위 수준에 달하고 있다.

 이와 함께 휴대폰의 과다 사용으로 인한 가장 우려스러운 폐해 중 하나는 바로 가족이나 사람 간에 나눠야 할 소중한 시간들이 휴대폰으로 인해 방해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요즘 우리 사회의 풍속도는 휴대폰으로 인해 새롭게 변화되었는데 시간이 나면 남녀노소 모두가 각자 고개를 숙이고 휴대폰에 빠져들기 때문에 대화가 사라지고 있다. 얼마나 우려스러운 일인가?

 물론 휴대폰은 우리 삶에 많은 문명을 제공해주는 편리한 도구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과도한 휴대폰 이용의 대가로 우리가 더 소중한 많은 것을 잃고 있지는 않은지 정말 되짚어보아야 할 때이다. 그렇기에 오늘부터라도 우리 모두 휴대폰에서 멀어지는 연습을 시작해보자.

 황경호<전주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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