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과 기준이 바로 서야 건강한 세상을 만든다
원칙과 기준이 바로 서야 건강한 세상을 만든다
  • 송영준
  • 승인 2015.02.08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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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이면 자주 혁신도시와 접한 황방산에 오르곤 한다. 황방폐월(黃尨吠月: 황방산에서 달을 보고 짓는 삽살개의 모습) 이라고도 하고 산의 형국이 마치 누런 삽살개가 엎드려 서쪽으로 넘어가는 해를 바라보며 전주를 지키고 있는 모습이라 해서 황방산이라 했다고 한다. 후백제 견훤이 전주에 도읍을 정한 뒤 동서남북에 각각 진을 두고 외침을 막고자 하였는데 서고진의 수호사찰이었던 서고사가 이 황방산에 있다. 이외에도 납암정과 고인돌, 우암, 여의송계기념비, 도토리바위 등 등산로를 따라 오르다 보면 볼 것도 많다.

 정상에서 혁신도시 방면으로 내려오는 길에 되바위 고개가 있다. 이 언덕 위에 위치한 큰 바위 한가운데에 마치 됫박 모양의 홈이 파여져 있는데 약 1말 정도의 곡식이 들어갈 만한 크기이다. 안내문에는 군역조세를 부담하던 백성들은 해마다 되(말) 크기가 달라져 살기가 어려워졌고 그 해결책으로 바위 중앙에 되(말)를 파 놓고 크기차이로 분쟁이 있을 경우 표준으로 삼았다고 적혀 있다. 예부터 우리나라는 길이의 기준이 되는 도(度), 부피의 기준이 되는 량(量), 무게의 기준이 되는 형(衡) 즉 도량형을 통일하여 혼란을 방지하고 국가운영의 기본으로 삼았다. 도량형은 세금의 기준도 되었기 때문에 세금을 양곡으로 내던 시절 탐관오리들이 되의 크기를 자의대로 정하여 백성들의 세금을 탈취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어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비단 옛날이야기가 아니라 세계 10대 경제대국, 국민소득 3만불 시대를 사는 현대에도 기본과 원칙을 지키는 사람이 손해 보지 않고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정확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

  지금까지 기준과 원칙이 제대로 선 사회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일부 목적달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몰염치한 사람과 집단 앞에서 기준과 원칙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다른 사람에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자신의 문제에는 한없이 관대한 사고방식도 팽배하다. 70·80년대 고도성장의 시대는 ‘빨리빨리’문화로 우리에게 원칙이 통하지 않는 사회, 기준과 법을 지키면 손해를 본다는 생각을 잔재로 남겼을지도 모른다. 기준이 무너지고 원칙이 무시된 사회는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만큼 기준과 원칙이 절실하게 다가왔던 때는 없었다. 기준과 원칙이 없어서가 아니라 지키지 않아서 벌어진 사건·사고가 세월호 충격이 가실 틈도 없이 이어졌다. 언제부턴가 우리 속에는 지켜야 할 걸 지키지 않는 습관이 된 것 같다. 한 여배우에 의해 폭로된 아파트 난방비 0원 사례를 보면서 ‘우리 아파트도 혹시?’ 하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어느 가구에는 수십만 원이 어느 가구에는 0원의 난방비가 부과된다는 것은 고의는 아니더라도 비정상임이 분명하다.

 사회구성원들의 공감대 속에 있는 추상적인 기준과 원칙이 구체적으로 적용된 결과가 오늘날 우리가 지켜야 하는 법이고 원칙이다. 개인주의와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해지면서 우리사회를 지탱해 가는 중요한 수단으로 법과 원칙의 역할이 커져야 한다. 나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으로 법과 원칙이 거추장스럽다고 해서 자신의 의견과 맞지 않는다고 반대하고 저항하는 것은 성숙한 자세가 아니다. 국민이 공평한 기준으로 평등하게 대우받고 상호간의 분쟁을 예방하고, 잘잘못을 가리기 위해 원칙이 존재하는 것이다.

 인간이 모여서 만든 조직이나 사회는 부패의 유혹이 따른다. 부패유혹은 그 크기에 비례하여 적은 수의 사람이 같은 목적으로 모일 때는 그 순수함이 그대로 유지되지만, 조직이 커지면 순수성은 사라지고 부패하여 여러 가지 문제가 일어나기도 한다. 그러면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이 대우받고 무너진 신뢰기반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 대답은 자명하다. 어떠한 예외도 허용치 않는 기준과 원칙을 세우는 것이다. 조직이나 기업, 공기업이든 그 기준과 원칙을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제도도 지키지 않고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기에 공직사회에서부터 솔선수범해 철저히 준수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개인도 편견이 아닌 공감할 수 있는 올바른 기준을 갖고 행동해야 남에 대한 배려와 시민의식을 말할 수 있고, 건강한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송영준<대한지적공사 전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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